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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련한 며느리라고...


BY 이연아 2006-09-07

저는 선천적으로 몸이 많이 불편합니다.
한쪽 다리가 짧아서 제대로 걸어다니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남들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꽝스럽겠어요. 아가씨때는 챙피해서 밖에 외출도 못 했습니다.
어릴때도 늘 동네에서 놀림감 대상이었으니까요.
엄마도 늘 가슴만 치며 괴로워 하셨는데 어차피 무거운 짐은 저 혼자만의 이겨낼 문제구나 하고 맘을 먹고 보통사람들 처럼 나다니고 이쁜옷도 사 입고 차 마시러 커피숍에 갔는데 종업원이 문전박대를 하는 일을 당했었죠.
손님중에 한 분이 오셔서 종업원에게 무슨 말인가 하더니 저를 안으로 입장을 시키더군요
그 분이 지금의 제 남편이 될 줄 꿈에나 생각했겠습니까
시댁에서도 반대를 많이하고 자식인연 끊는다고 까지 하며 죽을힘을 다해 남편이 저를 선택하고 저는 시댁에게 미안했지만 이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허락을 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어요.
반대하던 며느리가 들어 왔는데 시집살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뒤에서 욕하는게 아니라 눈 앞에서 욕하고 하물며 별소리 다 들으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는 든든한 남편이 있어서 늘 몸은 괴로웠지만 웃을 수 있었나 봅니다.
시집살이 하면서 직장도 꼬박꼬박 다녔습니다.
보통사람들 보다 더 부지런해야 되고 더 먼저 일찍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늘 잠은 모자랐지만 이를 악 물고 2시간거리를 매일 첫차 타고 다녔습니다.
5시에 끝나고 7시가 넘어서 오면 저녁하고 치우고 ..제가 하는짓이 꼴보기 싫었던 어머니는 병신이 깡다구는 좋다고. 무식해서 그런다고 ..말을 하더군요.
그 말 듣고 돌아서서 많이 울었습니다. 감히 어머님께 서운하다고 말을 못 하겠고
못난 며느리 잘 봐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언젠간 좋은날이 올거란 막연한 희망속에 참고 견뎠으니까요.
밥상에서도 전 김치만 먹어야 됐었고 남편이 저를 챙겨주면 남편한테 병신한테 아무리 잘 해주면 무슨 소용이냐고 헛지랄 하지 말고 생각 바꾸라고 매일 그랬으니까요.
병신이 뭘 하줄 아는것도 없다고 심한 말씀을 하시구요.
너가 뭐하나 제대로 하면 당신 손에 장지진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생각 끝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로 맘 먹고 남편한테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그 말을 듣고 니가 지격증 따면 내가 성을 갈고 니들 분가해 준다고 하더군요.
외며느리가 몸이 성치가 않으니 어머님도 밖에 나가셔서 떳떳하게 며느리 봤다고 자랑도 못 하실것 아닙니까
그 점은 대단히 송구스럽고 죄스럽지만 노력하는 며느리 조금만 감싸 주시면 저는 더 노력하며 어머님하고 잘 지내고 싶은데 그렇지가 못 합니다.
올해 8월에 접수를 해서 자격증을 땄습니다.
젤 먼저 어머님께 알려 드렸습니다. 기쁜 마음에 어머님 생각이 먼저 나더라구요.
어머님이 약속대로 분가해 주시기로 하셔서 집 구해서 시댁하고 1시간 거리에 집을 얻고 주일마다 시댁에 가는데 ..같이 살때보다는 좀 저를 대하는게 부드러워진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곧 할머니도 되시고 저도 일을 계속 할 수가 없어서 남편이 사무실을 내줘서 편하게 출퇴근하며 일을 할 수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직 어머님과 앙금은 남아 있겠지만 제가 더 노력하는 모습으로 살면 머지않아 어머님도 저를 며느리로 인정해 주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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