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지?...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앙앙거리면 상대는 더 멀어지는 듯 하고,
관심에서 탁 멀리 놓아 버리면 가까이 닥아드는 것 같으니.....
예전에 젊디 젊을때 남편에게 너무 기대고 바라고 하면서 징징대고,
늦게 들어 온다고 울고불고 할때는 매일 늦게 왔었다. -아마도 우리
아파트에서 제일 늦게 들어 오는 아빠 였을게다-
막상 내가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도 손에서 놓여나고, 시간에 여유가
나면서 취미 생활도 하게 되면서 남편에 대한 집착을 탁 놓아버리니까
그가 가정에 충실 해 지는것 같았다.
그렇다고 엄청 불성실 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원체 친구 좋아 하고
잡기에 능한 사람이었고 신앙생활도 안 할때니까 집보다는 밖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젠 아이들이 그런 때가 된것 같다.
훌쩍 성인이 되어서 자기 자신에 책임을 질 나이라고 큰소리를 친다.
그렇지만 아직도 내눈엔 미숙하고 겉만 어른인 것을....
정이 많은 난, 좀 섭섭하다.
남편에게 와는 또 다르게 아이들에게 너무 살갑게 닥아 가길 원하는
나의 애살은 좀 애들에게 부담을 주나보다.
아이들은 엄마의 자리에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있어 주길 바라는것
같지만, 가끔씩 소스라치게 놀랄만큼 난 나이를 먹었다는 걸 느낀다.
예전에 50대의 여자들을 보면 ,별 재미가 없어 보였다.
지금 내 자신이 그 나이가 되어 있잖은가!
내가 되어 보니 나름대로 살만한 멋진 나이가 아닌가?
하긴 \"안살면 어쩔건데?\" 하고 물으면 키키 웃을 수 밖에 없지만....
젊지도, 그렇다고 많이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나이....
고운때는 가셨지만 사람에 따라 고운 모습도 있는 나이...
마음은 젊은데,몸은 그렇지 않은 갱년기를 겪는나이...
가끔 신경을 좀쓰고 모양을 내고 나간날, 예쁘다는 인사성 한마디에
소녀처럼 달뜨는 그런 나이....
길에서나 차안에서 훤칠한 젊은이를 보면 혹시 내자식의 짝으로는
어떨까 하면서 눈길이 가는 나이...
길에서 놀고 있는 볼이 바알간 아이들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이는 나이...
어느날 남편의 귀밑 머리가 희끗해지고, 나도 염색을 하는 날짜가
짧아지는 나이....등등
참 표현할 말들이 많기도 한 나이이다.
너무 이쁜 계절이라서 일 하기가 힘들다고 정 많은 이웃이 말했다.
그래,
나무들도, 하늘도, 모두모두 이쁜 계절이다.
계절이 이쁘면 이쁜대로, 계절이 바뀌면 바뀐다는 이유로, 날씨가
궂으면 또 그렇다는 이유를 달아 힘든 시간들을 보낸다.
곧 겨울이 올텐데....
머지않아 추운 겨울이 닥아 들거라는 불안감은, 인생의 겨울이 닥아
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겨울도 닥아들고 있으니....
멋지게 늙을거라고 야무지게 말하던 친구가 생각이 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만나서,
국화향기 그윽한 차라도 나누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어야 하겠다
멋진 중년을 위하여....
아름다운 황혼을 위하여....그 아인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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