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48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BY 봄날~ 2006-10-28

벌써 10월도 3일을 남겨두고 있다.

얼마전까지 계절을 무색케 할 정도로 한낮엔 덥더니만 이젠 완연한 가을 날씨다.

아니 아침저녁으론 제법 쌀쌀하니 춥기까지 하다.

이러다 가을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닥쳐 오는건 아닐까.

 

눈만 뜨면 정신없이 챙겨서 일터로 나와 앉아 있으니 단풍놀이다 뭐다 주말이면

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누가 그런다. \"일년을 헐어 놓으니 금방이다\" 라는 말을 요즘 실감하면서 살고있다.

나이 마흔을 넘기고 나니 하루하루 보내는 시간들이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허전 하면서도

심란한지....

 

결혼하여 이곳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이십년이 다 되어간다.

나이를 먹지도 않고 늘 그자리에 머물줄만 알았던 지난 날들이 어느새 나의 키보다

더 자란 아이들의 엄마로 자리하고 있다.

 

큰 아이의 약을 처방 받는 일로 대구의 대학병원에 가는 일이 많다.

시골에서 유학와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까지 오랜시간 살았던 곳이지만

갈 때마다 낮설게 느껴진다.

많이 달라진 도시의 풍경들에서 그런 생각이 더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동성로 한일극장을 주 무대로 참 많이도 돌아다녔었는데...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카페 \"카사블랑카\" 팝송을 흥얼거리며 드나들던

음악감상실....참 좋았던 때였다.

 

그리고 기억나는 동아백화점 앞의 런던제과점...

나의 20대 초반때의 기억으로 생각된다.

포항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막 타려던 찰라 어떤 한 신사가

명함을 건네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자기는 쥬니어 옷을 소개하는 책의 표지모텔을 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보고 한번 해 볼 생각은 없냐면서....

그리고 대구의 런던제과점 앞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난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편 머릿속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 신사의 말이 사실일까.

 

나같은게 어찌 표지 모텔을 한단말인가.

혹시나 나쁜마음을 먹고 나한테 접근한건 아닐까.

온갖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약속장소에 나갈까 말까 나가지 않으면 그만일텐데...

한참을 망설이다 일단은 한번 만나보기나 하자 싶어서 제과점 앞으로 나갔다.

 

수많은 인파에 뒤섞여 두리번 거리며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그 신사가 먼저와 있었다.

나의 마음속에는 처음보는 그 낮선 신사가 아무래도 나쁜마음을 먹고 접근했다는 것으로

결론짓고 그 신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랬더니 신사는 할 수 없다며 제과점으로 나를 부르더니 동생들 갖다 주라면서

빵을 한보따리 사주었다.

 

그리고 그옆 서점으로 들어가서 책을 한권 선물 받았다.

무슨 에세이집으로 기억하는데 책 제목은 기억나질 않는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기분이 야릇했다.

무엇에 홀린것도 같고 그때의 상황이 믿기질 않았다.

 

아마도 나의 공주병...아니 왕비병이 그때가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다.ㅎㅎ

공주병이란 말은 남편이 나에게 한번씩 던지는 말이다.

그러면 나는 한술 더떠서 왕비병이라고 맞받아친다.

 

지금은 아줌마라는 이름으로 푹 퍼져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인상 좋다는 말을 들으면

당시 한창 꽃다운 이십대 그 이름만으로도 이쁠때가 아니었을까.

 

한번씩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간들이 좋다.

흐뭇한 미소를 짓고 일상의 시름일랑 그 순간만이라도 잊을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만약 그 신사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참 순수했던 그 시절....

이젠 일상의 때가 묻고 삶에 찌들은 한 아줌마가 되어 그 순수했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