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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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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실언니의 사생활


BY 정자 2006-12-27

평생 살면서 돈 한 번 꾸지 못하면 인생바보가 되는 겨!

긍께 뭔일이 지대로 알고 사는 게 있으면 사는게 뭔 재미냐 이거지...

니 영화 본 거 또 맞바로 재밌다고 또 본 적 있냐?

 

있는 디..

그려 처음 본 거처럼 가슴이 막 뛰데?

아니.. 내용은 아니께 그냥 대사만 확인하는 거지 뭐...

 

거 봐라...우덜이 내일 알면 그거이 무슨 맛이냐... 앙꼬 없는 맛대가리 없는 빵먹는거지...

 

근디..언니야...그 때 그 돈 다 어따가 썼어?

배실배실 웃으며 나는 물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모으고 안쓰던 돈이 소리소문없이 없어졌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도무지 없는 것처럼 사는 영실언니다.

 

나에겐 친언니가 없는데. 유달리 피붙이처럼 언니같은 푸근함이 있는 분이다.

옜날엔 청계천에서 한 십여년 시다로 공장을 다녔는데.

거기서 재단을 하던 재단사와 눈 맞아 결혼식은 나중에 우선 생긴 애부터 낳고 하자는 후다닥 일부터 저지른 영실언니를 안지 어언 한 십오년이 다 되어간다.

 

알고보니 이 재단사가 애가 둘 달린 유부남인데 영실언니가 이 사실을 안 후 두말않고

얼른 도로 집으로 가라고 했단다. 안 그러면 두 돌 된 아들과 동반 자살한다고 덤벼들었다나.. 그렇게 돌아 갔던 재단사아저씨가  애들을 데리고 대문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니 어찌보면 영실언니한테 미안해서 그렇게 했나 슬며시 밤에 얘들부터 들여 보내놓고 나중에 같이 들어와서 하루 이틀 살다보니 쫒아내지도 못하고 그냥 살다가 보니 일이년 후딱 가버리는 게 일도 아니더라나...

 

 언니애기 듣다보면 큰 일도 별거 아닌 것처럼 우습게 되버린 게 한두가지 아니다. 그렇게 어렵게 모은 돈이 남편이 데리고 온 아들 딸에게 학비며 결혼 할 때 써야 한다고 단단히 묶어두더니 기어이 아들장가 가는 날  통장으로 턱 쥐어주면서 그랬단다.

 

\" 원래 돈은 버는 사람이 모은 사람이 주인이 아녀... 쓰는  사람이 임자여!\"

 

친 엄마가 아닌 엄마한테 통장으로 전달 받은 돈을 앞에두고 그 아들 영실언니 앞에서 그렇게 울더란다. 니 에비 에미 죽었냐? 그만 울라고 해도 그렇게 울더란다. 하긴 좀 내속을 썪였냐? 이젠 장가 가면 내 아들이 아니다. 사실은 든 거라고 하던디...

 

 장인 장모한테 드는 거여..글고 니 색시 마음 아프게 하면 니가 더 고생이라는거 명심해라...이런 말도 했다고 하는디..그래도 시원섭섭하더라..그 놈 처음 델고 왔을 때 천하 그런개구쟁이도 없었다. 내가  모르고 지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덜컥 일 저질러 그게 죄라서 암말도 못하고 새끼 키운게지...근디. 왜 이리 시간이 미친년 널뜨기 보다 더 심하게 가버린다냐?

 

 영실언니가 나를 참 좋아한다. 한 번은 왜 내가 좋은 거여? 했더니 한 번 말이 들어가면 절대 다른데는 말이 안샌단다. 나에겐 말 잠금쇠가 있어서 그런가보다 한단다. 내가 무슨 창고여 ? 자물쇠를 달고 다니게..

 

 그런데 영실언니가 제대로 나에게 걸린 것이다. 그것도 전국구로 아니면 이 지구촌에 이렇게 글로 언니 사생활을 폭로 할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나중에 일 터지면 그게 다 비스무레한 게 인생들 아녀? 하고 시침 떼면 영실언니 그런가보다하고 눈만 꿈벅 꿈벅 할 것 같고.

 

 그나저나 올해는 그럭저럭 넘어갔는 디.

내년을 맞이해서 언니하고 나하고 어디 산 좋고 물좋은 곳에 오붓하게 산책로를 따라 걸어 다니자고 해 봐야 되겠다. 그 때 슬며시 내가 아컴에 언니애기 썼다고 고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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