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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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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딸


BY 올리비아송 2006-11-22

올해 초 먼저 하늘나라로 간 친구의 딸(중2)이 처음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러 서울에 오는 날이다.
처음엔 혹시나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조심스러웠는데
아이는 일주일만에 오겠다고 연락이 왔고
오늘 그 첫 상담일이다.
선약이 있어서 11시 약속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하니 한창 상담이 이루어 지고 있다.
지난번 뵐때보다 친구의 친정엄마는 많이 얼굴이 밝아지셨고
말씀을 하실적마다 얼굴에 미소까지 띄우시는게 열흘전이랑 많이 변해 계셨다.
 
 
 
 
상담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얼굴이 상기되어 먼저나오는 친구의 딸..
입술에는 피어싱을 해서 번쩍이는 물체를 달고 있고
귀도 뚫어서 바늘같이 아래로 갈수록 뾰족한 귀걸이를 하고있다
아마도 저 아이의 마음이 바늘과 같지 않을까 싶다.
\"00아 오랫만이야..그동안 많이 이뻐졌구나?\'\'\'아주 멋쟁이네,
 우리 맛난거 먹으러 가자. 뭐 좋아하니?\"
\"아무거나요.....\"
\"그럼 오늘은 외할머니도 계시니까 밥집에 가서 밥먹자..\"
 
 
 
 
 
가을비가 조금씩 내려서인지 땅이 축축해 있고 바람까지 부니 아마도 내일이면 더 추워지지않을까 걱정이다.
요즘의 날씨로 계속 겨울도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나이 들어 가면서 점점 겨울이 나의 두려움의 계절이 되어가고 있다.
밥집 정원앞에는 노랗게 감이 익어서 한층 고즈넉한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그런데 00아 밥먹을때는 피어싱한거 빼놓구 먹으면 좋을거 같은데...\"
\"싫어요..이거 빼면 나중에 끼우기 너무 힘들고 뺄때 아프거든요..\"
\"이모가 너를 보면서 밥을 먹으려는데 조금 무섭기도 하고 기분이 썩 좋지가 않거든..그래줄래?\"
모서리 증후근이 조금있는 나는 지금도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다고 하면 어디까지 도망가고픈 충동이 일어나는데 피어싱한것을 보고 있자니 오금이 저려 몸이 경직되는 기분이었다.
\"그럼 이모 이따가 거울주세요..\"
 
 
 
 
아이는 피어싱한것을 빼어서 휴지에 싸놓는다.
얼마전 학교까지 자퇴를 하고 집에서 홀로이 보내고 있는 아이
어느날 갑자기 가족이 해체가 되고 고아나 다름없이 되어버린 아이
모질게 외로워도 모질게 사나워져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너의 상처는 내가 다 이해를 못하겠지만 그래도 강하고 곧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데 너는 너무도 어리구나...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저려온다.
 
 
 
 
\"피어싱하면 어떤기분이야?\"
\"뭔가 성취감을 느껴요..그걸 해냈다는 성취감이요..아파도요..\"
그랬다 아파도 어떤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아이는 피어싱을 했고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어루만졌을께다.  엄마의 부재로 인한 아픔을 스스로 어루만질 수가 없어서 아이는 다른곳에 상처를 내어서 어루만지고 있었나보다.
그래도 얼굴엔 아직도 해맑은 미소가 번져있는 딸의 친구는 언뜻언뜻 친구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일학년때 짝꿍으로 시작하여 올해 초까지 같이 호흡하며 살아온 세상에 달랑 홀로이 딸을 남겨놓고 떠난 친구...
 
 
 
 
 
내가 너의 딸은 어떻게 제자리에 옮겨놓을지 무척 걱정스럽고 혼란스럽지만
너의 딸 얼굴을 보니 아직도 희망은 있어보이는구나.
너도 어릴적에 무척 활달하고 이쁘고 명랑해서 부모님들이 단속단속하시면서 키우셨던게 기억이 나는구나..항시 옆에 두고는 못 지켜보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씩 우리동네로 상담을 하러 온다니 내가 힘닫는 데까지 지켜봐 줄께...하늘나라에서 묵묵히 지켜봐다고..
 
 
 
 
\"00아 이모가 말이 너무 고루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모도 너랑 동갑인 딸이 있잖니 너희 들은 아마도 10년후면 너무도 이쁘게 자라있을꺼라 믿는단다.
항상 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잊지말았으면 하고 나이드신 할머니도 도와드리고 늦잠만 자지말고 나중에라도 니가 꼭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건강이 허락치 않으면 못할 수도 있으니 일주일에 3번이라도 운동을 하고
미국에서 살다왔으니 영어는 잊어버리지 않게 공부하는거 잊지말고..영어를 잘하는것도 너의 재산이거든...\"
 
 
 
 
 
너무많이 얘기하면 아이들은 잔소리로 들리겠지
주섬주섬 피어싱을 다시 끼우는 아이...그리고 다음주에 꼭 상당하러 오겠다는 아이
아이는 자신의 아픈마음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던것인데 진작 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또 어디론가 방황하려는 아이...
\"오늘은 할머니랑 같이 왔으니 할머니랑 집에 들어가고 나중에 혼자올때는 니가 좋아하는 친구도 만나고 놀다가렴...알았지?\"
 
 
 
 
저렇게 이쁘고 순수하고 가련한 아이를 학교에서 잡아주질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냈을때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가을비와 함께 단풍은 더욱더 고운 자태를 뽐내고있고 차를 타고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에 가득차 보인다.
 
 
 
 
\'사랑한다...아이야...잘 견뎌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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