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들 녀석이랑 친정에 다녀왔다.
친정이라고 해야 오빠 내외 와 조카 들이 살고 는 오빠네 집이다.
정확히 말하면 올캐집 이라고 해야하나.
집을 옮기면서 올캐 앞으로 등기를 했다.
암튼 새벽 늦게 잠이든 녀석을 재촉 해서 길을 나섰다.
들판은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 논 내 밭은 아니어도 누렇게 물들어 있는 논밭을 보면
배부르다 는 느낌을 갖게된다.
부자가 된듯이.....
두시간을 달려 먼저 산소에 들렀다.
동네 공동묘지라 차가 산 중턱 까지 올라간다.
아들 녀석한테 물었다.
\" 넌 납골당 계시는 할아버지랑 산소에 계시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어느 편이 낫다고 생각해?\"
햇더니
\" 할아버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 심심하자나\"
한다.
\' 그래도 엄마는 산소가 있어서 좋단다.
살아계시진 않아도 엄마 아버지가 기다리는거 같아서\'
속엣말을 해본다.
녀석이 이해 할수 없을거 같아서이다.
산소에 도착해보니 다른 산소들은 다 벌초가 되어있는데
엄마 아버지 묘만 벌초가 안되어 있어 보기에 흉했다.
조금 화가 나서 오빠네로 전화를 했더니
올캐가 받아서 얼른 말을 돌린다.
안그래도 바빠서 내일 할거라고....
낫이라도 들고 왔으면 해놓고 내려 갈걸 싶었다.
엄마 묘엔 온통 들국화다.
\'웬일이래? 꽃 싫어하는 양반 묘에 웬 들국화?\'
엄마는 꽃을 싫어했다.
소녀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난 들로 산으로 꽃을 꺽으러 다녓다.
한아를 꺽어오면 단지나 심지어 세숫대야에 까지 꽂아 놓곤 했었다.
그러면 엄마는
\" 청승맞게 꽃 꺽어 오지마라. 난 꽃이 싫다.\" 하셨다.
참 이해 할수 없었다.
살아가면서 내모습이 엄마를 닮아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화분을 사도 꽃피는건 사지 않는다.
청승 맞아서가 아니라
꽃을 보면
내가 여자이고
꽃이 아름다움을 느껴야 하고
그러므로 내 생활이 잠시 주춤하는게 싫어서였다.
그냥 \' 꽃이네. 이쁘다\' 그게 다였다.
꽃 하나로 상상 하고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음으로
어떤 것이든 엄마는 여자가 아닌 엄마로 생활인으로 살기를
원하셨던 거 같다.
무덤에 핀 들국화를 다 꺽었다.
어차피 내일이면 베어질것인데 싶어서.
한아름 꺽어다가 친정 올캐를 갖다 주면서
\" 시어머니가 며느리 제사 음식 한다고 고생 한다고
선물로 주는 거라고 생각 들어서 꺽어왔다\"
했더니 피식 웃으면서 화병에 꽂는다.
한번도 무덤에 꽃을 사간적이 없었다.
엄마가 꽃을 싫어 한다는 이유로
어쩌면 싫어 하는게 아니라
너무 좋아 하는데
그걸 즐길 여유가 없었는건 아닌지....
내년엔 꼭 꽃을 사갖고 가야 겠다.
이젠 보고 즐기실수 있겠지.
거기엔 근심도 걱정도 노동도 없는 곳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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