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 시동생이 쫀쫀한 걸 말하려면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말이 막힌다.
그는 요즘시대에 보기드문 쫀쫀함의 소유자다.
증세도 그쯤되면 일종의 병이다.
식구중에 그런 사람이 없으니 유전병은 아니고
주위에 그런 사람이 없으니 돌림병도 아니다.
돌연변이라 할밖에.
그의 쫀쫀함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시집와서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시대별로가 아니라 생각나는 순서별로 적어야겠다.
쫀쫀이의 첫번째 사례,
남편과 내가 객지서 공부하는 시동생네를 방문한 것은 결혼하고 1년후엔가 그랬을 것이다.
예전에 시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내가 해준 타이식 카레요리를 잘 먹는 것을 보곤
시동생네 가면 타이식 카레요리를 해줘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카레 파스타와 코코아 밀크, 그외 각종 재료를 가방에 넣어갔더랬다.
기차타고 4시간걸리는 시동생네 놀러가자마자 점심때가 되어서
나는 부지런히 부엌에서 뚝딱거리며 카레를 해서 먹였다.
그리곤 시내구경을 나가는 김에 수퍼에서 저녁거리를 샀는데
2만원 남짓한 돈을 딱 세등분으로(두등분도 아니고) 나눠선
나와 남편에게 7천원씩 내라고 하는 거였다.
난 그때 독일온지도 얼마 안됐고
독일사람들은 형제간에도 이렇게 따질건 따지는 모양이다 싶어서
손님의 신분이었음에도 별말없이 내 몫인 7천원을 냈다.
그리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도, 술집에서 술을 마셔도
남편이 계산을 하거나 아니면 늘 총액을 3등분한 더치페이였다.
쫀쫀이 이야기 둘,
한 달 전엔가 나는 시동생, 시아버지와 함께 셋이서 수영장에 놀러간 일이 있었다.
근데 아뿔싸,
함께 가겠다는 남편이 갑자기 빠지는 바람에 나는 현금을 한푼도 안챙겨간 것이었다.
입장료는 시아버지가 내셨다.
점심때가 되어 배가 슬슬 고파지는데 돈은 없고... 해서 앉아있자니
시아버지가 도시락을 사왔다며 내게 포도와 빵 한쪽을 권하시는 것이었다.
도시락을 보아하니 시아버지가 혼자 드시기에도 많지 않은 양이다 싶어 사양했는데
시동생이 그 빵 한쪽을 자기가 먹겠다는 것이었다.
시아버지는 단호히 ‘너 줄건 없다!’ 하시면서 거절하셨는데
그때의 고소함이란 10년 앓던 이가 빠진 느낌!
어쨌든 시동생과 나는 밖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수영장을 나왔다.
나는 시동생에게 고백했다.
\'나 사실 현금이 없어\'
\'어, 그래? 어쩌지 그럼?\'
사실 이 말을 하면 시동생이 ‘걱정마, 내가 점심사지’ 할줄 알았는데
이렇게 되묻는다.
\'어쩔 수 없지 뭐. 카드가 있으니까 현금을 인출해야지.\'
내가 역시 시동생보다 한단수 낮다.
우리는 근처를 한 30분정도 배회하다 거기서 우체국 하나를 겨우 발견했다.
10만원을 인출한 나는 오기가 생겼다.
시동생을 데리고 식당으로 가서 너 먹고싶은거 다 시키라고 했다.
좀 화가나선,
\'날위해(!) 30분이나 은행찾아 해맸으니 내가 낼께.\'
그럼 부끄러워할 줄 알았던 시동생
너무 감지덕지하며 먹고싶은걸 정말 다 시켜먹었다.
쫀쫀이 이야기 셋.
남편과 나는 되통스럽고 뜬금없는 깜짝선물 선사하기를 즐긴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그걸 좋아하든 아니든 그건 우리 알바가 아니고.
시아버지의 환갑때도 역시 우리 나름대로 깜짝선물을 준비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신문에 광고내기였다.
꽤 유명한 석간신문에 휴대폰만한 크기의 광고를 내는데 20만원이 넘게 들었다.
그것을 우리 둘이서 부담하기로 하고 재미있는 문구를 만들어서 광고를 내고는
시어머니한테 귀뜸을 했다.
이튿날, 시어머니는 작전대로 신문을 사들고와서
우리의 광고에 야광펜으로 눈에띄게 동그라미를 해놓고
시아버지한테 내밀어보이면서 우리 세 아이들(나를 포함)의 아이디어라고
깜짝선물을 내밀었다.
