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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던날 맺은 아름다운 인연


BY 만년소녀 2006-12-21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방 눈이라도 펑펑 내릴것만 같네요?

저는 눈이 귀한 따뜻한 남쪽 지방에  살고 있는 주부 랍니다. 

여기는 왠만 해서는 눈이 안오거든요. 

그런데 몇년전 어느해인가 이곳에도 눈이 굉장히 많이 온적이 있었지요.

몽실 몽실 내리는 새하얀 눈을 바로 보고 있자니 너무 아깝게 느껴지더군요?

이눈이 그치고 나면 언제 또 구경할까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꼭 어린 아이들처럼 밖으로 뛰어나가 눈을 맞으며 싸돌아 다녔읍니다. 

그땐 아이가 없을 때라 그렇게 눈을 맞으며 이동네 저동네 얼쩡 거리며 헤메다가 저녁이 되었읍니다. 

거기에서 그만 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집으로 들어 왔어야 하는데 우리는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에 취해 그만 무작정 시골 버스를 타고 결혼전에 자주 놀러가던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찾았읍니다. 

길이 미끄러워질걸 생각하고 차도 집에 나둔채로 말이죠.

정말 도시에서 내리는 눈과는 또다르게 보이는 풍경에 흠뻑취해 우리는 자주가던 백사장도 거닐어 보고 조그만 포구 횟집에서 회 한접시 시켜놓고 남편과 함께 마냥 눈이 내리는 광경을 감상하고 있었죠?

한참 눈내리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문뜩 아까전보다 눈이 더 많이 내린단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서둘러 집에올려고 버스 종점에 갔습니다.

그런데 종점에 가보니  버스가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운행을 못한다고 그러지 뭐예요. 

여기는 눈이 잘 안와서 차들이 체인 이라든지 월동 장비를 미리 준비 하는 차들이 별로 없거든요. 

정말 무작정 버스에 올라탄것이 후회 되더라구요?
그런 시골 마을에 여관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그렇다고 집까지 걸어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었지요.

정말 이러다가 둘이 길거리에서 얼어죽지나 하는 불안감이 쓸쓸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는 그마을에서 하루밤 자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민박집 같은곳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민박한다는 집이 없더군요.

허탈한 심정으로 걷다가 미끄러져 발목까지 다쳤지 뭐예요. 

그런데 불행중 다행인지 어느 집앞에서 미끄러 지는 바람에 그집에서 하루밤 신세를 지게 되었답니다. 

그 집에는 노부부 두분이 단둘이 사는 집이 였습니다.

방두개에 부엌한칸  정말 그림책에서 볼수 있는 그런 집이였어요?

할머니는 작은방이 불을 안때서 차가우니 우선 우리를 큰방으로 안내 하더니 그방에 놓여있는 물건을 주섬 주섬 챙기셨습니다.

어느새 할아버지는 장작을 한아름 가지고 와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저녁상을 내어 오셨습니다.

양철로된 동그란 상에 소담스럽게 차려온 음식은 청국장이였습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우리부부는 뚝배기에 담긴 청국장을 콩알 한알 안남기고 싹싹 다 먹어 치워 버렸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부부가 먹는모습이 보기 좋으신듯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아궁이에 묻어 두었던 따뜻한 고구마도 맛 보시라며 꺼내 주시더군요?

아! 정말 시골이 이런거구나...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가 시골을 느끼기에 그밤은 충분 했습니다.

그렇게 날이 밝았고 눈은 어느새 그쳤더군요?
할머니 할아버지께 신세 잘 졌노라 인사하며 남편이 돈 5만원을 드리니 노부부는 부득불 안받으시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할머니는 작은 보따리 하나를 제게 챙겨 주시더군요.
그 보따리엔 청국장과 짱아찌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제저녁 우리 부부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조금 챙겼다고 집에 가지고 가서 끓여 먹으라고 하더군요?

정말 너무 고마우신 분들이였어요?

그때 할머니가 끓여준 청국장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우리 부부는 눈이 맺어준 좋은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답니다. 

여름엔 아이들과 거기에서 휴가를 보내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시내 나들이 하실때는 우리집에 꼭 오신 답니다. 
김치랑 나물이랑 양념을 잔뜩 사가지고 와서는 아가야 이런거 사묵을라 하면 다 돈이다. 

시장에서 사묵는거는 맛도 없다. 

이러시며 한보따리씩 저에게 안긴 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직도 저를 아가라고 부릅니다. 

자식이 없는 노부부는 저를 마치 친 손주 대하듯이 한답니다. 

이번 연말에는 술 한병과 포근한 겨울 스웨타를 들고 아이들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가서 지낼 생각 입니다. 

지금부터 할머니의 청국장을 먹을 생각을 하니 너무 기다려 지네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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