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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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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 펑펑 솥아 지던날 낮선 사람들과의 하룻밤


BY 초련 2006-12-13

 

참으로 힘들 엇던 시절 남편의 직장으로 인해

생면부지의 남들만 가득한 그곳 동해로 발을 내딛던 그해


차가 뒷걸음을 치는지 도무지 달려 나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

언제부터오기 시작한 눈 인지 도로 위는 온통 눈이다 트럭기사와 남편은 걱정이 되는지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라디오의 일기예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우와 눈이다 다닥다닥 차창에 달라붙은 아이들은

 

조용히 해 좀 조용히 하라고...........

 

큰소리를 질러보지만 무색함으로 사라질 뿐 아이들은 펑펑 솥아 지는 눈이 그저 반갑고 좋 키만 하다


아빠 문 좀 열어주세요 조끔 만요 안 돼 눈이 날려 들어와 감기 든다고 안 된다  하잖아 아빠 조금 만요 아주 조금 만요  조용히 안 해


신경이 곤두선 남편이 버럭 소릴 지르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않는다.

부산에는 눈이 안 오는데 진짜 눈만이 온다. 눈쌈하면 정말 좋겠다.

그자 언니야 눈 저거 먹어도 되나


언제 제 데로 내린 눈은 본적도 없는 아이가 조금 날려 온 짖눈개비를  받아먹어본 기억으로 재듯이 말을 한 다


몰라 먹어도 될 껄 옛 날 에 그 때 내가 먹어보니까 물 맛 이야


솥아 지는 눈에 흥분된 아이들 얘기소리에 뿜어진 입 깁은 창문에어린 성에를 녹여 군데군데 동그란 창을 만들고. 떨어지는 눈발로 시야가

가린다 하긴 아이들이 좋아할 밖에 눈을 언제 제대로 보기나 했나

어쩌다 겨울에 진눈개비만 봐도 눈 온다고 펄쩍거렸는데 차안에 앉은 우리들 말곤 모두 눈으로 덮어버릴 량 눈은 줄기차게 뿌린다 두 시간도 전에 도착했어야하는 동해에는 이제 겨우 들어섰다 거리엔 아무것 도 보이지 앉는다.

버스도 택시도 하다못해 자전거하나 안 보인다. 이따금 것도 아주 가끔 눈 코 입도 가늠할 수 없는 꽁꽁 온몸을 천으로 휘감은 행인의 모습만이 사람이라고 느끼고 보일뿐 가끔 개짖는 소리가 들릴 뿐 기듯이 운전해온 기사님도 짐을 부려놓곤 눈 속에 차를 버려 둔 채 우리 집을 나르고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어차피 시내로 나가야 숙소도 있는데 갑자기 내린 눈으로 도로가 마비된 상태라 짐정리도 못한 우리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도착한 아파트엔 사람흔적 조차  없는것같다. 주위는 온통 허허벌판에 오직 하얀 눈에 뒤 덥혀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여서 입주도 제데 로 안 된 상태였고 우린 남편의 출근 때문에 서둘러서 입주한 탓에 정리도 체되지 않은 아트로 입주했기 때문이다 가스도 없고 연탄도 없다


엄마 화장실에 물이 안 나와요

눌러봐 설마 물이 안 나 오려고

헉 정말 화장실에 물이 안 나온 다 누가 본 소변인지

벌써 꽁꽁 언상태다 방법이 없다


아빠 화장실 물 안나 와요  똥 마려 아빠 똥마려워요

나는 오줌 마려워 큰애가 한소리하고  형수 나도 좀 급한데 해결하고 올께요 컴컴한 밖으로 휭 하니 나 간 다

노상 방뇨? 에고 모르 것 다 알아서 하겠지


드디어 작은애가 징징 거리기 시작 한다

배고프다 발 시럽 다 소변 마렵다 똥마렵다

아 머리가 띵하니 아프다 나 역시 소변이급한데 혹시나 해서 위층으로 올라가 띵 동 딩동 아무리 눌러도 다들 잠잠하다 밖으로 나와 눈을 부릅뜨고 찾기 시작했다 혹시 불 켜진 집 이 있나 길 초차 보이지도 안 는다 컴컴하니 어둑한 길을 겨 우 찾아 관리실을 찾았으나 역시 아무도 없다 어쩌나 이일을 좀 더 찾아보자  좀 더 아래로  다른 동을

