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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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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날.


BY 오월 2006-10-18

사무실에 앉아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우거진 숲의

휭해져가는 느낌이 그대로 느껴져 가만히 앉아 있을수가 없습니다.

도로 공사를 하기위해 가로수인 은행나무를 한 곳으로 모아 심어둔

공터에 마른 풀숲을 헤치고 찾아가 보았습니다.

풀 숲에 아직도 노란 민들레꽃이 있고 하얀 개망초가 있고 달맞이 꽃이

있고 계절을 잊고 핀 장미 몇 송이도 있습니다.

 

먼저 떨어져 쌓인 은행잎은 짙은 갈색으로 금방 바람이 불어 반짝이며

수없이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은 검은 아스콘 포장과 대비 되어 길위에

노란 별들이 쏟아져 내린 듯 합니다.

덤불숲에는 어디를 향한 조아림인지 한 곳을 향해 흰머리를 수 없이

조아리는 갈대들을 보며 왠지 마음이 숙연 해 집니다.

 

이십대에 씨 뿌리고 삼십대에 가꾸고 사십대에 밭 이랑에 들어

쭉정이든 알곡이든 내 노력만큼 추수한다 했는데,난 무얼 추수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이 계절만큼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붉은 사과 한 알.

사르락 거리는 노란 벼 한 줌.

속이 꽉찬 파란 배추 한 포기

수확할게 없네요.남의집 밭 이랑을 서성거려 봅니다.

그래도 군데군데 노란 들국화는 참 소담하게 피었습니다.

 

추운 고장이라 감이 열리지 않는 곳이랍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하늘만 향해 실속없이 키만 큰 감나무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래도 올 봄 노란 별 모양의 꽃을 피우고 손톱만한 감들이 열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더니 이제 붉은 단풍이 들어 가지가 드러나는 감나무엔

야속하게 감 하나 열려있지 않습니다.

 

똑,똑 감잎을 땄어요.

그리고 모퉁이 빈 공터에 심어둔 토마토 밭에 갔더니 이제 익기를 포기한 푸른

토마토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기에 꼭,감만한 크기의 토마토를 골라 감잎을 따낸

감나무 가지에 꼭 찔러 감이 열린것처럼 위장을 해 두었지요.

 

현장에서 돌아 온 우리 기사님들 \"사모님!사모님.감 하나가 열려서 빨갛게 익어가고

있어요.\"난리가 났습니다.

그거 감 아니거든요.

이 가을에 제 가슴에 붉게 익어가는 그리움이랍니다.

뒤 돌아봐야 하는 계절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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