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사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언제 산에나 한번 갈 수 있겠냐고.. 월 산행을 한다한다 하면서도 막상 실천을 못 했던터라 어머님이 더 안좋아지셔서 당분간은 집에서 지키고는 있어야노라고 핑계같이 못가는 내막을 이야기 했더니 \"그럼 더 않좋아 지신거야? 아휴.. 너 어떻하냐.. 어려선 그렇게도 귀하고 곱게 컸는데...\" 졸업후 오랜동안 모르고 지내다가 산행시작으로 연락한 친군데도 살붙이같은 말투로 내게 위로로 하는 말이다. \"흥, 어려서 귀하게 컸으면 뭐하니,,ㅋㅋ 중간에 망했는데,,,,ㅋ\" 옛날은 가고 없다는 내 말에 친구는 \"글쎄 말이다, 수고해..\" 하고는 힘 없이 전화를 끓는다. 어릴때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친구가 고맙다.. 어린시절엔 떵떵거린건 아니지만 촌이었어도 먹을것 입을것에 대한건 아쉬움을 모르고 또래들에 비해 비교적 부유하게 자란것으로 기억한다.. 매일매일 똑같은 힌색 쌀 알 밥이 싫어서 학교에선 엄마 몰래 친구 정순이와 변또를 바꾸어 먹곤하던 추억이 있다. 공부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던 정순이는 지금쯤 어디서 무얼하고 살까...이따끔 한번씩, 까망 얼굴에 단발버리 정순이가 생각난다.. 야물고 똑똑한 친구들에 비해서 좀 늦 되고 지나치게 순둥이었던 나는 박넝쿨이 주렁주렁 매달린 초가집에 한 방에서 온 식구가 올망졸망 살아가는 흥부네 같은 가난한사람들이 부자보다 더 행복하고 좋으거라고 믿었다.. 잘 차려입고 반질반질 윤이나는 사람보단 허술한 외모를 가진사람이 더 순한 사람일거라 생각했고, 상대가 웃으면 웃는얼굴 만큼 안그런 사람보다 더 착한 사람이라고 짐작했다.. 관상이나 인상에따라 인품과 성격이 어느정도는 좌우 된다는걸 몰랐던 나는,, 만 스물세살의 나이에 말투와 외모가 조금은 촌스럽고 순수해 보이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바로 들어섰던 아이가 유산이 되는 바람에 \'빙신같이 애도 하나 못 지켰냐~~\' 고 어머니께 호된 핀잔을 들은것이 자극을 받았는지.. 첫 애가 유산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다시 임신이 되었다. 물도 마시지도 못할만큼 심한 구토와 자나깨나 배 멀미를 하는것같은 증상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나날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입덧때문에 격는 힘겨움보다도 정작 나를 더 힘들게 하는건 어머니와 시누형님들 이었다. 우리 딸들은 애를 낳았어도 입덧이라는걸 통 모르고 살았는데 너는 입덧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애는 지혼자 서는것도 아닌데 유난도 떤다고.. 날 모른척 내버려라도 두었으면 좋겠는데 어머닌 얼굴에 핏기도 없이 바싹바싹 말라 가는 며느리가 그렇게도 못 마땅하셨나보다. 아침저녁으론 죽을 몸을 하고 연탄냄새 맡아가면서 애 써 차려드리는 밥상 앞에서.. 아침만 잡수면 시누형님네로 내려가셔서 날 내려오라 불러서는 시누님형님 내외분까지 합세하셔서 어린(?) 날 놓고 달달달 고문을 하시는통에 나혼자 임신한 표시나 내는것 같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으로 이중삼중고를 격어야 했다.. 임신 두세달이 지나자 그 혹독하게 무섭던 입덧도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부터 말끔이 사라지고 제 페이스를 찾았다. 