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국내 담배회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진료비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0

엄마의 꿈


BY 하늘채 2006-08-29


앉은 뱅이 낮은 책상에 앉아 스케치북에 무엇가를 그적거리며 그리는 우리 아이,
어깨너머로 살짝 들여다 보니 빨간 불자동차를 타고 소방소스를 들고 있는 소방관 아저씨가 보였다.

\"뭘 그리는 거야?\"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요\"
\"음, 소방관 아저씨가 되고 싶어?\"
\"네, 용감한 소방관 아저씨가 되고 싶어요\"하며 아이가 싱긋 웃어보였다.

녀석의 꿈은 수시로 변했다.
어떨때는 멋진 해적 선장의 옷을 입은 착한 해적이 되고 싶다고 했고, 바닷속을 잠수하며 여러가지 바다생물을 볼 수 있는 잠수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떤날은 멋진 파일럿이 되어 구름위로 날아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렇게  내 아이의 꿈은 날마다 바뀌어 가고 있었다.

 

다 그린 그림을 들고는 벽면에 자랑스레 붙여 놓은 아들 녀석,
갑자기 내 아이가 묻기 시작했다.
\"엄마, 어렸을때 뭐가 되고 싶었어요?\"
한다.
엄마의 어렸을 적 꿈?

 

 

내꿈,
내 어린시절의 꿈은 고물상 주인이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늘 의례것 곧장 집으로 난 길로 걸어가지 않고 한참을 돌아서야 가는 외딴길로 발걸음을 돌렸다.
빈 박스나, 녹슨 철, 병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진 고물상을 지나는 길에 매쾌한 냄새를 맡으며 낮은 산등성이처럼 쌓아 올려진 신문지랑, 유리병과 빈 박스, 그리고 내용물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즐비하게 쌓아놓은 고물상 한켠에 앉아 오늘은 또 어떤 것들이 새로 들어 왔는지.
신기한 어떤 물건이 고물상 어디쯤에 올려져 있는지, 궁금함으로 몸 안달을 내며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가끔 이상한 아이라고 놀려대긴 했지만 .....
깨진 타일이나, 화장품 뚜껑, 유리병 뚜껑, 동그랗고 네모난 크고 작은 단추 등 길거리에 버려진 모든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의 보물들이 되었다.
가끔 내 책가방이나 신발주머니에 신발이나 책 대신 이런 물건들로 가득 채워지기도 했다.
이런 나의 수집력을 나의 엄마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다.
방안에 쌓여진 온갖 잡동사니를 보고 엄마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지만 나는 내 꿈의 과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고물상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천천히 무엇가를 모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엄마의 화장품 상자나, 작은 과자상자안에 내가 주어온 여러 가지의 보물들을 담아내는 일이 얼마나 기쁘던지......
빨간 단추,파란 단추, 동그랗고 네모낳고 세모난 단추들의 형형의 색깔들을 보면서 나는 꿈을 키우곤 했다.

알록달록한 모양의 작은 모양의 옷핀, 깨진 접시 조각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괜시리 기분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커서 도대체 계집애가 뭐가 되려는지. 허구헌날, 쓰레기만 끌고 들어오니.....쯧쯧\"
하는 아버지의 걱정스런 말씀을 들은 날도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깨진 꽃병 하나를 주워왔다.
꽃병 입구부분에 약하게 실금이 가 있었는데 본드로 붙이기만 하면 쓸모있어 보이는 거였다.
작은 꽃병 입구를 본드로 붙여 나는 화분으로 쓰기도했다.


나의 보물들은 그렇게 차츰차츰, 내 방안 한쪽 구석, 혹은 아무도 모르는 뒤곁 어느 구석에 몰래 몰래 숨겨지기도 했다.
가끔 그런 버려진 것들 중에는 쓸만한 물건들이 한두개 있었는데 나는 그때 처음 재활용의 의미를 알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까?
지금도 뭔가 버려진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는 걸 보면 아직도 그 시절의 수집력을 전부 다 버리지 못한 듯 싶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자,
울 집 여기저기에 내 보물들의 흔적이 흩어져 마치 작은 고물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즘에 속앓이를 하던 울 엄마는 이사를 하면서, 집이 좁다는 이유로 내 분신과도 같은 보물들과 이별을 하게 만드셨다.
그때 그 슬픔 때문이였을까?
한동안 무엇가를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한참을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먼 기억속에서 꿈이 바래질 대로 바래져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리고 내 나이 서른 여덟,
나는 지금 한 아이의 평범한 엄마가 되었다.
가끔 울 일곱 살짜리 아덜 녀석이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주머니속에 혹은 제 손안에 돌멩이나 병뚜껑을 들고 들어 온다.
\"그거 뭐 할려구....?\"
\"엄마, 돌이 너무 예뻐서요. 내 보물이에요\"하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가끔 녀석이 들고온 작은 씨앗이나 열매들이 아이 보물상자에서 싹을 틔워 내고 한다.
어떤날은 녀석이 산행길에서 주워온 도토리를 넣어둔 상자안에서 오동통한 애벌레 한마리가 들어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엄마 보석함을 빼앗아 결국 녀석의 보물 통으로 만들고는 그 안을 열어보면 돌멩이 몇 개, 병뚜껑, 옷핀, 나사 같은 것들도 보물통을 채워가는 아들 녀석을 보며 비실비실 웃음이 나온다.
마치 내 어린시절 엄마를 닮아가는 아들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미래의 어느날 내 아이는 또 어떤 꿈을 꿈꾸게 될까?

 

이제 엄마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바뀌고 변화되어온 꿈들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지만, 이제는 내 아이의 좋은 엄마로 내 남편의 좋은 아내로 살아가고 싶다는 꿈~

내 아이에게 따스한 이야기를 나눠주고 눈길을 줄 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겠다고 말이다.

비록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세상속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말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