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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야망의 \'정자\'에게


BY 라헬 2006-08-29

정자야

물론 이렇게 정자야...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어.대략 스토리를 보아하니 네가 낳아서 태수집에 두고온 훈이가 나와 동년배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분명 너는 나의 엄마,혹은 이모나 고모뻘쯤 될법하지만 그냥 정자라고 부르겠어.그래야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쓸수 있거든.정자.읍보다 작은 동네 전당포집 무남독녀인 정자야.

 

난 너를 알아.너무나 잘 알아서 하마트면 네가 나인줄 알았어.어떻게 아느냐고 묻지는 않겠지.너희집과 태수네 방앗간 사이.그 길거리와 모퉁이 그리고 얄궂은 골목이 내다보이는 네방 창문에서 나는 네가 태수를 향해 벌인 사랑의 행각을 익히 아는터라 분명 머리가 이때쯤 히끗히끗해있을 너는 기어코 가여운 여인의 말년을 바라보고 있을테지.그래야 해.그래야 정자지.

 

살을 에이는 칼바람을 볼에 맞으며 너는 언땅을 휘돌아 태수를 따라나섰던 그날로 아마 너의 삶은 지금이 예정되어 있었을거야.목숨처럼 사랑했던 태수.그의 아들을 홀로 낳아 키웠으며 끝내 파열음처럼 고통스럽기만 했던 짧은 결혼생활에서 너는 둘째인 수경이를 낳았어.잘했어.표독하고 길들여질수 없는 거친성품을 쏘옥 빼닮은 딸이 생겼으니 잘했다 할수 밖에.정자야.수경엄마야.

 

잊지 않았어.결코 잊을수가 없을거야.태수와 보낸 그 짧은 몇해동안 정자.네가 겪었을 아픔을 나라해서 왜 모르겠냐만 그래도 독하고 야무진 네 성품으로 조금더 참아내는 오기는 부릴수 없었더냐.가엾어.너무나 가엾어서 언제나 불쌍했던 정자야.이런 날이 올줄 알았어.그래서 처음부터 네가 늘 불안했고 가엾었거든.그 사랑스럽고 꿈결처럼 황홀해야할 소녀때의 첫사랑.그것은 네게 독초처럼 썼으며 비에 젖은 새털처럼 안쓰러웠어.사랑앞에 똑같이 불행했던 태준과 미자보다 훨씬 싸구려 같았거든.그래서 마음이 아팠어.우린 너나 없이 귀족적이고 싶으나 실은 그렇지 못했잖아.그래서 너를 많이 사랑했어.그리고 끝없이 응원을 했어.

 

정자야.잘 이겨내.그리고 조금만 태수에게 비껴있기도 해보구.네 자신에게도 애정을 갖고 스스로 가꿔나가는 지혜있는 모습이기를 바랬어.세상은 어찌보면 불공평해보여도 길게 보면 결국은 공평하다는 것을 알았거든.그래서 인내하며 버텨보라고 한건지도 모르겠어.부부란 복잡한것 같아도 한꺼풀 벗겨내면 신기하게도 가장 단순한 아메바같기도 해서.정자 네가 너의 새끼를 품안에 끼고 태수곁에 두다리 버티고 서있는 한 태수도 어찌할 수 없었을테니.그래서 아쉬워.

 

비겁하게 현재 태수가 성공이란 탄탄대로를 걷는다 해서 하는 말이 아니야.아니구말구.나도 세아이를 둔 엄마로써..아니 그 이전.어린나이에 정자가 태수를 따라 야반도주한 그날부터 지금까지의 정자를.철부지에서부터 자식과 헤어져 더 열악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지금까지의 정자의 아픔이 충분히 느껴져.아파.너를 볼때마다 너무 아파.환경이 정자를...정자가 환경을..또 다시 환경이 정자를 늘 불행하게 하는 순환의 고리를 끊게 하는 방법을 찾아낼수가 없기에 더 아파.

 

정자야.왜 미자가 불안하다 하지?나는 네가 더 불안해.너의 눈빛을 보면 단 한순간도 평온한적이 없었거든.늘 흔들렸으며,무엇인가 채우려고 안달하는 눈빛.그것은 사랑이었지.정자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사랑이었어.그러나 너는 사랑을 받을수도 없었거니와 너 또한 사랑을 베풀 여유가 없었잖아.하긴 노력하려고도 안했으니.너에게 정없고 툭툭거리는 태수처럼 너는 훈이에게 그랬잖아.정자야 너는 사랑못받은 여자 티가 너무 났어.이왕 약을바에 왜 그 사랑도 제대로 못부렸는지.

 

지금의 남편에게 습관적으로 얻어맞아 늘상 상처투성인 너의 얼굴.넌 더 이상 악다구니를 써가며 사랑해주기를 바라던 태수의 여자가 아니었어.여자는 잃어서는 안될것 세가지가 있는데 정자는 이제 더이상 잃을것도 없는 여자가 되어버렸어.불쌍한 정자야.너를 어쩌면 좋니.훈이는..수경이는..정자야 네겐 사랑이나 야망이란 단어 자체가 존재하기 힘들만큼 넌 너무 헐벗은 땅이 되어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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