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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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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닷 컴


BY 라헬 2006-08-29

난 아직 처녀라구!! 이봐요 저 아직 아가씨거든요? 여성이라면 이런말 몇번씩은 사용했을거야.저 아직 결혼안했거든요?무슨 아줌마라고...

 

파르르 솜털 세워가며 뾰루퉁 쏘아댈때가 엇그제라고 하겠지만 엇그제는 무슨.어느덧 세월은 흘러 내몸에서 나온 아이들이 시집갈나이가 되어 과거 내가 해대던 말들을 즈이들도 해.누가 잘했다 칭찬할까봐서 서둘러 나이를 먹어 이제는 오십도 낯설지 않을만큼 코앞에 두고 잘도 살고있어.아줌마.난 어느새 아줌마가 되었을까.남들보다 오륙년 더 빨리 스스로에게 아줌마라는 면류관을 씌웠으니 스물세살.난 너무나 깜찍한 아줌마였을까?

 

흔히들 과도기라 일컬을만큼 우리(이른바 386세대)세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테크놀러지의 미래형 시대를 그야말로 글러벌스럽게 잘 대처하며 살고 있어.봐봐.오죽하면 우리를 위해 아줌마 닷 컴도 만들어져 있어서 전화로 떨어야하는 수다도,문방구 다녀와야 쓸수 있는 일기나 혹은 남의집 사는 얘기도 담넘어 들어가지 않아도 원없이 할수 있으니 이게 도대체 얼마나 좋고 신기한 세상인지.컴맹?별들에게 물어봐.우린 더이상 컴맹이란 단어도 어울리지 않을만큼 인터넷에 너무나 세련되졌거든.

 

과거 주판알을 튕기고 타자를 치던 민첩한 우리의 손가락은 키보드를 두드려대기에 전혀 손색이 없어.변환키도 안보고 능숙하게 다룰만큼말이야.가끔은 뱀처럼 너무 교활해진 손가락이 엉뚱없는 짓에 더 독을 품긴해도 여전히 아줌마 닷 컴은 청정해역처럼 맑아.그래서 좋거든.아줌마 공동체.그 독특한 세상만이 공유할수있는 아름다운 삶과 해학들.그리고 애잔함과 함께 달려드는 쓸쓸한 공감대에 우리 모두 턱을 괴고 한나절 이상씩은 충분히 잠길수 있으니까.

 

언제까지 이곳 사용이 가능한가요...하고 내가 나에게 물었어.아줌마니까.아직은 말이야.푸훗!하고 배꼽에서 웃음이 일었어.아직은 아줌마라는 말에.웃겨.아직 아가씨예요!!!하며 땡삐(벌)처럼 쏘아댔던 날푸른 음성이 여전히 뒷꼭지 근처에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맙소사..아직은 아줌마라니.웃기잖아.드문드문 또래들이 생소한 할머니가 되었다며 젖비린내 폴폴 풍기는 손주들을 푸념반 자랑반으로 내보일때의 그 살떨림에 관하여 할말이 너무 많은데.어느날 갑자기 나도 할머니가 될것만같아 눈에 불키고 아직은 한참도 아가씨인 딸들을 감시하고 있어.

 

할머니 닷 컴.설마 있을까요? 행여 가입자격이 있다면 난 절대로 부적격자가 되어 가입이 안되었으면 해.아직은 너무 젊어서.지금도 꿈결처럼 아직은 아가씨란 말이예요..라던가..흑흑.조금 더 써서. 아줌마 같지 않아요..하는 수선스런 말들이 가을바람처럼 살금살금 귓볼에 달려드는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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