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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없는 집


BY 정자 2006-08-27

세상에 요즘에 에어컨이 없으면

머리 벗겨지고 죽어도 모를 거여...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기계들인데

 

 

나의 차에도 이젠 에어컨이 작동 되지 않는다.

사용도 안했지만

도시처럼 꽉꽉 길 막혀 오도 가도 못할때나 써먹는 기계정도로 생각했다.

여기는 교통체증이 귀한 시골.

시속 육십으로 달리면 바깥 바람이 에어컨보다 더욱

시원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땅속 깊숙히 고여 있는 지하수라 냉장고에 있는 물보다 더 차다.

 

오랫동안 샤워도 못한다.

물이 하도 차거워서 나중엔 이빨이 덜덜 떨리고 입술도 새파랗게 질린다.

안방에 돌아오면 십년동안 애용된 푸른 선풍기를 틀고

방바닥에 배를 깔고 드러 누우면

이젠 부턴 구들장의 냉기를 그대로 몸에 스민다.

그러다보면 솔솔 잠이오고, 운 좋으면 달디 단 잠에 꿈같은 한 여름날의 매미소리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푸른하늘을 볼 수도 있다.

 

우리집은 지은지 한 육십년은 된 것 같다.

머릿돌이나  마루나 구조를 보면 오래 전 옛날 이 집을 지으신 주인이 꽤나 오래살  것 같아  흙벽돌도 두툼하게 빗어 손수 쌓아서 지은 것이다.

새마을 운동 덕분에 지붕은 훌러덩 벗겨져 지금은 함석이지만.

그 밑은 흙으로 덮어 놓아 열을 차단해주는 덕에

방에 더운열이 내려 오지 않는다.

비오는 날은 함석지붕도 꽤 운치가 있다.

빗방울 튀기는 소리가 어떤 연주가가 강약을 조절하여 리듬감이 고루 고루 들린다.

처마끝에 몰아서 흘러내리는 빗물 받이가 강처럼 흐르는 데

거기서 난 신발도 신지 않고 물장구 치는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따라서 흉내를 낸다.

 

겨울에나 여름에 모두 습기를 자동 조절하나보다.

그 흔한 습기먹는 것들을 놓지 않아도 흙벽돌들은 용량이 제한이 없나보다.

이렇게 더운 여름밤엔 그나마 선풍기도 꺼야 한다.

굳이 선풍기의 바람이 필요하지 않다.

 

가만히 누워서 창호문 기역자모양과 니은 모양의 겹침사이로 별들이며.

달빛이 마루를 타고 올라서 슬며시 들어오는 빛들을 볼때면

이래서 옛날 분들이 여름밤에 모깃불 펴놓고

이야기를 풀어 헤치는 옛날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들려줬구나 .

 

나도 가만히 있지 못하게 입이 근잘근질하게 하니

할 수없이 딸내미 귓가에 나 어렷을 적 들었던 그 이야기를 하나씩 더듬어가며

해주니 딸아이눈빛에 별빛이 걸렸다.

 

어제 옆 집 할머니가 그동안 잘자라서 토실토실하게 익었다는 옥수수를 손톱으로 톡톡 따서 한 알 한알 입안에 넣으며, 여름나기를 하는데,

이렇게 옛날 사람들도 살았을 거다.

별일도 아니고, 유난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한 그 여름밤들을 보냈을 텐데.

 

기계앞에서 쩔절매고 보낸 여름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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