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기독교인이다. 시댁, 친정 모두 신앙생활을 하시고 형제들도 모두 그렇다 보니 나름대로 기독교 문화가 집안 전체를 통해 자리잡고 있다. 물론 내 개인의 신앙은 참 부족하고 편협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도 신앙을 전수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느긋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나: 너희들은 교회에서 어른들이 봉사하시는 일중에 나중에 너희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뭐니? 딸: 음- 유년부 가르치는 거, 그러니까 선생님. 나: 그거 좋다. 넌 그거 잘 할 꺼야. 재방이는? 재방: 없어. 나: 그러지 말고 한번 생각해 봐. 재방: …… 나: 아이~ 재방아! 재방: 정수기에 물통 탁 뒤집어서 바꾸는 거 나: 음--;; 이런 재방이와 딸아이를 데리고 저녁마다 가족예배를 드린다. 보통은 예배가 하루의 마지막 행사인지라 아이들이 가방도 챙겨놓고,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다. 눈도 구경 못하는 이 곳이지만 그래도 아침 저녁은 써늘해서 두 아이 모두 가운을 걸쳐 입고 나와 앉았다. 막 시작하려는 찰라 재방이가 ‘잠깐’을 외친다 나: 왜 또? 재방: 엄마 나 양말 입고 오면 안 되요? 추워요. 아니 내가 결혼 전에 티브이나 책에서 보던 교포 2세의 엉터리 한국말의 표본을 우리 아들이???? 인석아 시험지에 답도 창의적으로 쓰고 싶어서 엉뚱한 말을 쓴다더니 네 창의성은 어디서 엿 바꿔 먹고 와서 몇 십 년 전부터 유행(?)하던 그 표현이란 말이냐. 나: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음- 재방아, 양말은 입는다고 하는 게 아니지, 뭐라고 해야 하지? 갑자기 퀴즈 정국으로 돌입하는 분위기로 눈이 빛나기 시작하는 김재방 선수 재방: 아- 양말을 쓴다? 나: ….. 딸: 모자를 쓴다지 재방이는 자기 발을 이리저리 돌려 보고 발가락을 움직여 본다. 마침내 눈은 장난기로 빛나면서 재방: 크- 양말을 낀다. 그치? 딸: 아휴 장갑을 끼는 거지. 나: (슬슬 심기가 불편해진다) 음- 신발을 어떻게 한다고 하지? 답은 모르겠고, 엄마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을 눈치 챈 이 곰상스러운 아들, 갑자기 서글픈 표정으로 발을 감싸 쥐며 애원하는 표정이 된다. 재방: 엄마~ 나 발이 너무 츠거워서 그래요. 딸: (깔깔거리더니) 차갑다지 츠겁다가 뭐야? 재방: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뜨겁다…… 그러니까 ….. 차갑다와 뜨겁다 사이에서 헷갈림의 기로에선 우리 재방이. 멀고도 먼 한국어 마스터의 길. 엉터리 한국말 하면 어른들이 귀여워 웃는 것이 그렇게 싫어서 죽어도 한국말 안 하던 아이가 이렇게 재미를 붙이게 된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지라 츠겁던지 따갑던지는 뒤로 하고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그런데 재방아! 너 그거 아니? ‘츠겁다’ 라고 쓰면 워드에서도 빨간 줄 쳐진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