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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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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애인.


BY 오월 2006-12-14

다른곳 보다 많이 추운 곳이라한다.

그래서 감도 열리지 않는다지~~

그래도 요즘에는 몇 개씩 열리는 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 걸 보면 분명 지구 온난화 현상이 이곳에도

전혀 상관없진 않은 모양이다.

 

길거리 가로수가 소란스레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옆구리가 시린 사람들이 단풍보다 더 소란스럽게 외로움을

하소연할때,알록달록 단풍잎이 모두지고 휑하게 시린 벌거벗은

모습으로 서 있을때 남편이 있고 토끼같은 자식이 있는 주부들마저

알 수 없는 외로움에 그리움에 가슴속이 텅 비어질때

나는 장농 속 깊은곳에 고이 둔 내 겨울애인을 꺼내 놓는다.

이제 애인과 붙어다닐 시기임을...

보기 싫다며 또,얼마나 남편은 구박을 해댈까.

 

출근하는 곳이 내 사무실이긴 해도 대충이란 단어를 싫어 하는

성격탓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을 한다.

외출하는 일이 많고 움직임이 많은 나는 나만의 특별한 겨울 나기가 있다.

요즘은 날씨도 옛날만큼 춥지도 않고 또,따뜻한 옷들도 많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더 해짐에따라 추운게 너무싫다.

그래서 날씨가 어설퍼지기 시작하면 내 마음이 바빠진다.

애인을 품을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2키로쯤 살을 빼야 내 애인을 품을 수 있다.

 

평소 몸 무게에서 조금만 살이 쪄도 몸이 둔해지고 숨이 차니 옷 속에

내복 한 벌을 더 껴입자면 몸무게를 그 만큼 줄여야한다.

그리고 날씨가 추운날을 골라 스커트와 정장을 차려입고 딱딱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외출을한다.

평소 입지않는 스커트 밑에 다리는 죽도록시리고 발을 꽁꽁얼고 추위에

벌벌떨며 몇 시간을 보내고 들어온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완전 무장을하고 출근을 한다.

완전 무장이래봤자.내 애인 내복을 갖춰입고 부추를 신는 정도지만

어제 일을 생각하면 칼바람부는 거리로 나서도 겁날게 하나도 없다.

 

사무실에서도 난방비를 줄일 수 있고 움추리지 않은 몸은 일도 척척 겁이

나질않는다.

난 시어머님 생신날 들어온 내복을 아양을 떨고 얻어입었지만 요즘은

패션 내복이 너무 이쁜게 많이 나와있다.

벌거벗은 나무도 벌거벗은 산도 꽁꽁언 물도 모두 제 자리에서 의젓

하기만 한데 만물의 영장이래나 뭐래나 하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곳에

내복이라도 껴입고 의젓해야 체면이 서지 않을지....

 

온 몸을 포근하게 감싼 나의 애인 내복이 오늘도 이렇게 속살거린다.

\"어때?따뜻하지?따뜻하지?\"

그러네 효자 아들보다 낫고 남편보다 낫네.

겨울한철 내 몸에 꼭꼭 붙어 날 보호해주는 그대를 나의 애인이라

칭 하노라.겨울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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