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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59

너! 나쁜 년이야! 그냥 욕 먹어~(맏며느리의 비애)


BY 오색여우 2006-11-29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나이가 젊으면 젊은대로 늙었으면 늙은대로

다들 고부갈등이란 문제에서

자유스런 사람은 별로이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별난 시누이나 시동생이

더해진다면 그건 거의 지옥수준일 것이고.....

이건 역시 상대적인 입장에 놓여진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늙은 시어머니를 구박하는 못된 며느리가 없는 건 아니니.....

운이 좋게도 나의 경우는

시가나 친정의 양쪽을 다 둘러봐도 크게

견디지 못해서 죽고싶고 홧병이 도질만큼의

갈등은 별로이 없었던 탓에 견딜만 했던것같다.

물론 이건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기준이 다른탓에 다른 사람은 나와 같은 환경에서도

견디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자신을 생각할 때

남에 대해서 대체로 그러려니 하는 편이고

울 곰곰이의 표현을 빌자면

은근히 꼬장부리며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니.....

다만 같은 말을 해도 내가 하면 더 곱게 들리고

이상하게도 상대편이 쉽게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타고난 잇점도 있기는 하단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는데 많은 덕을 보는 것 같아서

이렇게 낳아주신 친정 엄마께는 감솨~~~한 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새고 있는데,

어쨋거나 저쨋거나

내 오랜 친구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 친구는 나름대로 열심히

기도도 하고, 마음 공부도 많이하고,

웬만한 일은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다.

웬만하면 \'나 손해보지 뭐. 그럼 다 편하잖아.\'

하는 이 아이에게서

그래서 살면서 친구지만 종종 많은 걸 배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친구도 도저히 시어머니랑 한집에서

사는 일만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남의 집 맏며느리로서 내 친구는

그 많은 제사며 녹록지 않은

많은 집안 행사들을 군말 한번 없이

결혼한 그날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잘 해 왔다.

그리고 만만찮은 손위 시누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서까지 뒷바라지를 군말없이 해온 터였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렇게 고되게 살면서

 시어머니 생활비를 대기위해 직장생활까지 하는 친구이다.

나라면 하루도 못 버틸것 같은데

어찌 잘 해내는지 곁에서 보는 내가 다

감탄할 지경이던 터였다.

세명의 손위 시누들은 시어머니가 편찮으셔도

코빼기도 안 내밀고 직장생활하는

내 친구가 병원으로 집으로 다 모시고 다녀야했다.

그런 친구가 시어머니랑 한집에는 못 살겠다니......

하긴 가끔씩 뵙는 그 분은 보통의 노인네는 아니었다.

자기속으로 낳은 내 친구의 시누이나 남편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통을 부리는 노인네니......

그 누가 그 노인네를 감당할 수 있으랴.

시어머니랑 한 집에 살게 되면

친구가 먼저 죽게 생겼다는 것이다.

참 이해는 되지만  그건 내가  친구의 사정이나

속내를 다 아니 그러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그 상황만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시어머니랑 살기를 거부하는 것은

그 이면이야 어떻든 나쁜 년이 되는 것은

\'말해 무삼하리요\'가 아니겠는가.

바로 옆집에 모셔놓고 한 집에 살듯이 하더라도

밤에 잠잘때만이라도 다리 뻗고 자고 싶다는

친구의 우습기도한 작은(?) 소망은

이 땅에선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을 일이 되니......

참으로 난감하고도 불쌍한 소망이었다.

그래 친구는 이제 늙었으니 한집에서 살겠다고

들이미는 시어머니를 어찌하면 같이 안 살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나에게 상담 겸 하소연을 했다.

 

나-친구야. 그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란다.

친구-어떻게?

나-너, 나쁜 일 하면서 욕을 안 먹으려니 어려운거야.

     그리고 착하다는 말에 길들여져서 그런거고.

친구-????

나-감정적인 문제 접어두고,

     니네 올케가 니네 친정엄마랑 못 살겠다고 그러면

     니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 거야?

     친정 올케 나쁜 년이지.

     니네 엄마같은 사람 어디있냐고 하고 싶지?

친구-........

나-니네 시어머니 별난 거 알아. 그리고 나라도 못 모시고 살아.

     너 이해해. 내 친구지만 그래도 너 나쁜 년인건 틀림없지.

     너 살자고 남편낳아준 사람을 거부하니까.....

     내가 이해한다고 해도 그 상황이 바뀌진 않아.

     다만 이해하는 나는 널 욕하진 않을 뿐이야.

     니 남편이 그 일로 섭섭다고  하거든 미안하다고 하고,

     니네 형님들이 너보고 나쁜 년이라고 하거든

     그냥 조용히 욕얻어먹어.

     나쁜 일 하면서 욕안얻어먹을려 하지말고

     그냥 욕먹어.

     사람들이 시끄러운 건 난 나쁘지 않다고

     변명하느라 그런거니까 그냥 인정하고

     \'난 나쁜 년이오.\'

     인정해 버리면 생각보다 쉽지.

 

 

집으로 돌아간 내 친구는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시누들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집만 달리하되 모시듯이 하겠다고 했단다.

처음 한 동안은 시끄러웠지만

\'나 나쁜 년이오.\'

라고 계속 목을 들이밀었더니 나중엔 다들 묵묵 부답이더란다.

내가 말해 주고도 잘 한건지 못한건지.....

지금도 헷갈리는 일이다.

니가 죽어도 모셔야한다고 해야했는지,

나쁜 년되고 따로 살라고 한게 잘 한 일인지........

이 땅에 사는 모든 맏며느리들의 고민이 아닐지.....

게다가 내 친구도 시어머니랑 한 집에 사는 것을

거부한 것 외에는 별 험이 없는 이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대한민국 맏며느리들의 비애임이 틀림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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