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결혼 할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내 의도가 아닌 이사람과의 옥신각신 끝에
어거지로 이끌려서 여관앞에까지 오게 되었다는게 몹시 불쾌했다.
더구나 지금 이곳은 오빠와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가 아니던가.
젊은 처자인 내가 남자와 여관 집 문 전에서 서성거린 다는 걸, 지나다 본 사람들은
어떤 오해를 할까 라는 생각까지 드니 사지가 움츠러드는듯한 민망함에 괴롭기까지 했다.
왜 나를 이곳으로 데려 왔냐고 여관이라는 이름 조차도 말에 넣기가 싫어서
여관을 \'이곳\'이라고 가리키며 약간의 신경질 섞인 억양으로 물으니
그는 배가 너무 아파서 아무래도 서울까진 도저히 못 가겠어서 여기에서 있다가
내일이나 내려가야 되겠다는거였다.
그럼 이곳 인천에서 그가 일하는 과천 현장까진 거리가 꽤 만만치 않은데
내일 아침 출근은 어찌 하실거냐고 하니 다음 날도 쉬는 날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일은 자기집이 이사를 하는 날이라고 그랬었다.
그래 낼이 이사면 집 일이 무척이나 바쁠텐데 여길 오면 이삿짐은 누가 싸냐고
오빠가 걱정스레 물었고, 나는 그상황에도 나를 만나러 온 그가
희안해서 그렇게도 내가 보고싶었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건 착각이었고 실지로는 신경 쓰이거나 몸소 움직여야 될 구찮은 일이 있을땐
집 일이 어찌 되던간 피해 다니는 한마디로 가정을 돌 볼 줄 모르게 자란
그의 외향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집에서 오빠에겐 잠깐 나갔다가 일찍 들여 보내겠다 하곤 나와서
복통이 난다는 이유로 이렇게 붙잡고 늘어지고..
지금쯤 오빤 들어오지 않는 여동생을 조마조마 걱정을 하고 있을 거 라는걸
자기도 불 보듯 너무도 잘 알건데
자기보다 여섯살이나 아래인 한참 막내동생 같은 날 이렇게까지
못 들어가게 하는 그가 너무 대책이 안 서서 속이 상했다.
그치만 아퍼 죽겠다고 윽윽`` 대는걸 보니 여자도 아닌 남자가
얼마나 아프면 이러겠는가 싶은 안타까움과 약간의 동정심도 들었기에
모르는 사람도 아닌 사람을 놔 놓고 냉정하게 돌아 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랬는데,, 결혼 한 후로 어쩌다 한번씩..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날의 일을 떠 올리는 순간에는
가슴에 큰 바윗돌 같은 응어리가 콱콱 치 받는 이유는 무얼까..
서울로 정히 못 가시겠으면 들어가서 약 더 먹고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암치 서둘러 가시라고 했다. 그리곤 여관 집 출입 구 앞에서
일분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안녕히 가시라며 인사를 하곤 황급히 발길을 돌려 돌아섰다.
헌데 그순간,,
\"사람이 아파 죽는다는데 이렇게 떨렁 혼자 놔두고 무슨 사람이
자기혼자 들어 갈 수 있는거냐 \" 면서 뛰어 와서는 뒤에서 핸드백이랑
옷을 꽉 잡아 당기는 거였다.
한마디로 여관앞에서의 젊은남녀가 투닥거리며 실갱이 하는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싫다고, 아픈사람을 두고 나만 들어가는것이 나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진 정말 못하겠다고
혼자서 계시다 잠들면 괜찮아 질거 아니냐면서 마구 뿌리치니
그럼 방에까지만 들어가서 조금만 더 앉자 있다가 가 달라고
사정사정을 했다가 너 이렇게 야박하게 굴면 나중에 좋은소리 들을 줄 아냐면서
반 협박도 했다가 훈계도 했다가 그야말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사람을 오도가도 못하게 만드는거였다.
자신의 욕심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술이 났을땐 아무 허물이 없는 멀쩡한 사람에게
마치 큰 잘 못이라도 했다라는식의 정직하지 못한 말로 덮어 씌워
상대를 가슴 아프게 하고 난처하게 몰아가는 자신의 어머니와 누나들의 성미와
말씨를 평소엔 순수해 보이던 이사람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점점 비슷하게 닮아간다는걸
많이 느끼곤 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니 그때부터도 이미 이 사람은
어머니나 누나들의 성격과 많이 닮은 타입이었다는걸 느끼겠다.
그상황까지 되니 젊은 아가시가 여관앞에서 남자하고 실랑일 벌이는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 볼 것같아 수치스러움에 챙피해서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고 자존심이 상해 미칠것 같았다.
이 사람이 만일 나와 결혼 할 사람만 아니었다면 정말 너무 미워서
어떻게 하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판단력과 생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했는가
날 오도가도 못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이사람을 일단 달래서 방으로 들어가는걸
보고 나와야되겠단 생각에 그만 여관 현관안으로 쏙 뛰어 들어가고야 말았다.
쥐꼬리라도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