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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21

겨울연가


BY 올리비아 2006-12-21

 

가끔은..사이버의 세계 역시도

먼나라 이웃나라가 아닐까 하는 ..

생각을 문득 해본다.


먼듯 하지만 가까울 수 있고,

가까운듯 하지만 먼 곳 일 수 있는

이곳에서의 만남을 위해

 

모처럼 아니..

처음으로 제천행 버스를  탔다.


이미 만남을 예측했던 님들을

제천에 도착해 마주 보는 순간.


마치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나 언니 같아

반가운 마음에 두손 꼭 잡고 정을 나눈다.


한명 한명 만날 때 마다

글과 사람 퍼즐 맞추듯 끼어 맞추고는


마침내 완성된 퍼즐을 보고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모두들 서로 소리 내어 웃는다.


어쩜 그리도 닉네임하고 이미지하고 비슷한지..

웃음이 나올 정도다.


사람도 태어날 때 그리 제 모습 알고

이름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나와 같은 나이인 오월님의 이쁜 웃음..

어찌 그리 심성 착하고 순수한지..

불량한 비아 반성 많이 했다.--;


오래간만에 뵌 아리님 역시

젊음 그대로 재치 그대로인채 날 반겼고

패랭이님 역시 아리님의 맞수가 되어

눈부시게 서 있었다.


두 번째 만남인 도영님은

그전보다 훨씬 분위기가 밝아 보였다.

 

흠..아무래도.. 땅을 사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땅없는 사람의 비애 어린 내 예리한 추측이다..

흙도 조만간 퍼붓는단다..ㅡ.-^


그날 가장 기대했던 연당님을 처음 본 순간

우린 그동안 글속에서 느꼈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솔직히 붓냄새 꽤 많이 났었어여~~”

하며 놀리는 우리에게 올갱이 국밥도 사주시니...

이 어찌 반하지 않을소냐.. ^^


노래방에서 우리들의 장난을 모두 받아주신 연당님.

그날 밤 아마도 못 말리는 우리와 놀아주시느라

집에서 몸조리 좀 했을 것이다..^^


짧은 순간의 만남을 초시간 재듯 이야기를 나누며

짙은 아쉬움 속에서 연당님과 패랭이님을 먼저 보내야만 했다.


먼저 떠나는 이와 남는 자의 아쉬움을

각자 겨울코트 주머니 속에 푹 꾸겨 놓고는


우리 넷은 오월님이 미리 예약해 놓은

보보스캇이라는 팬션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남이섬을 축소해 놓은 듯한 가로수가 있는 그곳.

 

통나무집에서 네여자의 수다는

겨울의 긴긴 밤이 그저 짧기만 하다.


미인은 잠꾸러기라고 해서

나 억지로라도 늦잠 자보려 애썼건만..--;;

 

부지런한 언니들의 움직임으로

할수없이 부시시 일어나 오월님과 단둘이

모닝커피를 마신 후 겨울 나들이를 나서야만 했다.^^


참고로  아리님과 도영님은 모닝커피뿐 아니라

밤에 잠 안온다면서 이브닝커피도 애써 안마시더니만


분명 그날 밤 커피 한잔 안마신 아리님.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혼자서 베개 껴안고

이방 저방 잠 못자며 몸부림을 치는 이유가 뭔지..


아침에 네 여자들 일어나

누가 잠꼬대를 한겨~

누가 코를 곤겨~

서로 시침떼고 협박하고..ㅎㅎ


네 여자들 화장을 하고 옷을 입고

강원도가 고향인 도영님이 운전대를 잡고

길을 나선다.


차안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뒤에 앉은 나와 아리님과 둘이 랩퍼처럼 흥겨워하자

베스트 드라이버인 도영님 자동차 핸들을 흔들흔들! ^^*


장날을 기대하며 내린 시골읍내에서

우린 이름 모를 장터 식당으로 들어가

메밀국수와 메밀전병을 먹고 봉평의 이효석생가로 향했다.


비록 추운 겨울 꽃을 볼 순 없었지만..