살펴보니  오층부터 몇 군 데 인가 불이 켜졌다


여 보 여보 저기다 저기 불 켜진 곳 있어 저기엔 꽤 많이 있다 당신 기사님하고 찜통 들고 얼른 따라와 물 얻으러가자 올수만 있다면 애들도 좀 데려와 화장실 좀 보게 방법이 없 엇 다 아이 둘 과 어른 셋 또 여기까지 도와준다고 따라 올라온 남편 후배 와 줄줄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너 동 오층으로 덜덜 떨리는 몸을 잔득 웅크린 체 501 앞에 모였다 안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지 인기척이 들리고

띵 똥 띵 동 힘 있게 초인종을 눌른다

누구세요?

안에서 덜컥 문이 열리고 예쁘장한 젊은 여자가 삐죽 얼굴을 내밀다 화들짝 놀란 눈빛이 역력했다  웬 떼 거지같은 꾀 제제한 몰골의 사람들이 양은 들통에 푸 라 스틱 물통에 고무대야 에 주전자 까지 들고 우글거렸으니까

 

왜 그래  누구세요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다시 들 린 다 누구야 누군데 그래 이어 남자가 나온 다

 

아 안녕 하십니까 죄송한 데요 다름이 아니고 남편이 쭈빗 거리자 그때 운전기사님이 잽싸게 나서서

 

아 이고 초면에 죄송합니다! 저기 저 윗동에 이사 왔는데 갑자기 눈도 오고 여기 사정을 잘 몰 랐 던 터라  화장실도급하고 물이 죄다 얼어 삐 네요 마 그래서 신세 좀 지면 안 돼 겠는교 염치불구하고 불빛보고 찾아왔다 아임니꺼 얼 라 들이 들이 똥 누고 십 따 고


푸 하 하 웃음을 막 터트리던 그 남자는 아저씨 경남에서 왔 어요

빨리 들 어 오 세요

 

너희들 빨리 화장실가

우리하고 똑 같네요 우리도 이제 겨우 한 달 댓 는 데요 화장이실 얼

고 물도 얼고 그냥 소변으로 소변 녹이고 정말 당황 했었지요 하하하

 

젊은 사람이 웃으면서 흥 쾌 이 빨리 들어오라고 청 해 준덕 에 그냥 우리는 501호에서 하루를 따듯하게 지낼 수 있 엇다 나 역시 태어나서 눈이 그렇게 많이 오는 건 처음이 엇고 나중에안 일이지만 동해에선 겨울에는 그게 보통 날씨다

 

차례대로 화장실을 쓰고나오는데 얼마나 민망하던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코끝으로 들어오는 맛있는 음식냄새에 고개를 돌려보니 식탁위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얘들아 배고프지 라면이라도 먹어 추운데 따듯한 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 이 없어 라면을 끓였어 괜찮죠?

집에 가셔봐야 추울 텐데 좁지만 여기서 함께 무주시고 가 세 요

 

세상에 얼마나 고마운지 눈에서 눈물이 핑돌고 꼼짝없이 굶게 생겼는데  진수성찬 못 지안은 따듯한 밥상에 잠까지 자고가라고 한 다

어느 호텔에 비유해서 그보다 더 좋을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꿀같이 달게 밥이며 라면 국물까지 싹싹 비워버린 우린 그제 서야 비록 말이긴 해도 고맙단 인사를 제데 로 할 수 있 엇고 하루 종일 피곤했던 덕인지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를 잦는지 꿈속을 헤 메고 있는 것 같은데 비몽사몽간에 


엄마 일어나 그만 좀 자 아빠 아빤 또 왜 그래 일어나세요.


작은 아이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

 

삼촌 일어나 머야 간지럼 태 울 꺼 야

 

큰애가 소릴 지른 다

 

우리 집 아니라고 아씨 저 아저씨는 또 왜 저래 아저씨 안가요?

