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올망 졸망 어렸을때,
그러니까 아들이 초등학교를 들어 갈 무렵쯤 되었을까?
아들이 물었다.
\"엄마! 우리 부자야?\"
엄마인 나는 볼이 통통 하던 아들을 보며 대답했다.
\"그럼, 부자지! 아마 우리 아파트에서 우리가 제일 부자일껄!\"
그 대답에 아들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말은 사실이라기 보다는,
애들에게 기를 살려 주며 살려던 나의 교육방침이었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구김없이 밝게 자랐다.
신혼 때 부터 살았던 강남의 아파트는 지금처럼 10억대가 넘는 것도
아니었고, 또 그땐, 지금 같은 어이 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강남이
이렇게 되리라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우린 큰욕심도 없었긴 했지만, 마음도 부자 였고,
사실 별 어려움이 없기도 했다.
남편은 튼튼한 직장에서 잘 나갔고, 세아이는 잘 자라서 학교생활을
잘 시작 했다.
좁지도, 그렇다고 엄청 넓지도 않은 아파트 였지만, 우리 다섯식구
생활 하긴 불편이 없었고,
주말이면 아이들과 작은 여행도 하고, 외식도 번듯 하게 하고
사교육비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우리형편으로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시댁식구에게 비난을 듣지만, 부부가 골프도 치고, 남편은
호텔 헬스 회원권도 있었다.
허지만 남편이 회사를 나온 후로,아이셋을 대학을 보내고 하면서
지금 이곳까지 이사를 3번,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표현을 하자면 큰 바위덩이를 들고 달려 왔다고 하면 맞을까?
군대 마치고 대학을 1년 남긴 아들이 그때 처럼 내게 묻는다면 난
뭐라고 대답할까?
갑자기 그생각을 하다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우린 부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능력에 속한다면, 우린 지금 아주 능력 없는 부모가 되어 있다.
어중간한 나이,...건강도 적신호다....
그렇다고 머리굴린 재테크도 변변히 못했고, 치부도 없다.
요즘은 자꾸만 우리가 작아짐을 느낀다.
아이들은 커다란 무서운 어른이 되어 있고, 우린 무능한 아이처럼
되어진 이현실을 어쩌면 좋은가?
건강 때문에 의무적으로 산에 오르면서,좀 쉬느라 바위에 부부가
멍하니 앉아 있는데,
주황빛의 호랑나비가 팔랑팔랑 날아와 바로 앞의 야생화에
살포시 앉는다.
햇빛을 받아 날개가 너무 아름답다.
빛깔이 고운 그모습을 갖기위해 기나긴 애벌레의 생활을 견딘
나비....
그 모습에서 새로운 용기를 배운다.
그래, 날아야 해! 작게라도 다시 날아야 해!
아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
\"아들아! 우린 부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