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방을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여러 님들의 글을 마음에 담으며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님들의 글을 호기심의 대상으로만 훔쳐보지는 말자\'는 글을 읽으며
에세이방의 문턱 하나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자꾸만 자꾸만 이 방에 애정을 느끼게 되면서
이제는 나도 마음을 옮겨 보고 싶다는 의지가 싹트면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심스러이
님들의 글에 댓글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적에..
도가도님 글에 제가 올린 댓글이 두고 두고 제마음에 불편하게 남았습니다.
우연히도 도가도님의 메일주소를 알게 되어
메일로나마 혹시 오해를 사셨다면 사과를 드리고 싶었었는데
다행히도 본인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조금 놀랐을 뿐 기분이 상하지는 않으셨다고
친절하게 답변을 주셨습니다.
박실이님께도 댓글에 얽힌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
읍내 터미널에서 광주와 진주라고 적힌 지명을 보고는
하동의 도가도님과 영암의 박실이님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도를 펴 놓고는 몇 날 몇일을 들여다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족에게 매일 한 가지씩 착한 일을 쌓아가며..^^
남편의 동의를 구한 후에...
어이없게 들리시겠지만 김장도 서둘러 해 놓고..ㅎㅎ
여행 전날 죙일 착한 일 많이 하고..
솔직히 고백하자하면..
부엌에 때빼기, 욕실에 광내기, 맛난거 해서 쟁여놓기..
(맞습니다.. 느~ㄹ 해야 하는 일을 닥쳐서 했을 뿐임니다..ㅠ.ㅜ)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전화번호도 나누었지만
차마 쑥스러워 통화 넣기가 어려웠었는데
추우니 옷 든든히 입고 내려오라\'는 박실이님 전화에 감동먹고
최종적으로 우편함을 확인하는 순간
전 다시 한 번 \'떠나서 만나야만 한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두 분께 오전에 따로이 멜을 보내 놓고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신확인을 눌렀는데
도가도님 2006-12-05 21:55
박실이님 2006-12-05 21:55
두 분이 동시에 시와 분까지 일치하여 열어 보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전 운명의 만남\'이 될 것이라는 필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드뎌 가조(지명)의 멋진 물안개길을 뚫으며 출발하였습니다.
산길 물길 굽이굽이 돌 적마다 눈인사를 하며 야호를 외치고만 싶었습니다.
“안녕~ 산하야(^^) 나야~ 나~.. 이따 또 보자~ 나 오늘 시간 마~너~ㅎㅎ”
손바닥만한 노트를 꺼내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그 순간들을 적고 또 적었습니다.
눈을 씻고 다시 바라보게 되는 월출산의 장엄한 풍광을 지나고 나서
운명적 만남이 기다리는 독천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우리 알아볼 수 있을까요? 라는 전화통화에
재밌잖아요~ 일단 나갈께요.. 하시며 마중 나오시는 도가도님을
4차선 길을 사이에 두고서 알아보고야 말았습니다.ㅋㅋㅋ
5시간 넘어 찾아 오는 길이 50분도 채 안되게만 느껴졌듯이
6시간 이상을 한 자리에 앉아 마주하는데
1시간도 채 안되게만 느껴졌습니다.
밥과 정에 굶주렸던 사람들처럼
밥에 찬에 술에 안주를 끊임없이 먹으면서도
서로의 시선을 붙잡고 흔들리지 않는 우리들을 향해
산하님이 정작 진지하게 한 마디 건네십니다.
“너그들은 화장실도 안 가뉘~”..허걱..
그제서야 화장실도 다녀 오고..
밖의 해가 지고 있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초행길임에도 마다않고 와주신 도가도님은
허리가 22라나 뭐라나~..zz
첫 인상에서의 눈빛은 제 과\'라 여겼으나
그 아래 몸매는 제 과\'가 아니였습니다..ㅎㅎ
그 작은 몸으로 아이들을 우찌 키웠는지..
너무 기특하고 대견스러워서 꼬옥 품안에 안고만 싶었습니다.
헤어질 적에 그렇게 해 주고 싶었는데..
왜 못했는지는 그저 덮어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불찰 이었노라 고만 고백하겠습니다.
산하니~ㅁ..
