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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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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에서


BY 영영 2006-11-04

긴급 대책 회의 사항이 있으니 아파트 입주민들은 저녁 식사 후 8시까지

아파트 관리소 2층 회의실로 참석하시라는 방송이 나왔다.


왜 그러는지는 몇 달 전부터 두세 차례의 엘레비터에 붙은 공지문과

방송을 통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집일이 우선이니 입주민 대책회의까지

쫓아다닐 여력은 없었다.


근데 어 저녁엔 왠지 궁금도 하고 집에 있는 딸아이에게 맏기고

잠시나마 마실 이라도 가는 거 겸해서 입던 차림에 모자만 덮어 쓰고

관리소에 가니 임대회(임시대책위원회)와 입대회(입주자대표회의)간에

어떤 이견이 발생하여

회의 장소를 아파트 노인회관으로 옮긴다는 거였다.


나는 뭔지도 모르고 회의에 나온 주민들을 졸랑졸랑 따라서

할아버지들 방 입구에서 화장실 찌린내가 약간 나는 노인정에 들어가니

누가 미리 틀었는지 강당같이 널따란 방은 따끈따끈 하게 덥혀 져 있었고

몇몇 엄마들은 벌써 와서 렌지에다 커피 물을 끓이는 중이였다.


임대회에서 급히 논의 할 문제는 다름 아닌 아파트 전세입자와

입주자 모두 살리기 대책마련회의라고 한다.

 

앞에서 임대회대표가 설명하는 말을 들어가며

안자 있는 사람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세살짜리 아이를 안 고 나온 젊은 엄마로부터 아저씨와 연세 드신

할머니들까지 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예전엔 언제 반상회라도 선뜻 참여 해 본 적이 있었는가,,

밤 시간을 빼앗김이 구찬어 겨우 벌금이나 면해 볼 심산으로

손가락 안으로 꼽을 횟수였는데,

 

어저녁의 노인정에선 젊은 아기엄마에서 할머니까지 왜 그렇게

귀하게 느껴지던지

모두에게서 살아있는 냄새가 푹푹 풍겨져서 모처럼에 안락하고

푸근함이 가슴에 좍 흘렀다.


몇 달만의 외출은 참으로 여유롭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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