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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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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생각에...


BY 은지~네 2006-09-27

한동안 한국장을 못봐서인지 쌀이 똑 떨어졌다.

집에 있는것은 현미와 잡곡을 섞은 것 조금 있고

찹쌀이 조금 있을 뿐인데....

할수 없이 가까이에 있는 미국 슈퍼에서 쌀을 사왔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쌀을 사면 맛이 별로다.

비닐 봉지에 들어 있는 소두 한되 정도 분량의 쌀을

두 봉지 사오고 쟈스민 쌀이라는 향이 좀 진하고 끈기가 없는,

주로 볶음밥용으로 쓰는 길쭉한 쌀 한봉지를 사왔다.

우리 아이들은 새우와 야채를 넣고 볶아 주는 밥을 좋아 한다.

 

볶음밥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밥을 했다.

비닐을 헐어서...

그 옛날 집안이 기울었을때 아주 잠시지만

한때 봉지 쌀을 사다 먹던 어렵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형편하고 상관없이

모두들 쌀을 조금씩 사다가 먹는다.

그러나 그 장소가  내 고향이라서

언제든지 사다가 먹을 수 있는 조건이 되면 괜찮지만

타향에서 이러고 보니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 들게 된다.

 

이곳에 처음 온 지 얼마 후에 어떤 미국여자가 나에게 물었다.

슈퍼가서 물건찾기가 힘들지 않냐고,

아니 하니까, 이상하다는 듯이 고갤 갸우뚱한다.

첫째는 아마도 내가 글을 잘 모르려니 하고 하는 말일 것이다.

미국인들의 문맹률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둘째는 한국에서 이렇게  물건이 많은

슈퍼를 보았냐 하는생각일 것이다.

속으로 한국의 이 마트 같은 곳 좀 한번 가 본 후에

나한테 말해라 하고 생각한다.ㅎㅎㅎ

 

이곳은우유, 계란, 고기등을 살 때는

아~ 내가 미국에 잘 왔구나 싶을 정도다.

싸고 질 좋은 고기가 지천이다..

돼지고기는  쇠고기와 값이 비슷하던가

아니면 더 비싸기도 하다.

삼겹살은 거의 안나온다.

아마 베이콘 용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간혹 나오면 약간 도톰 하게 썰어져 있으면서

돼지냄새도 안나고 맛은 아주 좋다.

부드럽고 맛이 좋아서 비록 삼겹살이 아니더라도,

나는 돼지고기를 많이 산다.

 

닭똥집도 있고 또 돼지귀도 판다.

누가 사먹는지 궁금하다.

스프용으로 나온 도가니도 있고…

갈비찜용 갈비는 가끔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갈비살만 발라진 것을 판다.

LA갈비처럼 도톰 하게 썰어서 양념해 구워 먹으면

오히려 뼈가 없어서 LA갈비보다 더 먹기가 편리하다.

그러나 양이 적어서인지 없을 때도 있다.

 

햄과 소세지 코너를 가 보면

그종류가 엄청 많아서 무엇을 살지 잘 모를 지경이다.

그중에서 자세히보면 웬 터키(칠면조)로 만든 것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터키를 안 먹어 본 관계로 기분상 그랬으나

자꾸 먹어보니 담백한 맛이 꽤 괜찮다.

그리고 아주 커다란 햄을 한번 샀더니 글쎄

그 속에 뼈가 그대로 있는 것이다.

돼지의 넓적 다리를 뼈째 그대로 햄으로 만든 것이다.

한국스타일의 햄과 소세지는 별로 없다.

 

생선코너로 가 보자

값은 고기보다 더 비싸다지만,

연어를 많이 판다.

훈제 한것. 스시용, 스테이크용...

또 참치 얼린 것을 스시용과 스테이크용으로 나눠서 팔고,

동태살, 대구살,메기등도 판다.

모두 냉동이고 살만 발라 놓은 것이다.

조개살,새우,가재나 대게 같은 것은

다듬어서 냉동한 것을 또는 익혀서 얼린 것을 판다.

대 도시에 가면 물탱크에서 살은 것을

또는 냉장된 것을 살 수도있다.

그러나 바닷가재는 여기서도 상당히 비싸다.

