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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병원 이야기<편견>


BY 도영 2006-12-10

 

십년동안 살림만 하던 서울 사는 여동생이 전공을 살려서 3개월전부터

다시 병원을 나가게 되었다

결혼전 정신과 수간호사로 일했던 만큼 동생은 정신병원에 근무를 하게되었고

정신분열증 환자들과 같이 지내야 하는 동생에게

가끔씩 뉴스에 등장하는 정신병 환자들에 사건사고를 들먹이며 걱정을 했었다.

 

걱정하는 내게 동생은

“언니..정신병 환자치고 마음 못된 사람이 없어.마음이 너무 여려 극복을 못해서..병원신세를 지는거야  다들 때 안묻고 얼마나 착한지 몰라..”

동생은 걱정하는 언니인 내게 걱정말라며  이해를 시켰다

 

그후..

동생을 통해 병원이야기를 간간히 듣다보면 내가 가슴이 저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처음 병원에 출근 한다 했을때 내가 걱정 했던것이 편견이였고

미안할정도로 그들은 순수하고 남한테 피해를 주지않는 ...오히려

타인들에게 상처을 입고 세상을 외면 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동생이 관리하는 환자들중 몇몇분 이야기와 환자들과 때론 씨름을 하거나

아픈 영혼들을 달래주는 경호원중에 24살 박 경호원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환자중 자칭 영부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여인은 간호사들도 영부인라고 인정을 해준다한다

남편은 대통령 자신은 영부인.그래서 대한민국 은행은 내맘대로 주물른다고

큰소리 치는 영부인은 친정엄마가 면회를 오면

간호사들한테 은행가서 영부인인 내 이름을 대고 돈 찿아 오라고 달달 볶아 제낀다 한다.

그러면 동생은 정감 있는 목소리로  “영부인..은행가니까..돈 안주던데요..”하면

영부인은 한풀꺽여서 아...나는 대한항공 딸이지 하면서

엄마손을 잡고 병실로 들어간다 한다.

 

내 추측컨대 자신의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멸시를 당했거나 심한 모욕을 받은적이 있어서

그만 마음의 병을 얻은것은 아닌가 추측을 해보기도 했다

동생은 그런 영부인을 보면서 정신이 아픈 와중에도 엄마에게

돈을 주고 싶어 그러지 않겠냐며 안스럽다  했다.


사십대 중반에 한 여자 환자는 세딸을 두고 발병을 하여 이혼을 하고

병원에 들어왔다했다.세딸에 어머니인 그녀는 파란색이 아니면

절대 상대를 안하는데

머리띠도 파란색.옷도 파란색.양말도 파란색.온통 파란색이라 했다.

 

하루는 시어머니가 그래도 한때는 자신의 며느리라서 안스런 마음에

쉐타를 사왔는데 시어머니가 사온 쉐타가 파란색이 아니라며 시어머니에게 난리를 폈는데

시어머니는 인생이  불쌍해 한번씩 오거늘..하면서 심정이 상해서 돌아가셧다했다

파란색만 좋아하는  그 환자는 파란색에 얽힌 아련하고 따뜻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파란색에 얽힌 슬픈 사연이 있던가..


어느날  새환자가 들어 왔다 했다..간호사들이 지어준 이름 앙드레문.

앙드레 문 이분은 집에 도둑을 맞고 몇날며칠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급기야 입원을 하게되었는데 차트상 남자는 남자인데 콧날이 쪽 선데다가

몸매가 가늘가늘 하고 손마디가 길고 곧아 마치 여자손 같다고 했다

게다 뽀얀 피부에  목소리 또한 우아해서 천상 여자 같아서 여잔인가 했단다

 

입원할 당시 앙드레문은 푹 눌러쓴 벙거지 모자 아래에

웨이브가 진 머리칼이 나폴 거렸고

라인 들어간 여성스런 뽀얀 코트를 입고는

열쇠를  손가락 끝에 걸고서  훼훼 돌리면서 간들간들 여자 걸음으로

입원실로 들어가는데 차트를 재차 확인해 보니 남자인 문..모모 였다 했다.

게다 벙거지 모자를 벗는데 벙거지모자 귀밑에서 찰랑 대는 조금전 웨이브머리

와는 달리 윗머리는 대머리라서 앙드레문이라고 했다며

그환자도 어찌나 마음이 곱던지..도둑맞은 충격에서 좀처럼 못벗어 나다가

약물치료를 얼마간 받고 상태가 호전되어 밝은 얼굴로 퇴원을 했다 했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남자 환자는 입원할 당시는 나는 정상이라며 속을 섞이더니

상태가 좋아지자 하루종일 책만 보다가도  옆에 환자가 간호사들을 달달 볶으면

“얘..나랑 놀자..”하면서 미안해 하며 데리고 간다했다

 

어느 젊은 총각은 자기 엄마를 강간하는 환청이 들려 스스로

입원을 하러왔다했다

몸도 마음도 지극히 정상인데 그놈의 환청 때문에 너무 괴로워서

어떤날은 밥을 먹다가 식판을 뒤집어서

연유를 물어보니 “귀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가 나서 화가 나서그랬다며

미안해 하며 슬픈 표정을 짓더란다..얼마나 괴롭겠나.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정상인데 오로지 귀에서 환청이 들리니

얼마나 본인은 환청과 싸우며 얼마나 지치겠는가.

