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86

가을 바람 소리를 들으며(영암의 박실이 집에서 )


BY 아리 2006-10-28

가을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 용산역으로 달려갔다

 

내 옆좌석에 앉은 아름답게 나이를 드신 할머님의 고운 자태에 아랑곳 없이

엠피에 꽉 채웠던 음악을 듣기 위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라 그러면 그대가 보이리라~\'

 

끊지 못할 아픔과 그리움과 끈끈함들을 모두 떨쳐내고 오리라

서울의 이 답답함을 모두 ...털어내고 오리라 ..

 

어린 손주를 키워주신다던 할머니의 조용조용한 말소리가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

껌을 하나 내어주시고 ...언니 집을 찾아가신다는 ...

어린 손주들이

\"할머니 맘만 있어? 내 맘도 있지!\"

라는 말처럼 내 맘도 있고 며느리 맘도 있기에 그 무엇이든 하고픈 말은 내어뱉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신다는 ...

정말로 이쁘면 내 자식을 품어주듯 꼬옥 안아주는데

처음에는 당황하고 부끄러워 하던 자부도 이제 그걸 고요히 받아들이며 사랑스런

눈짓을 전한다는 ...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좋은 분을 한 분 뵙고 기차는 목포에 도착했다

 

박실이네 집은

대지가 140여평인

전형적인 남쪽의 일자식 가옥인데  앞뒤로 감나무 무화과 나무가 운치를 더해주고

앞잔디 뒷장독 모두 한 눈에 한창에 보이는 전망좋은 집이었다

침대에 누우면 맞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고

그 순하고 좋은 공기는 내 숨통을 트이기에 충분했다

5분거리에 박실이가 운영하는 남도한정식 집에

아침이고 저녁이고 돌아다니다가 들어서기만 하면 산해진미가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지고

마치 동화에서나 만나는 북풍이 가져다 준 식탁보를 선물 받은 느낌이었다

......

세상에 이렇게 편하게 손님대접 해주는 곳에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더구나 바깥주인이 안 계신 집을 통째로 우리에게 내어주고 ...

내가 잘 때 입는 옷으로 준비한 트렁크 팬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가득찬 집이었다

 

침대를 따뜻하게 뎁혀놓고

언제고 그안으로 기어들어가

수다가 시작되면 무엇이든 귀귀울여 주는 좋은 친구와의 정담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

 

내 가슴 속 깊은 작고 섬세한 마음까지 예리하게 더듬어 내는 친구들

이 친구들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친구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늘 글과 전화로 마음을 모으고 살았다는 걸 실감했다

 

얼마나 편하던지 둘째 넘 시험만 없으면

이박 삼일이 아니라 이십박 삼십일을 보내고 오고 싶었다

더구나 그 신선하고 부드러운 공기와 달디단 물

보들 보들 녹아드는 물에 세수를 하는 그 ..신선함

보성 차밭 유달산 율포 등 등 돌고

산낙지 준치 무침 전어 무침 배가 터져 배탈이 나도록 실컷 먹고

절대로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보고였다 손가락이 휘도록 야무지게

나무 젓가락에 야무지게 낙지를 감아서 건네는데는 ..

 

박실이 곁에 있는 친구 산하는

본인의 입으로는 한복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우리가 어딜 가자한다면

한복 다리러 가야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는데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다가 한마디씩 툭 툭 내뱉는데

모두들 배꼽을 쥐고 웃기에 바쁘다

더구나 다음날 단란 주점에서 보여준 ..그 구성진 목소리

정말 사람 여럿을 잡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경상도 말로 전방 다 부숴진다던가?)

 

도데체가 누가 누구의 남편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으로 친구를 챙기고

믿음과 존경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참으로 진한 사랑과 우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어느때고 ..후딱 짐싸서 제게 달려오라는 친구가 있음에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그애가 담아준 김치 덕택에 나의 배가 높아질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도 함께

 

이건 여행이 아니었다

상당한 엔돌핀 제조장이었고

차고 넘치는 사랑 속에서

충분한 휴식만이 가득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박실이가 혼자서 감내하고

긴장하고 잃어버리고 살아왔던 시간을 훔쳐보면서

돌아오는 날 감추었던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데

안겨있는 박실이의 가슴은 그 어떤 남자도 대신 해 주지 못할 만큼 넓고 깊고 푸근했다  

 

오늘도 가을 바람이 가슴을 후려치고 있다

가슴을 파먹으려고 한다

바람을 이겨내고 서야 하는데 ..

 

 

고맙다 친구야 !!!

왜 그렇게 많은 꽃다발들이 네 생일에 도착하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더 주지 못해 안달을 떠는 네 모습이 진정 너무도 아름답고 아릿한 걸 어쩌겠냐  

꽃보다 더 깊은 가슴으로 널 안아주고 싶은 너의 지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

또 보자 ..자꾸 자꾸 보자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