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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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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아줌마 전성시대


BY 정자 2006-12-14

언니야...

내가 카드를 막다가 막다가 사채를 썼는 디...

이게 더 무섭게 이자가 크는 겨...

그래서 도망다니는 데, 카드회사들은 그런데로 포기했나 본디

사채업자들은 어떻게 알았는 지 오는 데마다 제깍 제깍 찾아오는 겨...

 

그래서?

 

우리들은  막자언니 이름으로 식당을 내고 그런데로 잘 되어 사람을 더 구한다고 구한 여자가 오갈 데없는 빚쟁이에 그 이름도 찬란한 신용불량자라고 본인이 그렇게 말 문을 트는 데

우리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추리소설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몇 칠 일하다보니 서로 사정이 생겨서 어디서 오라는 데는 없고,

갈 곳도 마땅찮은 여자들이 여섯이나  한 식당에서 부대꼈으니 일도 탈도 참 많기도 했다.

 

 그래선가 산골동네에 볼 만한 곳도 딱히 드러 내서 관광거리도 없는 이 산골식당에 손님이 오면 얼마나 올까. 우리들은 늘 노심초사였는 데.

 

 희한 한 것은  갑자기 도로공사가 비포장길을 삐까번쩍하게 공사를 하더니 그 길위로 시나브로 한 대씩 한대씩 차가 누비더니 우리 막자식당 자리가 도로가에 그것도 턱하니 코너장이 되고, 그 바람에  우리가 걱정하는 일은 모두 잊어버리게 했다.

 

 떠벌이 아줌니가 웃기도 잘 웃지만 웃으개소리도 어느 개그맨 오른쪽 뺨 친다. 들어오는 소님만 봐도 그 분이 뭘 먹을 지 턱턱 점장이 처럼 알아 맞추고, 자주 오는 손님들은 아예 현관문을 열어 주면서 환하게 마중하니 오는 이도 덩실 덩실 들어오고, 찬란한 신용불량자라며 늘 입에 달고 사는 젊은 여편네라고 놀려먹는 통에 모두들 사채업자가  손님으로 찾아오면 어떻게 하냐고 너스레떨고 그랬다.

 

 점심나절이 되면 이건 난리도 그런 난리통이 없다.

주문을 받아오는 즉시 막자언니가 또 몇 개냐고 소리를 질러 확인을 하고. 그 옆에서 밥을 하는 둘리 아줌니가 잊어먹으니께 받아적어야 되는 데... 하이고 언냐? 명태찌게가 네개고 동태찌게가 세개고... 글고 칼국수는 몇 개 였더라?

 

 손님상에 앉아있는 머릿통 빨리 세어가지고 오랑께?

언니는 ...무식하게 머릿통이 뭐여? 밥통이지!

뭐?

 

 이러다가 순서 바뀌어 먼저 갈 데가 나중에 가면 손님들이 누군 차별하냐고 하면 떠벌이 아줌니 주특기로 슬슬 달랜다. 아따따! 원래 이쁜 사람들은 더 맛잇는 거 줄려고 뜸도 들이는 거여유! 시방 밥 먹고 어딜 가유? 밥은 쉬면서 먹어야 사람이 찬찬 해지는 법이니께 쪼께 기둘려 봐유....

 

 특이한 것은 막자언니의 영업방침이었다.

절대 밥을 미리 하지 않는다.

손님이 오면 바로 즉석밥을 해주는 데 이게 별미다.

옛날 노란냄비를 하루는 수십개를 사가지고 오더니 냄비뚜껑을 망치로 두둘겨 패는 것이다.

그러니 멀쩡한 냄비뚜껑이 세상풍파 다 겪은 얼굴이 되고

손님들은 뚜껑을 열때마다 바로 한 즉석 냄비밥이 그렇게 새로웠나 보다.

모두들 감탄하고 거기에 서비스로 냄비에 눌러붙은 누룽지를 귺어먹게 하면 이것은 또 추억이라면 좋아라 했다. 거기에 숭늉을 끓여주니 밥이 대박이 되었다.