 

어, 길이 막혀 차 못간 다 흠흠 쿨 쿨 드르릉

 

얘, 얘 괜찮아 좀 더 주무시게 그냥이리와 피곤하셔 그런 거야

이리와

 

낮선 여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아 차 우리 집 이아니 엇 구나 이런 어쩌나 미안해서 눈곱도 제 데로 떼지 못하고 부스스한 몰골로

 

여 보 일어나 빨리 빨리

 

좀만 더 자자 어 좀만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앉는 다 아이고 우 짜 노 좀 빨리 깨우지 민 혁아 일어나라 아저씨 일어나 소 갑 시다


암튼 기사님도 우리 식구니까 난  픽 웃음이 났다 기사님까지 챙기다니

 

왜들 일어 나 셨 어요 푹 더 주무시지요 가봐야 일도 못 할 텐데

이왕 일어났으니까 아침 드세요 다 차려 놨습니다.


순금아 수저 챙겨놔 형님들 다 일어났네


인상 좋은 주인남자가 새댁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말을 한 다

일어나긴 했는데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쩔쩔매다 주섬주섬 이불을 걷고  창밖을 보니 세상에 밤사이에 눈이 얼마나 많이 왔는지 세상은 온통 눈밭이다


어 머 눈이 정말 많이 왔다  너무 좋아 ! 모두다 하 얗 네


주책 남의 집에서 늦잠이 나자고 부스스 한 얼굴에  탄성이나 지르다니 도저히 그런데 여긴 사람 사는 곳이라고는 말 할 수도 없다 완전히

고립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이 좋아서 창문에 매달려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안 하고 그나마 언제 입주한사람들인지 몇몇 사람들이 아파트 현관 앞에 눈을 치우며 길을 내고 있다


아침 드세요 그런데 찬이 없어서.

상위에는 맛있게 금방 구워진 반들반들한 김과 군침이 돌아서 금방이라도 침을 흘러내리게 만드는 붉은 김장김치가 반기고 구한된장찌게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해대고 있다  미안함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염치는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사라졌다 냉큼 수저를 잡고는 뻔뻔하게 

 

어쩌나 이렇게 신세를 져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나중에 값 으시면 되지요

 

새댁이 방긋이 웃으며 말을 한다.

아무렴요 갑아 야지요 갑 구 말구요

 

아이 참 농담이에요 아주머니 저희도 사람이 그리웠는데 오히려 반가운 걸요 나중에 저희 놀러 가면  맛있는 것 만들어 주시면 되잖아 요

 

그럼도 당연히 해드려야죠 소라도 잡으라면 잡지  까 짓 꺼

 

이 사람들이 이러다 한집서 살자 할 거 아닌 감 허허허

기사아저씨의 너털 웃음이 가슴에 포근히 와닿는다 


아빠 우리 눈사람 만들러 가도 되요 눈사람 만들래요

안 돼 옷 적시면 어쩌려고 세탁도 못하는데 기다려봐 좀 있다 우리 집에 가면 그때 해 지금은 조금만참아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것같다 

아빠 제발요 얌전히 놀다가 오면 되요 그러면 쪼끔만 놀게요 얌전히 그냥 구경만 할께 요 안 된 다니까

 

놀다오라 그러세요. 좀 있다 관리인 나오면 그때 해결 될 수도 있을

텐데요 아마 그쪽라인 물을 잠 구어 놨을 수도 있 구요 연탄은 창고에 예비 탄이 좀 있을 껄 요  그땐 새로 지은아파트여도 삼구 삼구공탄 보일러였다 우리 집은 버려둔 체 한갓지게 낮선 집에서 느긋하게 아침 커피까지 따듯하게 한잔마시고 우리는 501호와 함께 관리실로 우글우글 내려갔다 때마침 관리인이 오고 아니나 다를까 새댁신랑 말대로 물을 잠가둔 상태고 연탄은 창고에 있었다.  관리인과 501 호와 기사님 그리고 후배 덕택으로 춥긴 했지만 별 어려움 없이 짐정리를 쉽게 마치고 느긋하니 또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엔 후배와 기사님은 아쉬운 이별을 하고 남편과 나는 피곤이 완전히 가시지는 안았는지 점심을 먹고 난 뒤 잠 깐의 낮잠을 즐겼는데 어느 사이 밤이 되어 밖은 컴컴해졌다

 

