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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일자리 구하기


BY 불토끼 2006-08-30


사실 독일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외국인으로서는 어렵다고 보면된다.
독일은 취업이민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60년대와 70년대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낼 시기에는 2차대전이 바로 끝난 이후라
경제 여러방면에 일손이 딸렸고, 때문에 외국인의 취업이민을 환대했지만
요즘은 나라내에서도 실업자가 넘쳐나는 판이라
외국인으로서 독일로 취업이민을 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독일이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처럼
일반인들의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교포라고 하면 60,70년대에 간호사와 광부로 오신 분들과
그들의 자제들이 주축을 이룬다.


독일에서 취업하는 유형을 나누라면 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파견한 주재원이나 나라에서 파견한 외교관과 그 직원,
유학생 신분으로 하는 시간제 아르바이트,
독일인과 결혼해 노동허가를 받은 사람의 취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물게 대학을 졸업하고 그 재능을 인정받아 하는 취업.

특히 음악분야로 유학오는 한국인들이 많을 뿐 아니라
이들이 독일에서 인정을 받기 때문에 많은 음악도들이 취업을 한다.
그래서 도시의 시립오페라단이나 오케스트라에 한국인이 없는 경우가 드물다.
이런 경우를 재외하고 일반 대학을 졸업하여 취업하기는 어렵다고 보면된다.


나의 경우는 독일인과 결혼하여 노동허가를 얻은 경우라 하겠다.
나는 독일에 오자마자 어학원을 1년 조금 넘게 다녔고 그 이후에 대학엘 들어갔다.
공부에 취미가 있어서가 아니라 놀멘놀멘 하면서
친구도 사귀고 고급독일어도 구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놀멘놀멘도 밑천이 있을때지
1년 넘게 놀멘놀멘하다보니 돈이 다 떨어져(남편도 학생)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대학엘 들어간지 두달만에 학생일자리를 주선해주는 노동청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은 내게 운수대통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개중에는 번번이 허탕치는 애들이 많고 인터뷰를 해도 탈락되는 애들이 많았는데
나는 가는 첫날 대번에 일자리를 구했으니.

어쨌든 거기서 내 처지에 맞는 아르바이트정보 세 개를 입수했는데
그중 두 개는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나중에 전화를 해야했고
하나는 다행히 사장과 연결이 되어 다음주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인터뷰 날짜를 잡고난 후 자동응답기를 구경하기 위해 전자상가로 버스를 타고 가고있는데
내가 방금 전화한 그 회사 팻말이 대문짝만하게 길가에 세워져 있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그 회사와 전자상가가 같은 산업단지내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왕 여기까지 온거 지금 인터뷰를 하면 어떨까.
학생 아르바이트 일자리인데 뭐 형식인들 중요할라구.
다음주에 하면 누가 그 일자리를 채갈 수도 있을 것이고... 
먼저 찜하는게 임자지.’

하는 마음에 어렵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제가 마침 여기를 지나가다보니 사장님네 팻말이 보이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지금 찾아뵈었으면 하는데요?’


그랬더니 하시라도 오라고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그 회사엘 갔다.

털실을 파는 회사답게 100평정도 되는 매장에 천지가 털실이었다.
사장은 40대후반이나 50대 초반의 금발머리 아줌마였는데
어찌나 인상이 좋은지 면접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이모를 찾아놀러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인터뷰도 내가 지금껏 알고있는 종류의 인터뷰가 아니었다.
그 이모같은 사장은 내게 객지생활하기 어렵지 않냐, 공부는 좀 어떠냐,
어쩌다 독일남자를 만나 결혼했냐, 엄마는 잘계시냐 같은 말만 내내 물어보았다.

그리고 막판 5분정도 되어서야 내가 해야할 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여기는 인터넷으로 털실을 판매, 수출입하는 회사인데
손님상담원, 물건 주문하고 또 받기, 매장판매원 등이 주 임무라고.
그러면서 당장 다음주 초부터 출근하란다.


몇 년이 지나 사장님과 내가 인터뷰했던 날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우리 사장님은 열아홉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장사를 시작해
30년이나 사람이랑 부대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사람을 한 눈에 척 보면 자기가 쓸 사람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나는데
그 날 내가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더 물어볼 것도 없이 결정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약간 점쟁이 기질이 있어서(귀신을 본다는 점에서 나와 비슷한 점이!)
사람을 보고 성격이나 과거를 알아맞히기도 한다.
이 사람의 웃긴 집안 얘길 하자면 또 굴비두릅마냥 재미있는 것이 줄줄이 엮어져 나오니
그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어쨌든 나는 인터뷰같지도 않은 인터뷰를 하고 얼떨결에 채용되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내가 과연 내 1년된 독일어 실력으로 손님상담을 할 수 있으며
전화상으로 주문을 하고 받을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좌우명이 뭐였던가. ‘닥치면 한다’ 아니었던가.
나는 다음주가 되어 떨리는 가슴을 안고,
하지만 안그런척 보무도 당당하게 첫 출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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