우리가 꽃이니까.. 뭐 ..괜찮았다.. 힛~^^;

 

여행객 한명 없는 눈 쌓인 그 곳을

뽀도독 뽀도독 우리 네 여자들 발자욱 새기며

이효석 생가를 구경하고


그 옆 언년이가 사는 쓰러져가는 흙집을 내가 유심히 둘러보며

손좀 봐줘야 되겠다고 말하니 아리님이 어찌나 좋아하던지...하핫~

 

농담을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는

그 옆에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고..음악을 마시고..

창밖의 겨울 햇빛을... 마셨다.


그 날은 어찌된 일인지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없었다.


추운 겨울 날씨 탓도 있을테고

주말이 아닌 평일인 탓도 있었으리라.


그런 이유로 우린 오히려 평화로운 그림 속

주인공처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생가를 구경하고 허브공원을 구경을 하자

어느덧 제천의 아쉬운 밤이 일찍도 찾아왔다.


우리 네 여자들 버섯찌개로 저녁을 먹고

아름다운 팬션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야만 했다.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밤이었으리라..

 

길고도 짧은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침에 팬션을 나와

아쉬운 마음에 맑은 아침 공기를 흠뻑 마시며 떠날 준비를 하는데


그곳에 계신 60 훨씬 넘으신 할어버지 관리자 분께서

손수 누룽지밥과 된장국을 끓여주시는데


그 맛이 어찌나 맛있던지..

공짜여서 그런가 보다..ㅋ


사십대인 우린 육십대인 할아버지에게

젊은 오빠라고 불러 주었다.


깊은 겨울 한가한 팬션에서

혼자 외롭게 지내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

떠나는 우리에게 갖은 재롱?을 부리시던 젊은 오빠. 


그 연세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고

웃음 가득 공짜로 선사하시더니

마침내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자


이별이 아쉬웠던지 팬션비 안 받을테니

하루 더 묵고 가라는 젊은오빠.


우린 그저 감사한 마음만 받고 서둘러

버스시간에 맞춰 떠나려는 우리들에게

 

“그년들 말 참 안듣네 ”

할아버지의 그말에 우린 그만 큰소리로 웃고 말았다..


오월님 말씀마따라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눈길도 못 마주친 채

손 흔들어 주시는 할아버지.


처음 가본 제천..

 

이틀동안 있으면서 제천이라는 곳이

얼마나 정이 많은 곳인지 새삼 느낄수 있었다.


식당에서도 공짜로 더덕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동주를 내주더니


우리가 다 먹지 못하자 가지고 가라며

빈병에다 마저 다 부어주시던 묵집 아줌마...

그 막걸리 병들고 신나하던 도영님.


애써 거절하는 우리에게

뜨끈한 누룽지밥과 된장찌개를

손수 끓여 주시며 하루 더 묵고 가라는 할아버지...


제천.. 

그곳은 오월님을 닮아 정이 많은 곳임에 분명했다.


우린 팬션을 나와 이틀 전 연당님을 먼저 보낸

제천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버스표를 끊고 보니

서울로 향하는 나와 아리님은 

 

찻시간 때문에 오월님과 도영님을 남기고

버스에 급히 올라야만 했다.


만남의 기쁨은 순간일지 몰라도

헤어짐의 아쉬움은 참으로 참으로 질기기만 하다..

마치 한 여름날 아스팔트위에 붙어 늘어진 껌딱지처럼....


덩그러니 남은 두 사람과 헤어지면서

아리님과 나는 애써 바쁜척 버스에 후다닥 올랐다.


아쉬운 인사가 길면 길수록

서로의 마음이 더 짠 해질 거 같아서...

그리고 눈물 많은 오월님... 또 울까봐...


나 을매나 씩씩하고,

도영님 을매나 분명하고,

아리님 을매나 확실 하냐고..ㅋ


오월님도 이런 언니들을 닮아야하는디..

아참.. 나는 언니가 아니구나.. ^^*

근데 내가 꼭 언니같단 말이야..


서울에 도착해 집으로 향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을 떠올리면서

생각해보았다.


멀고도 가까운.. 

가깝고도 먼 ..이곳 사이버 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