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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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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끝없는 도전


BY 악동1211 2006-09-07

 

꿈,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에게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면서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에게 기대해 본다.


내 나이 올해 서른아홉.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았던 사십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버렸다.

지금처럼 맑은 하늘과 푸른 자연을 자랑하던 시골에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고 무지개를 쫒아 다니며 초등학교를 다녔다.

아주 어릴 적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초등학교 사 오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적어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도 조언해 줄 사람이 없었던 난 그저 막연하게 다른 친구들의 꿈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그 땐 대부분 아이들의 꿈이 ‘ 의사, 판사, 변호사\'였다.  실제로 다른 꿈들은 없는 줄 알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이 좋다고 하기에 생각만하면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그 꿈이 얼마나 큰지도 가늠하지 못한 채.

그렇게 아이들 꽁무니를 쫓듯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자 꿈은 서서히 현실화 되는 듯 싶었다.

온화한 미소를 지녔던 2학년 때 담임선생님.

그 분의 매력에 푹 빠져 한동안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목표가 서니까 공부도 절로 되는 성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기 있는 연예인들을 보면서 꿈도 연예인으로 바뀌었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외모였지만 백설공주에 나오는 왕비처럼 날마다 거울을 들고 다니며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젤 예쁘노”

를 외치며 스스로 거울 공주가 되어가고 있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 얼굴을 공주라는 틀에 끼워 맞추려 무진 애를 썼지만 내가 그러면 그럴 수록 ‘무수리’와 ‘나인’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한동안 엄마 원망도 많이 했다. 이런 것 같으면 왜 태어나게 만들었냐며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야기도 서슴치 않았다. 한참을 울고서야 나는 비뚤어진 내 자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몇 번의 다른 꿈들이 자리를 잡았다가 어느새 흔적도 없이 빠져 나가 버리곤 하였다.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은 흘러만 갔다.

‘꿈’이란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 일장춘몽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보기도 했지만 항상 무엇인가가 빈 듯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내 꿈들의 잔해들은 어느 새 아이에게 옮겨가 있었다.

아들만 셋을 둔 난 이루고 싶은 꿈들을 차례차례로 아이들에게 끼워 맞춰 놓았다. 그리고는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지 못한 나자신은 생각지도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아이만 다그쳤다.

아이는 ‘엄마는 책도 보지 않으면서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하며 나태해진 나의 모습에 일침을 가하였다. 아이의 한마디에 못 이룬 꿈을 자식을 통해 얻고자 했던 대리만족의 꿈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아이를 생각하지 않고 나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조종하려 들었던 큰 오류를 범하고 만 것이었다.

‘그래. 아이의 인생은 아이 것이다. 나는 단지 아이가 나아갈 길에 약간의 도움을 줄 순 있지만, 구체적 꿈까지 운운하며 개입할 자격은 없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잊고 있었던 나의 마지막 꿈이 용트림을 하며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날 그 시간 이후 나는 접었던 ‘꿈’을 다시 펼쳐 들었다.

더 나이 들어 후회하지 않으려고 힘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보려고 안간 힘을 쓰며 밤마다 책장을 넘기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어릴 때 막연하게 쫓았던 무지개가 아닌 현실 속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좀 늦은 감도 없진 않지만 ‘가장 늦은 때가 가장 이른 때’ 라는 말도 있듯이 어릴 때 꿈꿔왔던 ‘선생님’이란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 나갈 것이다.

설령 내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제는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내 아이들이 열심히 하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자기들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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