우리동네는 어림도 없지만…

 

야채칸으로 가면 배추도 있다.

아주 작은것 한 포기에 5천원이 넘는다.

물론 다른 야채도 꽤 비싸다.

마늘, 파,시금치,양배추, 가지, 근대…

또 서양미나리도 있다. 맛은 많이 틀리다.

숙주나물도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샐러드에 넣어 먹는다.

콩나물, 무, 쑥갓, 미나리, 느타리버섯, 팽이버섯등은 없고

왠만한 것은 대충 다 있다.

당근은 우리 것은 굵기가 굵은데 이곳은 상당히 가늘다.

그러나 맛은 더 좋고 또 이것을 다듬고 씻어서,

사서 바로 먹을 수 있게끔 베이비캐롯이라고

한입에 쏙 들어 갈 수 있게 된 것을 판다.

 

그리고 샐러드 칸으로 가면 비닐 봉투에 들어 있거나

일회용그릇에 들어 있는 샐러드가

그 종류도 다양하게 엄청 많다.

주부들이 씻고 다듬는 것을 싫어 하다보니 그런가 보다.

사다가 그냥 소스만 뿌려 먹으면 되는데

이것이 최근에 사단이 한번 났다.

비닐에 들어 잇는 샐러드용 시금치를 먹고서 누가 죽은 것이다.

알고 보니 날씨가 더우니까 

비닐 봉지 속에서 균이 번식한 것이다.

그걸 씻지도 않고 그냥 먹었으니...

그러나 그 사건이 생기고 난 직후에

슈퍼에 가 보니 비닐 봉지에 들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다발로 파는 시금치도 싹 없어졌고

그 자리에 슈퍼의 책임자가 써붙인 공고만 붙어 있었다.

FDA의 허락이 있기까지는 팔지를 못한다고

그리고 지금 어디서 문제가 시작 되었는지 조사 중에 있다고...

 

이것을 보면서 역시 이래서 이 사람들이

정부의 관리를 믿고 기다리는구나 싶다.

광우병 파동이 있을때도

이 사람들은 정부를 믿고 기다리지 크게 동요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시금치는 별로 언론에서 많이 나온 것도 아닌데

이런 신속한 조치가 내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야채코너 근처에 보면 유기농 코너가 있다.

유기농으로 생산된 신선한 야채와

유기농 작물을 이용해서 만든 제품들이 있으면서

값은 다른 일반 제품보다 조금 비싸다.

 

그리고 곡물코너가 있는데 그곳에는

여러가지 말린 콩들이 많다.

완두콩, 강낭콩, 동부....

멕시칸들이 칠리요리를 할때 이 콩을 많이 사용한다.

멕시칸들은 굉장히 뚱뚱한데도

이 콩을 많이 먹어서인지 성인병이 많지가 않다고 한다.

 

냉동칸에는 각종 피자들을 비롯해서

냉동된야채들이 어쩌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다듬어져서 냉동된 야채를 사다가

그냥 해동해서 쓰면 되는데 한때는 나도 꽤 애용을 했었다.

그냥 신선한 야채보다도 값이 더 싸고 편리하다.

그러나 그것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는 남편의 말에

이제는 사다 놓은 것도 버려야 할판이 되었고.

한때 소화가 안된다고 고생하던 남편이

이제는 그런 말이 쑥 들어 간 것으로 보아

뭐든지 아내의 손길이 들어 간 것만 먹으려 하는

타국에 사는 중년 남자의 마누라한테 하는

어리광(?)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진한 향수가 아닌가 싶다.

 

이러 저러한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덧 밥은 다 되어서 밥냄새를 풍기는데

그 냄새가 한국슈퍼에서 사온 쌀과 다르니.

당분간 입맛은 어디엔가 묶어 두고 있어야겠다.

본의 아니게 다이어트를 해야 할 판이 되었군.

그래도 고추장을 밥 위에 얹어서 먹으면 어떨까?

그래도 다 살게 마련이라고

그나마 이것도 없으면 깔깔한 빵만 먹어야 하니

이거나마 감사하게 생각 해야겠지?

 

왜 이리 요새는 주말에 할일이 많아서

한국장에 갈 시간이 없는거지?

이번 주말에는 꼭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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