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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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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산행 그리고..


BY 도영 2006-10-01

 
얼마만에 두 아들들 데리고 산행을 했는지 모릅니다.
둘째 녀석 외박 나와서 성아<여친>가  포항 왔으니 외식 하자 졸라 대는통에
대이동 댓 바람이란 집에서 고기를 사주며 .기회는 요때다하고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는 너 네한테 최선을 다하는데.너넨 왜 산에 한번 가자는데 안가노..\"
양심을 탁 찌르니 두 녀석들이 동시에
\"예예...내일 가지요.가십시다요~~\"하기에
토요일인  어제 산에 올랐습니다..
 
왕복 네시간 거리를 살짝 줄여서 왕복 두시간이라고
속이고 보경사 우척봉을 올랐습니다.
올라가는 도중 왕복 네시간 거리라고 실토했더니 으악~~놀라더군요..ㅎㅎㅎ
늙은 제가 젊은 두 녀석들 등을 밀어 주면서 올라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우척봉에 올라 돌로 만든 식탁이 비어있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박 볶음 열무 물김치 콩장조림 계란말이 깻잎무침 아침에 들기름 발라 구은 김등등을 내놓으니
입 까다로운 두녀석들 박 볶음이 이래 맛있는줄 몰랐네..하며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요.
부모는 그저 자식한테 베풀기만 해야지...쟤네들한테 짐을 짊어주지 말아야지..
남편과 저는 하산길에 이런저런 말을 하며 내려왔습니다.
거의 다 내려왔나..
남편이 안가본 길로 내려가보자 하기에 의심 쩍지만 따르기로 하고
내려가다보니 끝이 안 보이더군요
 
작년 봄인가.미수 언니랑 봄 산행중 길을 잘몬 들어 내려 간곳이 청계리란 곳..
거기서 보경사 주차장까지 세시간 거리 라고 마을 주민이 알려 주기에
으으~~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불길한 예감은..사실로 나타 났지만 끝 없이 산길을 헤쳐 나가면서 가다 지치면
계곡 바위에 앉아 등산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간을 꺼내 씻은 효과가 있는다는 족욕도 하고
바위 틈에 송사리도 들춰보고 송사리를 들춰보는 아들 녀석들 앞에 돌을 첨벙 던져
물 세례를 주는 장난을 하며 도망을 가다보니 마을 아지매가 보이기에 우찌나 반갑든동요.
 
\"아지매..여가..어데라요..?\"아지매 말씀..
보경사 주차장을 가려면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저기 보이는 철탑을 돌아 가라네요.
두애들..헥헥 대며 징징 거리고 남편은 여유만만.
저는 코스모스 핀 들판길을 걸으며 떨어진 감 줍느라 바빠습니다.
잘몬간 길이지만 이름 모르는 들판에서 막 시작된  가을을  민끽했습니다
다시 산을 돌아 철탑을 돌아 포크레인이 한창 공사중인 먼지 자욱한
현장을 지나니 보경사 주차장이 보이더군요.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도토리 칼국수가 일품이라
김치도 나물도 깔끔하니 맛잇어서 손두부를 달라해서
동동주 한 초바리를 남편과 나눠  마시고 기계에 산땅을 한바퀴 돌고
집으로 왔지요.
 
주차장 구석에서 할매들이 파는 열무 두단 산것을 집에 오자마자 씻고 다듬어
밀가루 풀을 써서 청량고추를 넣고 한통 담아 놓았습니다.
내친김에 지인에게 선물 받은  고기를 꺼내 불고기감은 양념을 해서 절이고
장조림감은 삶아서 메추리알 넣고 졸이고..
국거리감은 적당히 썰어 봉지봉지 담아놓았습니다.
가을 햇살을 가슴에 담고 와서 인지 냉장고에 며칠 먹을 반찬을 만들어 놓아서인지
마음이 풍요롭고 그득 합니다.
 
저는 요즘  딱 이대로만 제 삶이 유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제적으로 부가 넘쳐서 풍요로운 삶은 아니지만.
돈에 연연해서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마음이 지옥인 사람들을 간혹 보았기에
그들을 모델 삼아
지금 이대로에 제삶을 행복의 적정선으로 삼기로 했지요.
내일 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십명 먹을 추석장을 보아야 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의 구여운?노인네들 <시부모님들>이 고함 안치시고
무난히 넘어 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추석장을 봐야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바라면서..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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