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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16

밥 같은 친구


BY 서툰사랑 2006-10-26

\" 너...꼭 결혼해야 겠니?..그 사람하구 말이야..?\"

 

조용하게 얘기하는 친구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이 있었다.

나름 제 감정을 추스려서 얘길하곤 있지만

그 만한정도의 느낌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그런 사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내 결혼이 영 마뜩치 않았나보다.

사람은 좋지만 그 사람의 과거가 싫다는 얘기를 수없이 하곤 했다.

과거야 과거일뿐이라고 얘긴했지만...사실 나도 변명아닌 변명만 하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만난 친구였다.

친구는 \"고\"씨고 난 \"김\"씨라 학번은 친구 다음이어서

실험이 많은 과의 특성상 언제나 같은 조가 되었다.

첫인상이 너무 순하고 착해보여서 먼저 말을 건게 계기가 되어

우린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하루종일 붙어있고, 집에 가서도 수화기를 들고 밤새 얘길했다.

무슨 할말이 그리 많았었는지...

친구보단 덜 순해보였던지 대학 1학년 2학기때 난 CC가 되어버렸고

친구는 덜렁 혼자 남겨져버렸다.

훗날 자긴 정말 힘들었다고 얘기하는데..그땐 몰랐다..친구가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는...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비슷한 시기에 아이 낳아 키우자고 약속 했었는데,

그 친구가 지금 내 결혼을 막고 나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난 서둘러 결혼을 했고, 허니문베이비로 생긴 큰아이를 출산할 무렵

친구는 어학연수를 떠나버렸다.

 

큰 애가 12살이 되도록 친구는 결혼 하지 않았다.

인연이 안되서 그렇다며 그냥 설렁 설렁 넘어가던 친구가

작년 겨울 느닷없이 결혼한다고 연락이왔다.

인연을 만나려고 이 긴 시간을 보냈나 싶을정도로 남편은 친구에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결혼은 그리 늦게 하더니 애는 1년만에 낳아 또 한번 나를 경악케했다.

노산이라 병원에 갔더니 자긴 완전히 봉이었다면서 농담을 하는 친구.

늦게 낳은 녀석은 지금 이종사촌 여동생의 얼굴에 매일같이 오선지를

그리는 악동으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출근하자 마자 메신저를 켠다.

로그인하고 친구에게 메세지를 날린다.

\"날씨가 춥다..감기 안들게 잘해...\"

그러고는 피식~웃음을 흘린다.

약국에 있는 친구한테 감기얘기라니...

우린 지금도 메신저로 수다떨고 고민상담하고...

몸은 떨어져 있지만 그리 실감나지 않는다.

자주 못보는 탓에 홈피에 들어가 친구 아이 커가는 모습도 보고...

 

지금도 메신저에 깜빡깜빡 불이 들어온다.

친구다..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면서 드라마를 본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대사에 이런말이 있었다.

\"친구는 3종류가 있다. 밥같은 친구,약같은 친구,독같은 친구.

밥같은 친구는 언제나 곁에 있어서 눈에 잘 띄이지도 않지만

없으면 안되는 친구이고,약같은 친구는 내가 아플때 정말 힘이되고

빛이 되어주는 친구,독같은 친구는 겉모습은 화려하고 유혹적이지만

내 삶에 있어서 독이되는 친구..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언제나 같이 있는것 같은 친구..

나에겐 정말 없어선 안되는 친구..

이 친구는 나에게 밥같은 친구이자 약같은 친구이다..

.

.

 

나도  이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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