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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54

양여사2


BY 올리비아 2006-10-16

 

엄마의 환갑잔치를 치룬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벌써 칠십을 앞두고 있다니...


우리 4남매 외국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한 부모님께 모처럼

 

효도여행 보내드릴 계획으로

몇 년 전부터 계돈을 모으고 있었다..


드디어 엄마의 생신을 맞이하여

두 분께 태국여행을 권하니


역시나 하이 히틀러이신 아버지

단호하게 안가시겠다고 하신다.


기대 만빵했던 우리의 양여사..

깊은 한숨 내쉬며 한풀이가 시작되는데..

민요 한곡조가 따로 없다.


‘난 니 아부지 때문에 내 평생

비행기타고 해외여행은 절대로 못가볼끼다~

집 앞에 나가 보믄 말여~

시장에서 장사하는 논네들도

여기저기 안 가본 곳 없더라~~

내가 이 나이에 뭐가 부족해서

해외여행 한 번도 못 가본다냐~~

더 이상 기운 빠지면 가라고 등 떠밀어도 못가는디~~

에이구 내 팔자야~야들아 태국이 그렇게 좋다메?“


.....안되겠다...--;

올케언니를 비롯한 우리 세 자매.

양여사 긴급구출 프로젝트를 구성하기로 했다.


3년전 아버지 칠순 때 역시도

아버지의 완강한 거절로 인해 여행이 무산되었건만


이번에도 또 아버지의 단독권 행사로 인해

양여사의 행복추구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으니


더 이상 엄마의 의견을 무시한

아버지의 독선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엔 양여사의 생신이고

본인이 그리 가고 싶어 하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우린 엄마를 위하여 할 수 없이

아버지께 정면도전을 하기로 결정 했다.


아버지가 안가시면 우리가

엄마를 모시고 다녀오겠다고..


아버지가 안 가신다고 하면

엄마 역시도 못 갈 줄로만 알던 아버지..

순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니 아버지도 함께 가자고.....

역시나 아버지의 무쇠 고집은 여전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내가

대전에 살고 있는 행동대장 길용이에게..

아니 길순이에게 (여동생의 가명) 전화를 걸었다.


“길순아~ 엄마한테 전화해서 

여권사진 미리 찍어놓으라고 해라..”


그리곤 양여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버지에게

끝까지 같이 가자고 설득해보라고 했다


며칠 후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야~ 니 아부지가 말이여~

뭐땀시 뱅기타고 그 멀리 외국까지 나가냐며

우찌나 날 볶아 되던지~ 시골 들판에 가면

누~런 들녘이 을매나 멋있냐는겨 글쎄~“

 

“그래서.. 뭐라 그랬어?”

“누런 들녘 지겹게 봐서 싫다고 했따!~“

 

“헉!..“


“누런 들녘 당신이나 좋지! 애들도

하두 봐서 별루 보구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에구 엄마는....큿~”


“근디 말이다~ 어제 저녁에는 왠일로 나보고

애들하고 같이 댕겨 오라고 하드라~~”

 

“어머머.. 왠일이시래~”

 

“그래도야 가는 날까진 모르는겨~

니 아부지 변덕이 보통 변덕이간~

그 마음 언제 또 바뀔지 누가 아냐~

에구 내가 요즘 눈치보고 지내느라 죽을 지경이다”

 

“하여간 아버지한테 잘해 줘~”


“그려~ 가는 날까진 숨죽여 살아야지~

내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디..

하여간.. 이번엔 내 꼭 갈끼다”

 

그렇게 대전에 사는 식구들

소리없이 여행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며칠 후.. 행동대장 길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순아~ 엄마 사진 나왔다니깐

니 얼른 가서 엄마 여권 만들어라~

너 괜히 아버지 앞에서 여행 간다고 들떠서 심란 떨다가는

여행이고 뭐고 다 수포로 돌아갈 수 있으니

엄마네 집에 가설랑 최대한 침착하고 신속하게!!이상!^^”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야 지금 길순이가 막 왔다 갔는디

집에는 들어오지도 않고 대문 앞에 서서는

나보고 빨리 사진하고 돈 5만원 내놓으라고 해서 줬더니

대문 앞에서  냅다 도망치듯 내삣다야~

야~갸 왜 그런다냐?“


캬~잘했다 길순이.. 역시 행동대장답다.. ^^*


“웅 말이지~외국으로 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하거든~

그리고 여권 만들려면 비용이 한 5만원정도 들어.

길순이 걔가 아버지 때문에 그런 걸 거야~^^“


“가스나 그래도 그렇지~

뭔 말이라도 해주고 가야할거 아닌가벼~

대문 앞에서 날강도마냥 사진하고 돈 내노라고 하더니

귀신처럼 사라 지드라니깐~난 또 뭔일인가 싶었지~

아참 ~그리구말여~ 니 올케가 말여~

바퀴 달려서 막 굴러가는 가방있지~그걸 사다줬는디~

가방 디게 좋아 보이더라~ 돈 좀 줬겠던디~“


이마트에서 사다 주었다고 하더만..

엄마는 올케언니가 사다 주는 건

무조건 비싼 거로만 안다.


반면 딸들이 사다 주는 건

무조건 싼 거로만 아니...

하여간 양여사 눈치 하나는 빠르다. ^^;;;


“웅~ 그러니깐 그 가방에다가 엄마 옷하고

필요한 거 미리 미리  준비해두고 있어.. 알았지?“

”그려...“

”아버지는?“

”웅~ 마니 편안해졌다..참 너 그거 아냐?“


“뭘?”

 

“이번 여행비 말여~ 니 아부지가 대 준댄다~

그러니 너희들이 모아놓았다는 계돈은 나중에 쓰도록 하거라~“

 

”켁! 정말?? 와~ 아부지 증말 멋지시다~~“

”멋지긴 무신..야! 그돈 다 내돈이여야~“


“엥 그건 또 무슨 소리래?”


“니 아부지가 말여~

내 통장에 몰래 꼬불쳐놓은 돈 있는거 알고는

적금타면 그때 갚는다고 그 돈 두달만 빌려 달라는 겨~.

만기가 안 되서 해약하면 손해 본다나 우쩐다나~.

에구~돈은 내 돈 쓰고~ 기마이는 니 아부지가 내고~

그래도 뭐... 어쩌냐~~갈려면 빌려 줘야지~“

 

히햐.....우리의 양여사...

 

얼마나.. 가고... 싶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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