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rget=_blank>\' target=_blank>
\' target=_blank>새학년이 될때마다 되풀이해 가져오는 가정실태조사서를 마주하고는 늘 심드렁해지는 나를 보게 되지.큰아이와 둘째,그리고 한참후에 얻은 막내녀석까지 어쩜 하나같이 엄마콧잔등 밑으로 닥아앉아 엄마의 불량스런 눈초리를 받아가며 엄마 이건? 엄마 이건? 하며 체크를 해.얌전하며 비교적 나를 닮지 않은 큰아이는 한결같이 좋아하는 과목에 수학.싫어하는 과목에 체육이었고 날 닮은 둘째는 좋아하는 과목에 국어.싫어하는 과목에 수학이었어.이제 두 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 예쁜 사회인이 되었는데 난 아직도 아침마다 막내의 교복을 씽씽 다려주며 공부 열심히 하고 와!라는 아침인사를 하잖아.
위의 두아이와 다르게 막내녀석은 즈이할아버지가 마마보이라 할만큼 엄마에게 무척 의존적인데.엄마 내 장래희망은 뭐야?하고 묻기까지 하는거야.엥?장래희망?그건 니가 하는거 아니야? 엄마가 너에게 바라는게 아니고 니 스스로 무엇이 되고싶다거나 하는거 말이야.심각하게 엎드려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석을 보면서 나의 장래희망은 무엇이었을까..내 꿈은..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졌고 마을 한가운데로 큰 냇가가 있었으며 그 냇물이 십리쯤 흘러가다보면 그림처럼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그런마을.이맘때면 이제 여름에 겨운 산자락마다 칡넝쿨이 휘이휘이 감겨져 내려와 나보다 더 땅을 많이 차지하곤 했지.새벽이슬에 한껏 제몸을 불린 달맞이 꽃들이 수줍게 들판에 서있노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람이기 싫었어.날개있는 새가 되고 싶었거든.마구 날아다니면서 노래를 부르는.지겹지도 않아?그놈의 노래부르는거?
응 맞아.지겹다 생각하면 참으로 지겨워서 하마트면 소리도 못내는 벙어리가 나을거야 할법도 했지만 난 결코 지겨워하지 않았어 노래부르는거.아니 노래가 아니었지 찬가.우리 아버지는 늘 찬가라고 하셨거든.약주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거나히 술에 취에 들어오시는 날이면 우리 엄마와 그외 남매들은 각자 아버지를 피해 이웃집이나 친구집으로 가버렸지만 유독 소심했던 나는 그런 아버지를 혼자 두고 나갈수가 없었어.큰 주정은 부리지 않았지만 되풀이되는 말을 까닭없이 고개를 끄떡이며 대꾸해드렸는데 어느정도 힘이 팔리게 되며 그때부터 나를 일으켜세워 찬가를 부르라고 했지.찬가.
난 그때 초등학교 2학년때였는데.자라서 여고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버지가 술취해 들어오시는 밤마다 나의 찬가는 계속되었어.아직 어렸지만 내가 부르는 노래는 하얀눈위에 구두발자욱..이라던가 하는 동요가 아니었어.지금 생각하면 눈물이나.왜 그런 구슬픈 노래를 불렀는지.이수미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방울새라는 노래일거야 아마.
새야 새야 방울새야 꽃나무에 앉지마라
슬퍼졌어.다시 이 활자를 보면서 함께 부르자니 다시 눈물이 났어.왜 나는 이렇게 구슬픈 노래를 부른거지?술에 취해 누워있는 우리 아버지는 또 뭐가 좋아서 이런노래를 허구헌날 찬가라고 하면서 부르라고 한거지?가사도 바뀌지도 않고 같은것을 메들리로 부르다보면 어느새 아버지는 꿈나라로 가셨지.행여 다시 아버지가 벌떡 깨어서 술주정을 할까봐 고양이발로 방을 치우고 나면 새벽이 하얗게 울타리넘어 배밭으로 달려들었는데 어느새 식구들이 하나둘 들어와 거짓말처럼 누워 잠을 자고 있었어.
난 가수가 꿈이었어.아니 꼭 가수가 되어야 했거든.그렇게 밤마다 술취한 아버지를 관객으로 수년간 노래를 불렀으니 필경은 가수가 되어야 함이 마땅했지.그러나 나는 결코 가수가 못되었어.여고시절 장래희망이 무어냐고 선생님이 물으면 어떤 아이는 현모양처가 된다고 했는데 그때 그 아이를 어찌나 경멸스럽게 쳐다봤던지.무슨 현모양처야? 꿈이 고작 그거야? 그건 나중에 시집가면 자동으로 되는거 아닌가? 그러나 나는 시집가면 자동으로 된다는 그 현모양처의 길을 반 아이들보다 먼저 들어서게 되었지.시집을 일찍 가버렸어.
그런데 놀라운것은 시집가면 자동으로 현모양처가 되는줄 알았는데 세상에..살아보니 그 현모양처라는게 그닥 만만하지는 않더라구.그때 나는 장래희망이 현모양처라고 손들고 일어나 발표했던 그 아이를 떠올렸어.맞아.현모양처는 아무나 되며,누구나 이루는게 아니었지.가수가 되고자 했던 나의 꿈은? 자동으로 된다는 현모양처는? 나는 둘다 이루지 못했어.아이들보다 더 철없는 엄마니까 현모는 탈락이고 온순한 아내로 남편에게 순종해야하지만 내맘에 들지 않는 남편앞에 어찌 양처가 될수 있으리오..
감사한것은 내 비록 현모는 못되나 의견있는 녀석들이라 엄마를 존경하는 인물1위에 올려준것과 또한 내 양처는 되지 못하나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 호랑이같다면서도 애들보다 더 챙겨주니 안심천만이야.또한 일생 숙원이던 그 꿈..가수가 되는 꿈 말이야.조용필이나 혜은이처럼 국민적 가수는 안되었으나 가수보다 더 멋진 지휘자가 되어 하나님앞에 주일마다 영광의 찬양을 올려드리게 되었으니 나의 꿈은 오래전에 이루어진거야.
난 아침마다 날개가 없어도 노래를 부르지.그것도 새벽새처럼.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내 아이들을 깨우고 내 남편에게 하루를 알려.만약.만약에 말이야 내가 벙어리가 되었어도 난 분명 가수가 되었을거야.내 꿈이 가수였으니까.난 오늘하루만큼은 아버지앞에 다소곳이 서서 찬가를 부르고 싶어.다시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밤마다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신다해도 그런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해..너무나 그리워.스무살이후 난 더 이상 아버지앞에서 방울새를 부르지 못했거든.오늘 내가 그 방울새를 부를텐데 누구 아는사람 함께 부르지 않을래요? \' target=_bla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