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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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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칼안든 도둑딸년들..


BY 올리비아송 2006-10-10

 

 

 

 
 
추석당일날 각자의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무렵 형제들이
친정집에 하나둘 모여 들었다.
멀리 정선까지 다녀온 언니가 올해도 또 제일 먼저 도착이다.
오랫만에 만난 네명의 남자동서들은 장모님이 내놓은 복분자주와 동충하초주를 마시며 저물어가는 추석 밤을 꼬박 새울 작정인가보다.
 
 
 
 
다음날 아침에 사위들은 숙취에 배를 움켜들 쥐고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기분좋아 장모님의 복분자주에 점수를 두둑히 준다.
고구마를 케자는 제의가 나왔는데 엄마말은 도저히 불가능 하단다.
여름비 이후로 비가 안온 관계로 땅이 딱딱하여 호미가 1센티도 안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위들은 삽이며 호미를 챙겨서 고구마 밭으로 떠난다.
 
 
 
도회지 살면서 비가 많이 왔는지 조금 왔는지조차 알지도 못하고 그저 지내온 세월인데 시골에 와보니 비가 안온 결과가 확연히 나타난다.
먼지 풀풀 날리는 밭고랑이며 고구마 줄기를 낫으로 겆어내고 호미질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호미가 \'쨍\'하고 소리를 낼정도로 땅이 딱딱하다.
결국 삽을 이용해서 땅을 파헤치고 고물고물 조카들이 바구니에 고구마를 주워담느라고 분주하지만 제대로 된 고구마가 나오질 않고 삽에 의해 두동강이가 나거나 흠집이 생기니 농사 지어놓으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 괜히 죄스럽기도 하다
 
 
 
 
\"자네들 그만 고생하고 당장 먹을거만 캐고 나머지는 비가오면 우리 두 늙은이가 캘테니 그만들 하게나.....\"
\"아이고 장모님 그래도 장정들이 하면 금방하니까 걱정마시고
 계세요...\"
끈기하나는 나 따라올 자 없다고 못밖아둔 우리 남편의 말이다.
그러니 다른 사위들 꼼짝없이 고구마 밭에 웅크리고 앉아 고구마를 캘 판이다.
 
 
 
 
결국 하나도 남기지 않고 고구마를 캐온 사위들은 고구마 맛탕을 해달라
고구마 튀김을 해달라 아이들같이 보채드니 결국 메뉴를 바꿔서 대하를 구워먹기로 했다.
온식구가 넉넉히 먹을 정도의 대하와 회를 떠와서는 무쇠솥뚜껑를 뒤집어 그위에 호일을 깔고 소금을 듬뿍 얻어서 대하를 굽고 어제 남긴 복분자주를 또 먹기 시작한다.  \'오늘 집에 가기는 다 틀렸구나\' 일단 집에 갈것을 포기하니 술이 더 술술 넘어 가나보다.
이틀 연이어 술을 마시니 속이 편치 않겠지만 그 분위기에 또 취해서 술잔이 오고간다.
 
 
 
 
해가 중천에 걸려 있을때부터 시작한 대하구이와 소주판은 밤이 깊을때까지 이어지고 히프가 무거워 움직이기도 싫다며 작은 제부는 라면을 사러 동네 마트에 가더니 이때는 라면이 최고라면서 손수 끓여서 조카들도 주고 본인들도 맛나게 먹는다.
둥근달은 포도 덩둘 사이에 걸려 분위기를 더욱더 고즈넉하게 만들어 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다음날 아침
엄마는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여기저기 창고와 이방 저방을 들락날락 하시며 
다섯몫으로 몫을 나누신다.
이건 큰딸꺼 ....이건 작은딸꺼..이건 막내 아들꺼....
\"얘들아 엄마가 올해 농사지은 참깨로 짠 참기름 추석 선물이다....\"
\"엄마는....힘들잖아...조금 쉬엄쉬엄 농사도 짓고 그러셔...\"
\"그래도 아직 수족 멀쩡헌데 신경쓸것 없어...맛나게나들 먹어..\"
 
 
 
 
 
총칼안든 두둑딸년들은 헤벌쭉 텅빈 차의 트렁크를 열더니 바리바리 엄마가 쌓아준 곡식이며 반찬이며 과일을 꾸역 꾸역 싣는다.
올해도 또 난 확실한 도둑딸년이 되어서 엄마표 반찬과 농산물들을 싸들고 왔다.
 
 
 
 
 
\"나 어제 고구마 밭에 갈때 장모님이 하신 말씀이 참 가슴에 와닿고 순간 감동을 받았어...\"
\"무슨말?\"
 
 
 
 
 
\"자네들 보게나...저 넓은 땅이 내 청춘을 고스란히 바친 곳이라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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