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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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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싶어요.


BY 선물 2006-09-07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합니다. 앉자마자 금세 끝납니다.

원래 화장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렇게 일이 분 사이에 끝내진 않았던 것 같아요.

화장을 마치고 거울을 보게 되지도 않습니다.

그냥 아주 추한 정도는 아니겠지 그것으로 그만입니다.


그래도 길을 나설 일은 곧잘 생깁니다.

가다 보면 아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잠시 찰나처럼 생각합니다. 이 얼굴 쪼끔 보이기 싫다.

그것도 물론 금방입니다. 아무려면 어때 하고 맙니다.


예쁘게 단정하게 꾸미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제게도 참 좋아 보입니다. 단지 그 모습만으로도 행복해 보입니다.

그들의 행복을 짐작하면서 전혀 질투가 나질 않습니다. 그냥 좋아 보이기만 합니다.


또 저처럼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사람도 만납니다.

그들의 모습도 좋아 보입니다. 사실은 예쁜 사람보다 더 좋아 보입니다.

거기다가 체격도 좋고 무대뽀 아줌마 스타일이라면 더 멋져 보입니다.

그냥 이상하게 세월이 갈수록 당당한 힘이 느껴지는 아줌마들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그것도 그뿐입니다. 어차피 다 저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들이지요.


많이 웃고 싶습니다.

그런데 진짜 우스운 일이 있어도 별로 웃음이 나오질 않습니다.

웃고는 싶은데 웃기질 않습니다. 희한한 일입니다.

아, 한번 크게 웃었던 일이 기억나긴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입원했을 때 일입니다.

제 옆 병상에 누우신 할머니 손자들이 몇 명 병문안 왔었지요.

초등학생들인데 할머니 옆에 마땅히 앉아 있을 자리가 없어서 제 옆 의자에 한 줄로 주욱 길게 앉아 있었지요.

그 모습을 본 다른 손자 하나가 “귀신 같다.”라고 하더군요.

그 때 병실은 불을 꺼놓은 상태였어요. 저도 얼핏 보니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사내아이들 모습이 좀 괴기스럽긴 하더라구요. 그러면서도 무척 귀여운······.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요.

아마 모르는 사람들은 그랬을 거예요. 저 여자 정신적으로 병이 좀 있나보다······.

하지만, 전 실컷 웃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졌었지요.


최근에 웃은 유일한 기억이네요.


실은 글도 밝고 힘나는 것들로 올리고 싶어요.

그렇잖아도 힘들게 사는 분들이 많은데 전 자꾸만 축축 늘어지는 글들만 쓰게 되네요.

처음 글을 올릴 때는 금방 밝은 글들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네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그렇게 쓰지 말아야지 하는데 쓰다보면 그렇게 축축하고 무거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글을 쓰다가 멈추게 될 때가 많아요.


지금이 제 삶의 깔딱 고개였으면 좋겠어요.

쉬지 못해도 곧 고비가 지나가겠구나 희망을 갖게 될 테니까요.

근데 사람 앞일을 알 수가 없으니 그게 좀 막막하네요.


아직 마흔 초반이니 아름다움에 더 연연해도 흉하진 않을 때지요.

하긴 평생 연연해도 책망 들을 일이 아니겠지요.

근데 앞으로도 전 그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냥 무대뽀 아줌마의 씩씩함이나 욕심나네요.


하지만, 그것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모습이 아니랍니다.

저 같이 생긴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런 당당한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는 얼굴이 아니거든요.


억지로라도 웃을까 봐요.

억지로라도 꾸밀까 봐요.


그게 억지가 아닌 날이 올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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