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설겆이 끝에 두 어달 전에 담근 포도주를 뜨다가 문득 포도주에 대한 우스운 기억이 떠
올라 \'키-익\'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고등학교 2학년때 일인가 보다.
그때 내짝 순자와 나는 술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한참 이야기 하다가 \'그래, 우리 한번 마셔
보자. 먹어 보면 안 알겠나\'.
그래서 또 무슨 술로 할까? 의논 하다가 독한 술은 안되니까.포도주로 결정 지었다.
누가 창밖에서 봤으면 무슨 거국적인 大事라도 모의 하는 줄 알았을꺼다.
그때 나는 오빠집에서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저녁에는 오빠와 교대해서 사무실도
지키고 오빠 가족들과의 단란한 시간에 방해가 되지 않기위해 일부러 사무실에 딸린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내가 혼자 심심하다는 걸 안 순자는 자주 놀러와서 나와 시간을 보내 주기도 했다.
쥐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러 가듯이 포도주 사러 가긴 가야 하는데 또 용기가 없어
망설이다가 나보다는 더 활발한 순자가 갔다 오기로 했다.
시골이다 보니 다 아는 사람이고 소문도 금방 난다
그때는 왜그리 소문이 무섭던지...
순자는 포도주를 사면서 묻지도 않는 말까지 했단다.
\'오빠 친구들이 자꾸 사 오라고 해서...\'
그래서 우리는 권커니 자커니..하며 포도주 한병을 둘이서 다 마셨다.
천장이 뱅뱅돌고 갑자기 벽이 불룩 튀어나오고...
그런 상황에서도 순자는 집에 가지 않으면 엄마 한테 혼난다며 일어서는데
나는 도저히 일어 날수가 없어서 \"순자야. 저 포도주병 가다가 어디 좀 버려줘.
낼 아침에 오빠 오시면 혼난다.\" 했다.
순자는 가다가 아무데나 버리면 될것을 술이 취해 놓으니 그 술병을 들고 집에까지 갔단다.
딸이 밤 늦게까지 놀다 오면서 술병을 들고 오니 그 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니, 이기집애가 밤늦게 다니면서 술까지 먹냐?\"고 호통을 쳐서 보니 제손에 술병이 들려
있더란다.
순자는 할말이 없어서 \"아니, 길에서 줏었는데 씻어서 물 병 할려고...\"
말하는 순자 입에서 술 냄새가 폴폴나니 그 어머니는 더 더욱 놀라시며
\"그럼 길에서 줏어서 마셨단 말이냐? 어떤놈이 마시다 버린줄도 모르고???\"
그뒤부터 순자는 제가 무슨말을 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횡설수설 하다가 어머니께 두어대 쥐어 박히고 잠 들었다는것 외에는 기억을 못 한다며
그 이튿날 교실이 떠나가게 웃었다.
지금에야 한맥주 마시기도 하고 소주도 일잔 마신다.
취하여 보는 세상은 더욱 아름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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