 

수십년 혹은 수년된 환자들은 면회객을 그래 그래 기다린다 했다.

명절이 되면 병원 분위기가 술렁대는데

기다리던 면회가 이루어지면 환자들은 한동안 평온함을 유지한다했다

마음이 아파서 병원신세를 지는 그들에게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선물이 아닐련지..


60초반에 영현이 할머니..

이분은 집안도 빵빵하고 이대 비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발병을 하여

결혼도 못하고 이십대부터 병원 생활을 하셨는데..

예순이 넘은 나이인데도 외모가 출중하다 했다.

요즘들어 건강상태가 좋지가 않아서 오늘 낼 곧 세상을 등질것만 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 영현이 할머니를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동생은 스물네살에 박경호원 이야기를 했다.

 

박경호원은 체대를 졸업한 모델같은 몸매와 얼굴이 돋보이는데다가

어찌나 인정스럽고..예의바르고 하는짓이 상큼한지 요즘 애들이

버릇이 있니 없니 해도 그건 극소수라는 생각이 들었다했다.

박경호원이 조금전 언급한 영현이 할머니를 그렇게 챙기는데

영현이 할머니가 씻지도 않고 밥도 먹지않고 약도 거부하면서

대소변을 못가려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데도 박경호원은 영현이 할머니를 꼭 끌어안고

밥도 떠먹이고 약도 억지로 먹이면서 영현이 할머니를 보살핀다 했다.

 

박경호원은 영현이 할머니한테 두둘겨 맞아도

등을 꼭 끌어안고서

“우리애인~ 우리 애인~ ”하면서 영현이 할머니를 챙기는데

영현이 할머니가 손등을 할켜도 구박을 해도 끝까지 약을 혹은 밥을 떠 먹인단다

그 영현이 할머니가 요즘 건강이 악화되어 자리를 보존하자

아름다운 청년 박경호원은 교대시간이 되면 영현이 할머니를 다시 한번더 들여다 보고는

인수인계 하는 간호사들한테 “우리 영현씨..잘부탁해요..”하면서 퇴근을 한단다.

 

노래방에서 환자들이 노래를 하다가 막히면

186센치에 운동을 다져진 몸을 날렵하게 날려 노래방으로 들어가서

환자들이 못다한 노래를 마무리 지어주고 나온단다

노래도 얼마나 잘하고 율동도 멋잇던지 환자들도 그순간은 즐거워서

어쩔줄 몰라한다

 

젊고 싱싱한 박경호원...그보다 정신이 나이 만큼 젊고 싱싱한 청년

검은 양복에 무스바른  8대2의 머리 스타일을 했을때는

30대 초반 같은데 회식자리에서 앞머리 내린 모습으로

신세대 옷을 입고 나타났을때 이십대 본래 나이로 되돌아와서 다들 몰라봤단다.

 

병원 주방 아줌마들은 경호원 바꿨어요?물어보고

병원장은 “새 경호원 왔나요?”물어보고

동생은 “누구세요?”했다나....

증세가 심해진 환자들을 침대에 묶을일이 생기면

박경호원은 마음이 아파서 살짝 묶어 놓기가 일쑤여서

박경호원이 묶은 환자들은 오분이면 다들 풀고나온단다..

풀고나온 환자들을 다시 다독거리고 안정시키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나오는 박경호원을 보면 동생은.

뉘집 자식인지 ...그의 부모님이 정으로 키우셨네..생각이 든단다.

 

너무 마음에 결이 고와서 결이 거친 세상에 적응을 못해서 정신이 아픈 사람들.

어쩌면 나역시도 이 힘든 세상을  견뎌내지 못해서

이 세상을 회피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진적이 있었을련지도 모르겠다.

마음여린 그들보다는 강한 정신을 타고나서

그럭저럭 세상과 타협하고 살지도 모르는 나는

처음 동생이 정신병원을 간다 했을때 우려햇던 편견을 버려야만 했다

 

며칠전  겨울비가 싸늘하게 대지를 적시우는 날에

암 회색에 겨울하늘을 보면서..

박 경호원과  스스로를 영부인라 칭하던  그녀와

파란색만 좋아하는 여인과 여자같은 남자인 앙드레문..환청이 듣기싫어서

식판을 엎어버린 청년.

그리고 박 경호원에 애인인...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영현이 할머니가 생각난 이유는 왜일까

나는 자칭 영부인도 파란색만 고집하는 그녀도 앙드레 문도 서울대를 나왔다는 책만 끼고사는 아저씨도 식판을 던져버린 그청년도 미모에 영현이 할머니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

겨울비가 몰고온 감상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십년전쯤 우울증을 앓다가 돌아가신

내 엄마가 가여워서 생각이 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며칠전.....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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