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슴 속에 꿈을 하나쯤 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 된다기보다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어렸을 적, 촌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농촌에서 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들의 부모님이나 친구들만 보다가 학교에서 만나는 뽀얀 피부와 세련된 옷차림의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나의 이상(理想)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였다. 그러나, 많은 시련들이 현실로 다가와 모든 걸 포기하게 만들었고, 그럼으로써 이루지 못한 꿈이 되어 버렸다.
다른 이들보다 빨리 결혼을 함으로써 시집살이란 현실은 더더욱 나를 잊게 만들 었다.
시부모님을 중심으로 남편과 나의 아이들 틈에서 나의 존재감마저 모두 잊고 살아온 지 어느새 15년. 내 나이 서른하고도 여섯해를 보내며 돌이켜 보건데, 지나온 시간에 대한 허망함보다도 못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보다 나를 눈뜨게 하는 건 현실이며 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픈 욕망이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나의 꿈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학부형들을 많이 만나면서, 경쟁력없는 엄마란 존재가 얼마나 부끄러운 건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들은 자신의 일이 있어 항상 당당하고 씩씩해 보였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기 계발을 위해 취미 생활을 즐기는 엄마들도 매우 밝아 보여 너무 좋아 보였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집안 일을 핑계로 나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게으름을 피웠던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그래서, 그토록 미루던 외국어 공부를 위해 복지관을 찾아 먼저 일본어를 시작하게 되었고, 워낙 돈 버는 데는 재주가 없는 아줌마이기에 4년 전부터 봉사 활동을 해 왔는데, 그 활동을 하면서 깊이 배우고 싶었던 호스피스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기에 이젠 시집살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억울해 하지도 않게 되었고, 나보다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보고 들으며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 동안 불행하다고 느끼며 슬픔에 젖어 허투루 보낸 시간을 반성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 나는 두 아이의 훌륭한(?) 엄마로서,
매일매일 그럭저럭 보내는 부스스한 마누라가 아닌 존재로,
사별하신 시어머님께 착한 효부라기에는 부족한, 성의껏 하는 며느리로서,
남은 시간을 죽음과 다투워야 하는 이들과 큰 행복을 나누는 씩씩한 아줌마가 될 것이다.
상상만해도 입가에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는 나의 미래.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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