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소한 일상의 풍경들이 조금은 서럽게 다가온다.
하다못해 기울어져가는 달모양을 보는 일까지도 내모습을 보는듯하다.
엊그제는 길을 걷는데 앞에 아주 조그만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젊은 새댁의 모습과 그 조그만 애기까지도 서럽게 다가왔다.
\'아... 나는 이제 저런 조그만 천사를 만날일은 당분간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서러웠고, 나보다 8살이나 어린 동생이 낳은 아이들조차도 유치원을 다니는것까지 서러웠다. 도대체 내동생은 또 언제 그렇게 나이만 먹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세월이 가는것이... 시간이 흐르는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을 살고 있어도 내일... 아니 계절을 지난 미래의 시간이 다가오는게 보이고, 그걸 준비하게 되는 삶의 기술이 축적된 자연스런 내모습이 보인다.
젊어서는 빨리 늙기를 바랬다.
가슴 가득한 열정도 버거웠고,
알수 없는 미래를 빨리 만들고 싶었다.
사랑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는 일들에 지쳐가서 빨리 사랑따위의 감정에서 자유로울수 있는 나이가 되고 싶었었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에게 내나이를 말해야 할때 숫자의 무게때문에 말을 더듬거리게 되는 나이가 되어보니
사랑따위의 감정은 사랑따위가 아니었다.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었고
가슴 가득한 열정은 국가와 사회에서 내가족 내자식에게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버거운 상태이고 그 열정을 알아주지 않는 내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고 있고,
알수 없는 미래의 내모습은 어느정도 만든것 같은데...
미래는 항상 미래.
내일의 내모습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것은 그때보다 더 치열하다는것을 알았다.
때로 뇌를 지나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전혀 말하고자 했던 단어가 아닐때 당황스럽고, 나는 아직도 여전히 가슴에 열정 가득한 나라는 사람 그대로 인데 내 딸은 나의 키를 추월해 갈려고 하며 자신의 열정에 빠져 엄마의 한숨을 듣지못한다.
가을이다.
한낮에는 아직도 무덥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것이 꼭 지금 내나이가 계절로 치면 가을이지 않을까 싶다.
오늘밤은 귀기울여 봐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다.
귀뚜라미 너라도 울지 말아다오.
너라도 이 시간을 조금 더 붙잡아 다오.
우리 너무 급하게 살아왔으니 이제 좀 천천히 가야 하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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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렸을때 소망했던 내꿈들은 이루지 못하고 그냥 엄마가 되었지만
이제 마흔이란 숫자앞에 서서야 그때 흘려보낸 시간들이 눈에 보이며 후회가 됩니다.
자식은 자식, 남편은 남편, 일은 일.
이제 나의 시간을 가져보려합니다.
내가 미뤄두었던 꿈들을 향해 움직여 보려 합니다.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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