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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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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 이불속 나쁜이야기


BY waterflower 2006-11-21

우리에게 너무나 힘든 시절이 있었다.

단독주택에 살았던 나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낄 맘으로

길 건너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박스를 넘봤다.

제법 입을 만한 아이들 옷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까칠한 경비아저씨에게 걸리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렇게 바리바리 아낀 돈이 한 순간 시숙보증으로 날라갔다.

연탄피는 전세 600만원에서 시작해 사천만원으로 옮긴지 몇달만에.

우리는 그렇게 낭떠러지로 떨어졌고, 세상사람이 싫었다.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마구 패주고 싶었다.

그렇게 빚을 갚고 또 빚을 이고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왔다.

 

이사와서도 우울함에 허우적거리던 어느날!

남편이 음료수 한병을 들고 들어와 흥분했다.

\"아니 유명한 음료회사가 이럴수 가 있어!\"

하며 내민 것은 판매 1위의 \"\"\"\"\"\"\"\"\' 였다.

병 안에는 하얀 부유물이 둥둥 떠 있었고, 병마개는 따지도 않은 상태.

내일 슈퍼에서 다시 바꾸기로하고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런데

그 날 뉴스에서 우유회사에 독극물을 넣겠다는 협박성 사건에 온 나라가

시끌시끌했다.

밤은 깊어 가는데 우리는 잠이 오질 않았다.

정직-의 가훈은 소리없이 어둠에 묻히고 우리는 소곤거렸다.

입밖으로 그런 나쁜 일을 구상하는 것이 부끄러워, 행여 어린 아이들이

들을까 두려워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나쁜이야기를 구상했다.

 

\"여보, 우리 이 병이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지 몰라\"

\"더도 말고, 우리 빚 갚을 돈 이천만원으로 하자\"

\"혹시... 추적 당해서 잡히면 어떻하지\"

\"걱정 마 !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되니까\"

 

우리는 서로 바른 마음, 바른 행동 의 모습은 없었다.

은행의 이자독촉 전화에 시달리던 차에 우리에게 음료수는 희망의 메세지였으니까.

 

그 다음날

남편은 그 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 회사 음료수에 치명적인 불량이 났다. 이러면 되느냐

그랬더니 그 썰렁한 대기업 여직원 왈!

\"대리점에 문의하세요\"

\"에구구\"

남편은 용기를 내어 다시 공중전화를 이용해 대리점에 전화걸었다.

소장을 만났다.

\"아니 ! 음료수에서 이런 것이 나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유통 과정중에 생긴 문제니 바꿔 드리지요.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될 일이요.  이거 이거 안되겠구만\"

\"선생님 !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원하기는 뭘 원해요. 식음료를 좀더 깨끗히 잘 만들라는 얘기지요

 아이들이 마실 음료에 이런것이 있으면 안되지요.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기업이 정신을 차릴 거 아닙니까!   하 하 하!

 

이천만원을 받으면 일단 은행빚을 갚아야지 하며 가슴 졸이던 나는

골목어귀에서 남편을 만났다.

\"음~~ 잘 되었군!

남편은 아무말 없이 그저 웃기만 햇고, 과자 한 박스가 들려져 있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와 남편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상황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은 무슨 과자냐며 좋아했다.

 

사람이 시련이 닥치면 나쁜생각을 하게 된다.

나쁜생각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행동에 옮겨서는 안된다.

만약 우리가 그 일을 성공했더라면 우리의 양심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뻔 했고,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울것인가!

 

지금은 산동네를 내려와 집도 장만했고, 그 과자를 허겁지겁 먹은

아이들도  감사하게 잘 자라주었다.

바른마음, 바른행동은 언젠가는 꼭 복을 준다는 믿음이 꼭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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