평생 자기이름을 신문에서 볼 일이 없었던 우리 시아버지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면서 좋아하셨다는 후담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의 신문광고 선물에 은근슬쩍 이름이 올라간 시동생이 문제였다.
환갑선물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그에게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선물비 20만원을 공평하게 셋이서 나눠야한다고.
아닌밤중에 홍두께로 선물로 7만원의 지출이 생긴 이 아낌쟁이 반응은
보나마나 시큰둥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 7만원은 날아간 거라고 애저녁에 생각하고 있는데
2달정도 지나서야 아낌쟁이가 돈을 송금했다.
내가 까짓것 받지 말자고 남편에게 말했는데도
남편은 전화를 두어번이나 하고 메일을 보내고 해서 기어이 받아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 여름 시동생의 생일때였다.
우리는 시동생을 위하여 비싸다는 소고기 등심으로 스테이크요리에 적포도주를 해놓고
깜짝선물(고추장독만한 거대한 양초)까지 마련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웬일로 귤 한 봉지를 들고왔다.
귤을 무지 좋아하는 나는 그 봉지에 든 열 개가 넘는 귤을 거의 다 먹고 두 개를 남겨두었다.
실컷 수다를 떨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는 귀가하려고 일어선 시동생,
자기 물건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나보고 귤봉지 어디있냐고 하는 것이었다.
봉지고 뭐고 다 먹고 두 개정도 남았다며 껍질만 가득든 봉지를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며 얼굴이 구겨지는 것이었다.
나는 시동생이 나를 웃기려고 일부러 놀라는 시늉을 하는가 보다 생각했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얼마나 진지하게 귤껍질을 들춰보며 남아있는 귤을 세는지...
‘두 개밖에 안남았네’ 하곤 우울한 표정을 해가지고선 귤 두개를 가방에 넣었다.
아! 마음넓은 나도 그의 쫀쫀한 행위를 보고있자면 두통이 온다.
장차 어떤 운없는 여자가 그의 여편네가 될런지...
가만 생각해보니 내 생일선물로 시동생한테 뭘 받은 기억이 없다.
나는 입때껏 시동생 지갑이 낡았다고 하면
백화점가는 길에 지갑하나 사서 소포로 보낸 적이 있었고
그의 생일때마다 책이다 씨디다 티셔츠다 해서 소포로 보냈는데 말이다.
받기위해 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가 가면 오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함흥차사요,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그런데 어제 기어코 본의아니게 복수를 하고말았다.
어제는 시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시부모님이 기념일을 맞아 시동생과 우리들을 스테이크 하우스에 초대하셨다.
우리는 선물로 뭘할까 고민하다 깜짝선물 하나를 만들었다.
직접 만든 카드 달랑 한 장.
식사내내 선물을 안가지고온 척 하다가
식사가 끝나고 남편이 몰래 계산을 한다.
그리곤 우리가 만든 카드를 드린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져있다.
‘결혼기념일용 상품권.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1회 식사권.
손님이 몇 명이든 가격이 얼마든 상관치 않음!
불토끼와 토끼남편으로부터’
이 선물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다.
우리가 빈손으로 온줄 아신 시부모님이 상품권을 내밀자 어찌나 좋아하시는지...
어제도 역시 우리의 아낌쟁이 시동생은 빈손으로 왔다.
나는 그렇거나 말거나 시동생에게
얼마전 우리가 폴란드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담배한보루 사왔으니
시댁에 가거든 잊어버리지 말고 담배 가지고가라고 일러주었다.
그런데 그 한보루의 담배가 시어머니에 의해서 말짱 없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어떻게 했냐고 했더니 어머니 왈.
주변에 담배피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다 나눠주고 남은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시큰둥하는 시동생에게 어머님이
아들이 담배 많이 피워서 좋을 것 하나 없을 것 같아 남줬으니
너무 기분나빠하지 말라고는 말씀하셨지만
속으론 주지않고 받을생각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얼마나 고소하던지...
이 불토끼도 결혼한지 이제 7년이 넘었다.
이제부터 슬슬 시동생의 똥꼬에다 똥침을 놓을 시간이 오지 않았나 싶다.
이제부턴 시동생과 함께 술집에 가서 실컷 시켜먹고 줄행랑을 쳐야지.
내 생일이 가까워 오면 생일선물 리스트가 적힌 카드를 1주일 전에 보내야지.
시동생 여자친구한테 시동생 쫀쫀하다는 것을 마구 선전해야지.
이 아낌쟁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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