 

반찬도 순전히 나물이었다. 그것도 근처에 잘아는 농사짓는 분에게 특별하게 들기름이며 참기름을 직접 방앗간에 가서 짜가지고 양념을 쓰고, 조미료는 절대 쓰지 않으니 손님들이 먼저 알아 보았다. 그러니 점심때는 밀려오면 나가고 오는 순서대로 미리 주문을 해야 즉석밥을 맛 볼 수 있으니  예약 한다고 전화벨 소리가  쉼없이 울려대고 우리들의 찬란한 신불자 아줌마가 친절하게 잘도 예약을 받는다.

 

몇 개요?

세개요?

오면 바로 해드리쥬!...

 

 참 내 무슨 말이 그렇게 간단하냐고 하니 배고프면 예약하고 안 오는 손님만 아쉬운 거니께

오면 바로 해드린다고 해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명태찌게는 조류독감이 나돈다고 뉴스가 나오면 더 잘팔렸다.

돼지 콜레라가 돌아서 소가 병이 났다고 신문이고 테레비가 들썩이면 이상하게 우리식당은 더욱 바뻐졌다. 이제야 생각해보니 언니가 주메뉴선택을 참 잘한거다.

 

 진짜 명태찌게에 널줄널줄한 배추 겉절이에 금방 한 냄비밥에 뜨뜻한 얼큰한 국물 한 수저에 전날 숙취가 풀려 게슴츠레한 눈으로 어리버리 나가시는 손님들이 줄줄이였다.

 소문은 무서웟다. 그 입소문은 그 동네근처에 난다긴다하는 가든식당 주인이며 어디에서 체인을 내자고 해도 막자언니는 묵묵히 말을 안했다.

 

 우리들도 덩달아서 부추겨도 꿈쩍하지도 않았다.

떠벌이 아줌니의 그 막강한 입씨름에도 통하지 않았는 데.

 

하루는 하루 결산을 보는 데, 여섯명의 아줌니들이 모두 보는 데 앞에서

돈통을 열어 보이더니 나에게 돈을 세란다.

한 참을 세었다.

그 시골구석에 처음엔 간판도 달 돈이 없어 겨우 남의 가게 폐업하는 데서 떼어가지고 개업하던 다방자리였던 그 식당에서 하루 매출이 백만원이 넘었다는 것은 우리들이 그 때 알았다. 언니가 그런다.

 

 사채빚도 갚을 빚이고, 살아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고, 이렇게 우리식당에서 같이 일하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이제 나도 쉬어가면서 돈 벌거다. 니들도 나이먹으면 내 맘 쪼께 알게 될 거다. 신불자 아줌마는 쪼게 더 일해서 사채 빚도 갚을 수 있고... 카드빚도 갚으면 다시 애덜에게 돌아가야지... 글고 우리가 힘들게 번 돈은 모두 영은이 야가 니들 앞으로 적금통장만들게 해서 꼬박 꼬박 넣고 있는 디... 쪼께 있으면 만기가 돌아오는 게 떠벌이 니꺼다. 니 이걸로 뭐할려?

 

 떠벌이 아줌니가 얼굴이 붉어진다.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막자언니가 신신 당부했다. 만기 될 때까지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그런데 언니는 직접 계획을 물은 것이다.

 

\" 언니....고마워...난 그런 줄도 모르고..꺼이...으엉!\"

 막자언니를 부둥껴 안고 꺼이 꺼이 울었다. 두 번씩이나 음독을 하여 병원에서 뒹굴며 살려냈던 생명의 은인이 막자언니였다. 모두들 같이 울었다.

 

 그렇게 오 갈 데 없이 천덕꾸러기였던 알콜중독자 였던 둘리 아줌니도 등뒤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이런 일이 벌써 오년이나 지났다. 지금은 막자언니가 많이 아프시고 그 옆에서 잔소리를 줄줄 해대는 떠벌이 아줌니가 노상 볶아댄다. 언제 애인을 보여 줄거냐고...

 

 얼마 전 우리들의 찬란한 신불자님이 막자언니의 막강한 후계자가 되어 근사한 가든을 영업하고 있다. 물론 모든 영업권도 전수해주시고.

 

 그래도 그 산골 오지에서 모락모락 피어내는 밥타는 냄새가 자꾸 맡고 싶다.

아유~~ 밥 탄다! 밥! 이 여편네야 뭐하는 겨? 빨랑 불 끄라니께!

이 목청좋은 목소리도 듣고 싶고 .

아직도 그 때가 생생하다. 밥 익는 마을 거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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