어머나, 애들이 왜 이래

아이들이 여름 반바지를 입고 있다

너히들 옷이 왜 그런거니 은 아야 너 왜 그래

너무 놀라 가슴이 덜컥 내려않는다 어머 어쩌나 이사를 잘못하면 병에 걸린다는데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날짜보고 좋은날 가랬는데 휴가와 아이 방학 때면 좋은날이지라며 내고집대로 이사 왔다


여 보 일어나봐 얘들 좀 봐 애들이 이상해


마구잡이로 잠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왜 그래 좀 자게 내버려두지 애들이 멀어 쨌다고 짜증이 난 남편이

벌떡 일어났다 


어, 어라 이게 머꼬  야들이 또 와 이라노 눈이 휘둥그레진다. 머 머고 너 거 너 거들 옷 우쨌노 옷이 와일노 바지는 다우 쨌는데  말까지 더듬는다.

아빠 있잖아 우리가 눈사람 만들고 노는데 옷이 자꾸만 젖어가지고

그냥 갈아입었어. 얌마 그러면 겨울 바지를 입어야지 그게 머꼬 여름바지 것도 반바지를  입었냐?  응 옷이 없어서

참나 옷이 없긴 왜 없니 너네옷장에 너희바지 많이 있잖아

아니야, 없어 언니랑 나랑 옷 다 버렸어

그럼 옷 다 어쨌는데 세탁기에 

그러고 보니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있다

후다닥 뛰어가 세탁기를 멈추고 세탁기 안을 들여다보니 옷들은 색깔  구분도 없이 뒤죽박죽 엉망으로 그득했다 세상에 어쩌면 이만은 옷을 다 버려 놨단 말인가 말을 이을 수가 없 엇다 이유인즉 눈이 게 속 내

리고 있는데 심심하기도해서 둘이서 눈 속에 집을 지 엇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조금 놀려고 했지만 동화책에 나오는 이글루를 지을 려고 하다 가 옷이 젖어서 갈아입다보니 남은바지가 없어 여름 반바지를 입엇 빨리 세탁해서 입으려고 세탁기를 돌렸는데

엄마가 아침까지 안자고 일어나서 그런 거란다 엄마는 자기만하면 된다고 나더러 더 자란다 말문이 막혔다 참나

 

그래 이글루는 만들 엇니 하고 묻는 한마디에

사고에 사고를 쳐 놓고도 애들은 신이 나서 의기양양하게 떠들어 댄다

 

응 엄마 무지 좋아 언니랑 나랑 들어가면 진짜 좋아 엄마 보러 갈래요 아빠 아빠도 우리 집에서 엄마랑 놀게 해줄게요

.

밖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손전등 까지 집어든 애들이 아빠  손을 잡아끈다. 알았어. 내일보자 내일 아빠 내일 출근 하시 잔 아요 그래도 내일 볼 수 있다 아침에 보자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동해의 삼일 밤을 보내고 아침을 하려고 일어났다


어 머 장갑이 어디 갔지 아무리 찾아도 장갑이 안보 인 다 이상 하네 어디로 간 거야 밤에도 썼는데 나은아 너 고무장갑 봤니 어제 세탁한다고 장갑 썼니. 애들 방문을 열 엇다 아니 이건 또 웬 행동이람?

 

도 데 체 애들이 왜 이런데 아이고 미쳐 정말 내가 너 히 왜 그러니

도데 체 자꾸 왜 그래  그게 아니고

갑자기 큰애가 갑자기 버럭 소리 지른다 창문을 열고


야 야 건들지 마 그거 우리 눈사람이야 부시면 안돼

 

정말 과 관이다 화가 난 내목소리에 남편이 애들 방으로와 그 광경을 보곤 구들장이 꺼져라  웃어 댄다 우 하하 하하하 

참나 크크 크 하하하 나도 어이없어 웃다보니 눈물이 나온다 잠옷위에 반바지를 껴입고 외투에 모자까지 쓰고 먼지 털이를 들고 창문 앞에 의자를 끌어다놓고는 의자위에서 창밖으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꾸중 듣는 와중에도 창문 밖으로 소리를 질러대어서 내다본 창밖에는 나의 빨간 고무장갑을 낀 커다란 눈사람  대파와 당근으로 만들어진 잘생긴 커다란 눈사람이 떡 버티고서 있 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