너무나 넉넉해 보이시는 인품에 전광화석 같은 유머감각꺼정..
사오정파인 저는 그저 뒤로 넘어가기 바빴습니다.
지부지처에 이은 주언 2탄..
‘각일병’
오는 버스안에서 당최 이 단어가 생각이 안나 전화해서 묻고 싶었더랬습니다.
\'각.일.병-잔과 병이 오구 가기 힘드니 각자 한 병씩 앞에 놓구 시작하자\'..
그 귀중하신 조언 머리 숙여 받아들이겠습니다..ㅎㅎ
가게앞까지 배웅나와 주셨는데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정이 차고 넘치는 언냐의 뒷모습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싶어서..
이제사 고백하지만 솔직히 한복이 어울리실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꾸벅!
박실이님과 산하님이 함께 맞아주셨는데
두 분 모두 안색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았습니다.
박실이님이 이틀을 꼬박 앓아 누우신 동안 혼자 애닳아 하셨을
산하님은 긴장이 풀어지셨는지 잘 드시지도 못하시고,
앓고 일어나신 박실이님은 한 눈에도 얼굴이 환자처럼 부은 것 같고
말씀하시는 품이 입안이 다 헐으신 것 같아 우찌나 안쓰럽던지요.
내심 몇 날을 부산을 떨은 송구함과 죄송스러움에
초반에는 약간 긴장모드였습니다.
그.러.나.
반가움에 자리를 펴 주시고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 주시고
밥상이 술상 되어 가고
몇 마디 오고가는 와중에
이야기마다 이심전심이요
손뼉이 절로 마주쳐 지니
운명적 만남이라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도무지 난생 처음 만난 분들이라 느끼기에는
마음의 거리가 너무도 가깝게 느껴지고
말씀 끝에 보내주시는 눈빛에 애정(오해마시기를..^^)이 그득그득 이었습니다.
얼마나 그 분위기에 취했는지(이것도 오해마시기를.. 절대 술얘기가 아닙니다..^^)
평소 밥 한 공기에 그 많은 찬을 두루 섭렵했으면
배가 불러 힘들었을 것을..
도가도님이나 저나 도무지 배 부른 줄도 모르겠고
가는 시간 걱정 없이 마음에 여유가 가득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혼자 여행하고픈 생각에
길안내자로 따라 나서겠다는 남편과 아이들을 주저 앉히며 혼자 나섰지만,
아이들끼리만 있을 도가도님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점은
참으로 두고두고 뒤늦은 자책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실이님과 산하님께서 성가신 일임이 분명함에도
저희 둘의 가족들까지 챙겨주셔서 더욱 민망하였더랬습니다.
결국 도가도님 밤길에 혼자 보내드리고
박실이님 댁에서 하룻밤을 묵고는
꿈에 그리던 집을 나서며
아쉬움에 또 다시 새로운 꿈을 품었습니다.
다시 찾아 오마고.. 마루에서 조금만 더 오래 머물다 가겠노라고..
첨 본 동생들 챙겨 주시느라 피곤하시고 밀린 일도 많으실텐데
굳이 터미널까지 배웅해 주시고 차표를 손에 쥐어 주시고,
그도 모지라 매점에 끌고 가 간식거리를 챙겨 주십니다..
에구 고만해요~ 박실이니~ㅁ.. 눈물의 독천정거장\' 하기 싫어여..ㅠ.ㅜ
버스를 기다리며 터미널 나무의자에 앉아 ..
박실이님과 함께 배웅 나온 조카에게 실없는 소리만 해댔습니다..
박실이님은 끝내 귀경버스에 올라 탄 제 말문을 막아버리셨지요..ㅠ.ㅜ
목포에 내려 광주행 버스가 바로 있었음에도 바로 올라타지 못했습니다.
한숨 돌리고 싶어 차 한 대를 그냥 보내고 다음 차를 기다리는데
버스곁에서 조카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박실이님 모습이 떠나지를 않습니다.
그 장면이 왜 이렇게 무겁게 저를 잡아 끄는지..
올라오는 차안에서는 잠에 푸욱 빠졌습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독천행 홀로 여행을 또 꿈꿔 봅니다.
..
글로 정리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눈이 시리고 발이 시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 흥에 취해 부족하기만 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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