차츰 배가 불러오자 밥은 또 어찌나 맛있는지... 그러자 어머닌 내 배를 볼 때마다 너는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된다고... 아들아들 눈만 뜨면 아들타령을 하셨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배고팠던 날. 어머니께서 시누형님들과 다함께 사촌 시아주버니댁으로 인사를 가야된다고 하셨다. 그때에 사촌형님은 서울의 끝쪽인 강북에서 커피 대리점하고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고 계셨던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배가 나와서 갑자기 입고 나설만한 옷도 마땅찬고 하여 치렁치렁 한복을 차려입고 남편과 나 어머니 시누형님 두분 그렇게 다섯식구가 시촌형님댁으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때만해도 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질 못하던때라 집에서 일찍암치 나섰슴에도 차를 갈아타며 물어물어 형님네 가개에 당도하고 보니 시간이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었다. 우리일행이 들이닥치자 형님은 먼 길들 찾아 오시느라 시장들 하실텐데 어서 살림집으로들 가셔서 식사들 하시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아닌게 아니라 아침도 그날따라 외출한다고 일찍 먹은데다 빨래다 섥어지다 다 치우고 화장하고 외출 채비하고 두어시간을 차 갈아 타며 와서 그런가 배꼽에선 꼬륵꼬륵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뱃속의 아가도 엄마 빨리 밥 달라고 배를 막 발로 뻥뻥 차고.. 지금같으면 남편에게 말해서라도 어디 음식점에 들어가서 간단한 요기라고 하고 들어가야 예의지 않냐고 했겠지만 그당시에는 그런 상황이 안되었나보다. 우리 다섯식구가 살림집으로 들어가니 가개서 연락을 받으셨는지 형님댁 살림을 봐 주시던 사돈어른께서 막 부엌에서 부엌일을 하고계셨다. 그래 이많은 식구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쳐 밥하실래면 힘드시겠다 싶어서 뭐 도와 드릴거 없나 하고 부엌으로 가니 사돈어른께서 아무것도 할거 없으니께 새댁은 배불른디 그냥 안자있으라고 하신다. 그래 한쪽 구퉁이에서 조신하게 안자 있는데..이상하게 자꾸만 눈은 부엌쪽 까스랜지 위로만 쏠리는 거다. 사흘 밤낮을 굶은 사람처럼 허기는 져 죽겠는데 사돈어른이 딴 일만 하시지 밥을 안치는것 같지도 않고,, 하여 밥을 언제 하시나 하는 걱정스러움에.... 헌데 나중에 보니 보온밥통에 있는 밥으로 그냥 상을 보시려는것 같았다. \'과연 이 식구가 저 밥통에 밥으로 다 때울수가 있으까?,,, 분명 식구들 드시고 남은 밥 일텐데,, \' 오로지 난 거실 한쪽에 있는 보온밥통 속에 밥이 얼마나 들어있을지 밥을 안하고도 저 밥으로 이식구가 다 먹을수 있을지 밥통에만 눈길이 쏠렸다. 드디어 사돈어른께서 상추와 고추장이 곁들여진 아주 정갈하게 밥상을 채려 내 오셨다. 그제서 나는 밥이라도 얼른 퍼야겠다 싶어서 밥그릇과 주걱이 담긴 쟁반을 들고 밥통앞으로 가는데 어머니께서 주걱을 이리 내라고 밥을 당신이 푸시겠다 하셔서 주걱을 드렸더니 보온 밥통을 열었는데 밥통안에는 우려했던것 보다는 꽤 많은 양의 밥이 들어 있었다. 음.. 저 정도면 이식구가 어느정도는 요기는 될 것 같단 마음에 그제서 안심이 되었다. 