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일날 먹은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서 엄마에게 전화했었다.
지난번 그 미역 좀 더 구해줄 수 없냐구...
엄마는 단박에 차겁게 거절했다... 니 시엄니에게 알아 보래나...
미역 좀 사 주라는 딸의 구차스런 부탁이
시엄니 잘 못모시냐는 째지는 고함소리로 되돌아와 가느다란 전화선을 타고서
내 얇은 고막을 찢어놓는다...
내 얕은 가슴에 물결이 인다...
지난번 휴가때 노골적으로 우리 가족이 머물다 가는 걸 싫어해서
하룻밤도 자지 않고 그냥 돌아갔는데...
나중에 한다는 얘기가 내가 용돈을 한푼두 안 줘서 섭섭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나...
사위가 아이들 몇일 머물게 하는것이 미안스러워 드린 돈은 용돈이 아니란 말인가...
그것두 삼일두 안돼서 동생네 집으로 보내 놓구선...
눈물이 찔끔 났다구...
내가 머물면서 친정밥 먹는건 귀찮은데 용돈은 기다려진단 얘긴가...
사위가 하숙비조로 드린 돈 이십만원 중에 십만원을 아이들 신발 사주라며 호기롭게 내줄 때
끝까지 거절 안하고 내가 받으니... 눈물이 찔끔 났던 것이다...
나에 대한 감정이 안 좋던 차에
내가 하는 미역 부탁이 귓등으로나 들리겠느냔 말이다...
@만원 받고도 뒤돌아서 금방 배신을 날렸던 엄마인데...
내게서 용돈을 받지를 못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는 엄마 때문에
웃었다...
그리구 반성했다...
내가 뭘 많이 엄마에게 잘못했나 보다... 내 엄마에게... 하구...
그러니 그깟 미역 구해달란 부탁에도 벌집 쑤신 것 같이 난리구나...
섭섭한 나의 마음은 털끝만치도 헤아리지 못하는 엄마...
아니 헤아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엄마... 지만...
평상시 딸 집에 죽이 끓는지 밥이 끓는지 관심두 없는 엄마..
굶어 죽기야 하겠냐 하는 굳건한 믿음...
맞벌이 하느라 밤낮 정신 없이 바삐 사는 딸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는 살림을 잘 사니까... 이렇게 대책없는 믿음을 보내줄 때는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해 뜰때 나가서 해 질때 들어오는 내가 살림을 잘 살면
얼마나 잘 살겠냐고요... ㅎㅎ
하지만 그런 일방통행식인, 내 사정을 알려고도 알 수도 없는 엄마지만
눈물 나게 섭섭했다는 말에 나두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미역 땜에 엄마에게 호되게 당한 후 내가 다시 전화하나 봐라
하면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문자가 온다...
언니... 안 바쁘면 전화 좀 해... 하면서...
생전 가야 먼저 전화하는 때라고는 별로 없이 뭐 물어볼 때 말고는 없는데
왠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했더니...
추석때 애들 한복 입혀 오냐고 물어본다...
왜...
엄마가 우리애들 한복 입은 거 한번도 못 봤다고 없으면 사입고 오라고 했단다...
ㅎㅎ 우리 차례지낼 때 입고 금방 벗어놔... 애들이 감당이 되니... 한복이...
옷 있는데...
없으면 싸게 파는 싸이트 알려 주려고 했다면서 살짝 하는말...
엄마 요번 추석 지내고 금방 미국 간단다...
그래?? 알았다...
뚝.
애들하고 삼일두 같이 못 있으면서 애들 한복 입나 안입나는 왜 궁금하대?
그리구 가면 가지 왜 부담가게 살짝 돌려서 내게 얘기해주는 건 뭐야?
듣고서 모른척 할 수도 없고...
생전 소식 전하는 법두 없음서 이런건 왜 알려준단 말인가...
암튼
또 내게서 생전 받은거 없다는둥...
눈물이 찔끔 나오게 섭섭했다는둥...
양심의 가책에 불을 당기는 억지소리 안듣기 위해서라도 봉투를 준비해야 했다...
엄마에게 엄마... 미국 간다며??
엄마... 살짝 웃으며 으응... 니한테는 얘기하지 말라 했는데...(나는 너한테 알리려고
안했는데 니가 스스로 알아 버린거니 내 책임 아님...)
나중에 봉투를 내밀며...
엄마... 이거 여비에 보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난 엄마... 봉투를 꺼내 돈을 헤아린다...
헉... 이렇게 많이 주나... 내 입 막을라구 그라나?? ㅎㅎ
그래... 제발 입 좀 다무셈...
엄마는 봉투에서 돈을 얼마간 꺼내서 동생에게 내밀며
@@야... 이거 니 줄까??(니 공이 크니까... 우리 나누자...)
나... 속 뒤집혀 죽을뻔 했다...
영수증 안 받아두 될라나?? 자꾸 오리발을 내밀어대니...
엄마... 자꾸 오리발 내밀지 마... 나 돈 그 때두 드렸는데 왜 안 받았다구그래...
통장 찍어봐봐...
시꺼... 니가 나 일억을 줬다 해도 내가 못받았다하면 안 받은겨...
할말 없음...
한복 왜 안 입혀 왔냐는 얘기는 커녕 한복의 ㅎ자두 안 꺼내는 엄마... 동생두...
헤어질때 엄마 표정... 몇날 묵은 변비가 해소된듯한 유쾌상쾌통쾌한 표정...
돈이 약이야...
나두 지독한데가 있다...
엄마에게서 미역을 얻어와서 미역국을 끓였다...
근데 그 미역 맛이 아니다... 엄마 집에서 먹었던 그 미역 맛이랑 틀리다...
미역두 여러가지 사두나 부다...
추석날에서 몇일 지나서 있는 내 생일날...
혹시나 했지만 역시 엄마의 전화는 없었다...
몇일 지나 엄마는 미국에 갔지만...
또 역시나 전화는 없었다...
나두 눈물이 찔끔 난다...
가슴과 가슴이 통하지 않는데는 무엇이 약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