몇년만에 만난 우리들
여자 여섯 남자 넷
맛 있는 음식을 먹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들의 빈자리
한 사람은 늙그막에 이런저런 사연으로 집에서 쫒겨나
딴 여자랑 살림을 차리고
한 명은 이 세상에 없다
부존재의 안부를 묻지 않으려 오히려 티를 내는 어저씨들
계면쩍어 오지 않으려다 하도 전화가 와서 왔다고 꼭 나를 핑계삼는 그녀들
~괜찮습니다 인생이 다그런거 아입니까?~
한 마디로 엉거주춤 넘어간다
같이 참석해 더떠들고 젤 크게 웃고 반가워 하는 저 팀은
하는 사업이 어려워 위장 이혼말이 오가고...
두 사람은 화려한 백수는 못되도
집에서 반찬 가볍게 밥이나 먹을정도의 퇴직자
한 사람은 재산공개를 해야하는 고위직 관리다
사는 곳이 다르고 재산의 가치가 다르고...
그래도 20여년을 묶은 우리들의 아파트 입주모임은
이제 다 뿔뿔이 흩어져 여자들만 한달에 한번씩 모여
서로의 안부를 듣고 있지만 서로에게 젤 만만한 모임이고 편한 모임이다
먼 친척보다 더 각각의 사정을 알고 있는 우리가
송년회란 이름으로 남편들도 같이 모인거다
서울에 살면서 고향의 사투리로 떠들면 이리 시골스러울수가 없고
조금씩 곗돈을 모아 애경사도 챙기는 우리들은
남남같지가 않다
그런데 둘러보니 모두 늙었다
흰 머리도 아쉬운 대머리 아저씨도 있고
하얀머리를 감추려고 웃음이 날만큼 정말 까만 머리를 한 어저씨도 있고 ㅎㅎ
옻이 올라서 흰머리로 사는 우리 남편도 이마 면적이 얼굴면적만큼 된다 ㅎㅎ
~정말 인생은 다 그런걸까?
우린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막춤도 췄는데
그런데 웃음뒤엔 자꾸 콧끝이 시큰해지면서 지금은 자리하지 못한
옛사람들이 그립네
한 아저씨는 노래할때마다 목젖을 잡아당기면서
에에 발성연습을 했었지
모든것이 체워져도 빈것같은 우리 나이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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