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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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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도


BY 초원의 집 2006-09-14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신다고 했다. 오랜 세월 절에 다니던 분이라 미처 예상은 못했지만, 그 무렵의 주변 상황에 비추어서 그리 의외는 아니었다.

어머님은 사남매의 자녀를 두셨는데, 고명딸인 시누이와 막내 시동생이 기독교 열혈신자가 되어있는 참이었다. 고명딸, 그리고 마흔 여덟에 낳아 불쌍한 정이 사무친데다 늘 곁에 끼고 종그라기처럼 낫낫하게 부려온 막내아들이 간절히 권하니 수십 년 섬겨온 부처님도 그분의 옷자락을 잡는 데는 역부족이었으리라. 우리는 어머님을 모시고 살지 않는 장남의 처지라, 가끔씩 그분을 뵈러 가거나 그 분이 우리 집에 와서 유하셨다. 일요일에 그분이 교회에 나가실 때면, 나는 조그만 헌금봉투 하나 쥐어드리고 신발이나 바로 놓아드리는 정도였다. 열혈신자 시누이처럼 하나님이 우리 집에 임하사 어머님을 교회로 이끌어주셨다고 호들갑을 떨것도 없고, 그 긴 세월 절에 다닐때는 무슨 맘이었기에 자식들 몇 마디에 그리 쉽게 돌아섰느냐고 물어볼 것도 없었다. 어머님이 교회에 나가시는 일을, 종교생활이라기보다는 노년의 사교활동 혹은 그저 안하느니보다는 건강에도 훨씬 좋은 나들이 쯤으로 대접해 드렸다. 

\"야, 나는 교회에 가도 뭐가 뭔 소린가 몰라서 그냥 내처 자올다가 온다\'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자꾸 다니면서 듣다 보면 뭔 소린가 알게 되어서 잠도 안오실 거예요.\' 대충 그렇게 대꾸해 드렸다.

어머님은 본디 초저녁잠이 많은 대신 어둔 첫새벽에 일어나는 분이었다. 신혼시절에는 새벽 세시면 어머님에 의하여 밝혀지는 마루와 부엌 샛문의 전등불이며 양푼이나 함지박 부딪는 소리에 잠을 설쳤고, 나이를 먹어가는 동안에도 내내 어머님의 새벽잠 없으심으로 인하여  수면부족과 긴장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나였다.

그런 의식의 연장선상에서였을까, 어머님이 어둔 첫새벽에 잠깨어 기도하는 모습이 내겐 별로 달갑게 느껴지질 않았다. 저녁 숟가락만 놓으면 그 상이 채 방문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자리에 눕는 분이 첫새벽만 되면 깨어서는 밤늦도록 일하다 겨우 잠든 며느리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 놀라게 하는가 하면, 머리맡 이부자리위에 그대로 앉아서 궁시렁궁시렁 한탄같고 불평같고 칭얼거림같은 투로 기도를 하시는 거였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어머님도 사남매의 자식들을 위하여 기도하고 계셨다. 그렇지만 단잠을 깨어 그 소릴 듣는 나는 별로 고맙다기보다 그냥 제시간에 주무시고 제 시간에 좀 일어나시면 안되나, 맘속으로 투덜거린 적이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그저  늘 행복한 가정이 되게 해 줍시사...\'라는 어머님의 기돗말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정녕 큰아들며느리인 우리 가정을 위한 기도였음에도 말이다.아니, 차라리 시누이 시동생들을 위한 기도소리는 그런가보다 흘려듣는 정도라도 됐지, 내 집을 위하여 어머니가 드리는 기도,\'그저 늘 행복한 가정이 되게 해 주십사,,\'는 아예 듣기가 싫었다. 새벽에 옆사람 잠깨워가며 일어나 앉아 그런 기도 하시려 말고 평상시 애나 좀 먹이지 말면 작히 좋으랴,,, 하는 며느리 심보였다.

그렇게, 행복이 행복인줄 잘 모른채,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잘 모른채, 어리석은 세월들이 갔다. 어머님은 이미 오래 전에 세상을 버렸고, 나는 그때의 어머니 나이를 향해 늙어가고 있다.

\"어머니,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기도하신대로 늘 행복한 가정 이루고 살도록 노력할게요.\' 어머님 살아생전에 왜 그 말씀 한마디 못드렸던가 싶은 회한이 사무친다. 부족한 잠을 떨치고 일어나서 따뜻한 차라도 한 잔 타다 올리는 일이 뭐 그다지 어려웠던가 싶어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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