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컴에 글올리려고 컴터앞에 앉은지..오랜만이네요 요즘 제가 변하는지.. 차분히 글을 쓰는 일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방방 이리 뛰고 저리 뛰고만 싶습니다. 에너지가 넘쳐나나봅니다. 5개월넘게 홍삼엑기스를 먹고 있는데..그것때문일까요?
통 아컴활동을 하지 않는 제가 궁금했던지.. 보름전쯤에 문득 리니워니님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잘살고 있으니 안심하시라는 답변멜에 우리도 박실님댁에 가보자는 제의를 두번째멜에서 받았습니다. 반신반의 하면서 좋다 했습니다. 생각해보니..못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도 왠만큼 컸겠다. 차도 있고, 네비도 있고.. 무엇보다 가지말라 붙잡을 남편도..시집도 없으니.. 나만 허락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리니워니님과의 오고가는 메일속에 점점 구체화되는 여행길이 설레기만 했습니다.
지도를 쫙 폈습니다. 리니워니님이 사는 대구옆의 고령에서 오는 길을 살펴보고.. 내가 사는 곳에서 목포 가까이에 있는 영암까지 길이 어찌 되어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지도를 볼줄도 모르고..워낙 길치이기도 하고..했던 제가 낯선곳을 찾아 공부하는 모습에.. 세계일주 하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사뭇 짐작하고 미소지었습니다.
드디어 떠나는 날 토요일 아침.. 요즘 아컴활동에 뜸한 나를 차갑게 대하심 어쩌나 살짝 걱정도 하면서... 한번씩 사오정같은 짓을 하는 네비를 맘놓고 믿을 수 없어 지도도 옆에 끼고 출발했습니다. 며칠째 겨울비가 가랑가랑 오고 있지만.. 그것 때문에 기분나쁘지 않았습니다. 길이 잘 되어있었던지..박실님이 길찾기 편한곳에 살고 계셨는지.. 고맙게도 비교적 쉽게 찾았습니다..두시간이 걸리더군요. 리니워니님보다 한 30분 먼저 도착했던 저는... 박실님..산하님 궁금해서 저답지 않게 먼저 남도한정식 문을 열었습니다.
박실님..... 어찌 말씀드릴까요? 첫인상은 생각보다 연세가 있으시구나 였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29살 딸이 있으니..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구나 였어요. 글들이 너무 고우시니.. 마냥 30대 또는 40대 초반일거라구 생각했나봐요.. 산하님..... 정말 반전이었습니다. 다시는 댓글마다 얼마나 여리시던지.. 이슬만 먹고 사실분이라 생각했는데, 개그우먼이었습니다..산하님 댓글에 속지마시어요. 두분이 동업하시는 것은 그날 처음알았습니다. 리니워니님... 뽀얀 피부와 밝은 갈색머리에 역시 밝은 갈색눈을 가지고 계셨어요. 언뜻 외국인 같은 느낌도... 순 한국토종이라 우기셔서...아,네에... 고개를 끄덕였지요. 살림꾼이셔요. 그날도 직접 떡케잌을 해오셨어요. 저는 어림도 못내는....
들여오는 음식이 어찌나 거하던지... 전라남도에 한정식이니..얼마나 상다리가 휘어지겠습니까? 솔직히 겁부터 났습니다.. 우리 둘이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그런데 왠걸..박실님..산하님이 내내 곁에 계주셔서 같이 이야기하고 반주하고 5시간쯤 지나니..바닥이 나더군요. 식당손님 맞는 일에 우선이어야 할텐데.. 너무나 우리곁에 계시어주셔 죄송해서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저희때문에 일에 지장이 있음 안되는데..... 그런데,..너무나 즐겁게 정겹게 같이 계셔주셔서..너무나 편했습니다. 오월님,,아리님,,도영님은 비주류이시라면서요? 저희는 주류중에 주류였습니다. 특히 박실님..리니워니님...어찌그리 술에 강하시던지.. 박실님 혼자 사시는 님답게..\'지부지처\' 가 몸에 배신 분이셨습니다. 무슨 뜻이냐구요? 지가 부어서 지가 쳐마신다 라는 뜻이랍니다... 마실줄 아는 우리가 넘 좋다라시며 위 세분을 못마땅해하셨습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것 같아 잠시 모가지가 뻣뻣했습니다. 아, 도영님의 과매기 또는 과메기도 잘 먹었습니다. 첨 먹는 것이었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박실님..제 팔뚝을 보시더니.. 어찌이리 생겼냐구... 어떻게 이걸로 살아내구 있냐구... 눈가에 이슬 맺히시는데... 제눈엔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제 팔뚝이 참새다리보다 얇거든요.
박실님..집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목적이 박실님의 음식도 음식이지만, 집이었거든요. 냉큼 따라나섰습니다. 술취한 우리에게 어두운 겨울바람은 시원하기만 했습니다. 과연 제가 상상하던 대로였습니다. 마당이 있는 정겨운 시골집...잔디도 키우시고.. 다만..박실님집앞이 훤히 자연으로 펼져있을 것란 생각은 오버였던 것 같습니다.^^ 조그만 창문에 대나무잎이 그리워져 있는 걸 보았습니다. 리니워니님은 그것이 박실님에게 글쓰게 하는 힘 아니냐고 너무 아름답다 하였습니다. 저에게 동의를 구하는데, 난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하얀 창호지문에 드리워져있는 대나무잎 같다 하였더니, 그건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눈빛을 보내십니다.
자꾸 자고 가라 하시는데..집에 떨구어논 아이들이 걸려 어둔 밤길을 나섰습니다. 정말 분위기 너무 좋았는데..저때문에 망쳐진 느낌이 들어 세분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담엔..겨울방학땐 아이들 꼭 데리고 와서 묵고 가라는 말씀을 단단히 하십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낮 11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막 잠에서 깬 아둔한 목소리로 받았습니다. 버릇없이 산하님,박실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먼저 전화드렸어야 했는데... 리니워니님은 해질녘에 도착하셨나 봅니다... 오는길은 멀어도 그리 느끼지 않으시는 것 같더니.. 가는길은 멀긴 멀다 토해내시네요.. 정말 먼길이지요...6시간동안 몇번을 갈아탸야 하니...
감사합니다. 산하님,박실님..리니워니님..그리고 아컴여러분... 여러분과 인연이 있다는 것이...컴터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저의 세계를 넓히는 길이 될줄은..... 제게도 이런 삶이 있다는 것을 이혼했을때도, 아컴에 회원가입할 때도, 불과 한달전만 해도 진정 몰랐었습니다. 그래도 어쨌튼 사는 일이 죽는 것보다 낫긴한가 봅니다. 긴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