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뒤범퍼가 너덜너덜하고, 한쪽은 움푹들어가고, 뒤에서 보면
금방 폐차장에 갈 것 같은 차란다.
남편이 사정사정해도 난 고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경험에 또 뒤에서 누가 박아버리면, 고치나 마나다 했더니
이젠 아예 사고 치는 차를 기다리냐고 길길히 성화다.
그러다 보니 일년이 넘어가고 이년이 들어가니
그런데로 앞으로 잘나가고, 앞에서 보면 그런대로 봐줄 만한데
뭘 그렇게 남의 눈을 의식하냐고 했다.
그렇다고 수리비하라고 돈을 보태주냐.
아니면 그냥 냅두라고 한 적도 몇 번 있는데.
이 차를 끌고 서울에 올라갔더니, 주차장에 주차를 할려고 보니
주차요원이 쫒아온다. 왜 그런가 봤더니, 혹시 차를 내버리고 갈 것 같은 얼굴로
요기 저기 확인을 하는데, 나도 이력이 나서 아예 키를 주면서 그런다.
아저씨 염려 마셔유~~ 한 시간만 잘 지켜줘요. 헤헤.
그런데 직업도 직장도 없는 여편네가 되고 보니 사실 차가 더 필요가 없어져서
팔려도 안 팔릴것 같고, 폐차할려고 보니 돈도 많이 내란다. 그래서 할 수없이 이 차가 수명을 달리 할 때까지 타고 다니는데, 갈 데라는 게 기껏 시장에, 아니면 얘들 데리러 왔다갔다하고, 아니면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빌리러 가는 날이 고작이다.
차가 못생겼다고 사람도 그렇게 보인다나 뭐 어쩠다네 하며, 내 친구들은 그 차를 끌고 오면 폭파시킨다고 해서 아예 안갔더니, 이젠 사정이다. 제발 그 놈의 차 엉덩이 좀 성형수술 좀 해 놔라, 어이구..그래도 이 차가 나랑 얼마나 고생한 차인디, 무시하고 난리여...
그런데 일은 도서관에서 벌어졌다. 아침에 일찍 나서서 보니 안개가 자욱하여 미등을 켜놓고. 하루종일 그렇게 켜 놨으니 방전이 된거다. 시동은 당연히 안걸리고. 시간이 늦은 관계로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귀가를 하고, 그 다음날 도서관에 갔더니, 내 차앞에서 몇 명이 어쩌구 저쩌구 난리다. 나는 왜그런가 했더니, 내 차가 주차된 자리가 사실은 도서관 관장님 지정석이란다.그러니 내 차가 이틀을 꼼짝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거기다가 차가 멀쩡해보이지도 않고, 이미 폐차 할 차를 버리고 간 거 아닌가해서 도서관 직원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니, 난 그런 것도 모르고 무슨 일이세요? 이 차 내건디....
모두 나를 쳐다보고 어이가 없는 표정이다. 나도 무슨일이 생겼나 하는 얼굴이고, 도서관관장님이 여자분인데, 차가 방전이 되어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더니, 점프를 해준단다. 그래서 방전을 풀고 차를 옮겨준다고 했더니 그냥 거기다 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이 일로 나의 차는 유명해졌다. 사실은 나의 차가 아니고, 내가 더 유명해 진 것을 알았다.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아침 저녁으로 두 분이 교대로 하시는데, 다른 이들은 인사를 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나보고는 꼬박 꼬박 인사를 하신다. 왜그런가 했더니,
그 차 주인 맞죠? 헤헤,,그런데요. 왜그러세요.
직원들이 놀랐단다. 누가 그렇게 직원지정석에 떡하니 주차해놓고 그렇게 애달게 했나 했더니 나보고 많이 웃었단다. 도무지 잘 달리지 못할 것 같은 차를 잘도 몰고 나간다고 했단다. 그래놓고 청소하시는 분보고 항상 인사를 하니 밉지도 않더란다. 어쩌다 주차장에 차가 있나 없나 찾기도 쉽단다. 안 보이면 오늘은 안왔구나 하면서.
그 뜨거운 여름날엔 노상 주차장에 주차를 했더니, 차치기가 온통 이차 저차를 뒤지고, 물건을 잃어버린 사건이 났다. 그런데 내 차도 누가 뒤집어 놓았다. 그 애기를 했더니 청소하시는 분이 막 웃는다. 그 차도 도둑이 들었어요? 예! 진짜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심각하게 묻는다. 근디...뭐 하시는 분이세요?
아이구! 이거 뭐라고 대답을 해야 되나..
할 일이 없으면 도서관 오는 여자라고 해야 되는데. 일하시는 분들한테 마땅한 대답은 아닌것 같고. 참 내 또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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