어머님이 밥주발에다 한그릇 두그릇 차례로 밥을 퍼 노나주시는데 밥이 모질랄까봐 애껴 푸셨는지 그릇수대로 다 푸시고도 밥통에는 밥이 두공기 가량이나 되게 남은거였다.생각보다 밥통이 크기도 하다.. 다 푸고도 얼마간의 남은 밥을 보니 더 안심이 되었다.. 배가 몹시 고팠던 우리는 좁은 상에 둘러안자서 고추장에 풋고추를 찍어 가며 맛있는 밥을 먹는데 어째 형님들과 남편의 밥그릇엔 밥이 그득하게 퍼 있는데 내 밥그릇에는 밥이 겨우겨우 애기밥처럼 작게 푸신거였다. 보온밥통의 밥일지언정 밥맛이 어찌나 꿀맛이던지 난 밥을 빨리 먹는 편이었지만 겨우 한두숫깔 뜨다보니 어느새 밥은 다 먹어가는거였다. 나보다 밥을 약간 더디게 잡숫는 형님들의 밥그릇을 흘낏 곁눈질로 보니 남편과 형님들의 밥 그릇엔 아직 반도 안드셨는지 내가 다 먹은 양의 밥보다도 더 많은 양들이 남은거였다. 나는 밥을 다 먹어가자 밥통에 남은 밥을 조금 만 더 먹었으면 싶는 마음에 또 머리가 온통 밥통으로만 쏠렸다. 근데 저 밥을 어떻게 더달라 하지?.. 라는 생각과함께 어머니께서 너 밥 더먹어라 그러시기를 고대하며 밥그릇에 마지막 남은 한숫깔의 밥을 뜨는데.. 바로 그때,,, 어머니는 밥통속의 주걱을 꺼내시더니 아직 반도 안잡수신 한참 먹고있는 시누형님들의 밥그릇을 후딱 뺏더니 밥통에 남아있는 밥을 퍼서 시누와 남편의 밥그릇에 푹푹 올려 담는 거였다. 그리고 다 먹은 내 밥그릇은 안쳐다 보시는거였다. \'아,, ,,,,,,,,,, 난 아직 양이 배에 반도 안찼는데...\' 순간 나는 너무너무 절망적이었지만..그래도 세사람의 밥그릇에 나누어 퍼주고도, 밥통의 바닥에 약간의 밥찌꺼기와 옆에 군데군데 달라붙은 밥알들이 그런데로 많이 있었다. 아 다행이다.. 그래 그럼 저거라도 내가 물을 부어 아까워서 먹는척 하고 마져 먹으면 되겠다 하고.. 어머니 그밥통을 저 주세요라고 하려고 하는 참인데 아 또,,,,,,,,,,, 이런 절망적인 일이,,,,,,,, 어머니께선 그만 너무도 여유롭고 푸근한 자세로 양 다리를 벌리고 안즈셔서는 밥통을 사타구니에 껴 않으시더니만 주전자의 찬물을 좔~~ 붙는게 아니던가.. 아 저건 날 먹으라고 주시려는게 아니라 분명 어머니가 드실자세였다.. 아니나 다들까 어머니는 주걱으로 밥통에 들러붙은 허연 밥알들을 득득 긁으시더니 고추장에 풋고추를 꾹꾹 찍어 잡숴가면서 밥을 후룩후룩 마져 드시는거였다.. 순간,,, 어머니가 그렇게 비정해 보이고 야속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남의자식 며느리보다 당신 속으로 난 딸자식에게 더 맘이 가는건 당연하다해도, 며느리는 날마둑 당신 진지상을 해 올리는데... 어머닌,, 당신아들의 아기를 밴 며느리 입에 행여 밥한술이라도 더 들어갈까봐 선수까지 쳐가면서 당신 딸 아들 밥그릇에 어거지로 꾸역꾸역 퍼 담으시다니,,, 그 후 26년. 그때 그날의 밥 일은 지난 26년간의 어머니의 본 모습을 한단편적인 예로 요약해 보여준것이라는것을 살아오는 내내 깨달을수 있었지만,.. 내나이 불혹을 지나 초로로 향해 가는 오늘까지도 철없던 그날의 일은지워지지 않고 내 생애에서 가장 배가 고팠던 날의 기억으로 가슴에 영원히 기록 되어 있다... ---------------------------------- 제글을 보신 님들은 장차 미래의 媤母이고 丈母 가 될 여인들입니다. 지금은 현명하고 건강한 정신을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어쩔수 없이 희미한 두뇌를 짊어져야할 날도 언젠가는 오겠지요.. 외람되지만, 제글을 보시면서 부디 한가지만이라도 얻어 가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올려봅니다. 솜씨 없는 긴 글 읽어주시님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