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섬마을 추석은 열나흘 날 저녁에 조상님께 제를 지내고 다음엔 바다가에서 간단한 제를 지냈다 만선을 기원하는,
제가 끝 나고 구정물을 들어다 집앞 바다에 버리고 정지문을(부엌) 닫고 나면 우리들의 할일은 끝이었다.
살며시 어둠이 내리기 시작 하면 풋처녀들은 색동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머리엔 댕기를 달고 꽃 고무신을 신고 하나둘 동구밖에 모여들었다.
어느정도 모이면 손에 손잡고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원을 그리며 돌았다. 원 한가운데로 어린 아이들이 깡총깡총 뛰며 같이 돌았다.
한참을 돌다 보면 앞 산에서 만월이 살며시 떠올라 바다위에 황금길을 만들고 그위를 걸어 우리동네 어귀 까지 놀러왔었다.
그 밤내 동무들과 휩쓸고 다녀도 어른들은 나무라지 않았다.
명절날 밤은 무슨 일을 해도 허용이 되었다.
다음 날이면 의례 껏 남자애들은 어른들을 따라 산소에 가고 여자애들은 양은 도시락에 밥을 담고 반찬으론 꼬막 무침과 토란, 고사리나물, 마른 생선찜, 주먹만한 송편,사과 몇개를 담아 산 정상에 있는 바위로 소풍을 갔었다.
음식을 먹기전에 조금씩 떼어내 여기 저기 던지며 소원을 빌었다.
우리 아버지 고기 많이 잡게 해달라고,
가을 햇살이 머리위를 지나 넓은 바다를 향해 내달리면 우리들도 서둘러 하산을 하였다.
어느해 이던가 그렇게 소풍갔다 와서부터 여동생은 심한 열이 나고 아팟다. 그렇게 앓고 난후부터 우리집엔 먹구름이 감돌았다. 여동생 다리에 결핵성 관절이...
이번 추석도 고향에 가서 지낸다며
\"누이 누이도 올수있으면 고향으로 와요\"
남동생말에
\"그래 갈수있으면 가볼게\"
대답은 했지만 새 며늘아기 데리고 큰댁 가서 조상님께 고 해야 한다 새 식구가 들어 왓노라고 비둘기 처럼 잘 살게 해달라고...
올 추석엔 가야지 고향에 가야지 기다린 맘 또 다시 내년으로 미루고,
추억속 떠 올린 초롱한 어린시절 세월의 강 넘고 넘어,
초연한 그리움에 세월 자국만 맑게 흘럿어라~~
PS: 그동안 컴이 아주 못쓰게 고장 나버리고 작은 아들 장가 보네고 정신적으로 바빠서 컴을 새로 살 엄두도 못내고 지내다가 이제 조금 안정되서 오랬만에 컴에 앉아 봅니다.
아컴에 모든 님들 풍성한 충추절 맞으세요, 댓글 달아 주시는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