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면 빠지고 싶어.
바람에 깃을 세우던 그 파도에 내몸을 맡기고 싶었어.
오늘 아주 잠시 그 유혹에 빠졌다.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에 앉아 그 유혹과 싸웠어.
홀연이 걸어 들어가고 싶은 유혹과...
자살 충동이 아닌 그 무엇으로.
그렇게 앉아 있는데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아닌,
그렇게 쉬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으니 문젠가?
사는게 너무 치열해 이렇게 살아야 되는 의미를 여기저기
부여해 보지만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런날엔 바다가 보고 싶어.
서울에선 나두 동해 많이 갔더랬어.
묵호가 행선지 였구 바다위에 건물이 반이나 담겨 있는
횟집겸 여관이 있었어.
어느 가을날 아침에 눈을떠 우연히 밖을 내다 보는데
한 남자가 갯바위 낚시를 하고 있더구나.
해가 떠 오르는데 그 해가 중천이 다 되도록 그렇게
꼼짝을 않고 서서 낚시를 하더구나.
고기는 올라 오는 거 같지 않았는데 그렇게 미동도 않고
낚시를 하는 사람을 그렇게 나도 지켜 보았어
그리곤 서울에 돌아와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동해 하면, 나이도 얼굴도 모르는 그 남자가 젤 먼저 떠 오른다
강릉엔 겨울 바다가 참 좋지.
모래사장도 좋구.
재작년엔 여름 휴가 거기로 갔었는데.
대포항의 어물전도 그립네.
수족관에서 큰 가오리 뜨는거 보구 가오리 떴다라고해
휴가객들 웃음을 자아내게한 덕분에 조카들에겐 두고 두고
나 나타남 가오리 떴다다.
동핸 추억이 많은 곳이야.
가을날에, 것두 늦가을에 바다가 참 좋았어
사람이 드믄탓에 혼자 걸어도 별로 흉될게 없어서 좋았던..
단골이 되었던 숙소 아줌마 처음엔 방 안준대.
나중에 알고보니 자살할 여자처럼 어두워 보이더래...
주민증 맡기고 간신히 방 얻었던 내 스믈 몇살에 기억이
저편 어디에서 떠돌고 있구나.
나이 먹어서 찾아간 동해는 어찌 그리도 담담하게 나를
맞이 하던지 배신감 마저 들었어.
목놓아 울것만 같았는데 말이지..
내 속내가 고스란히 남아, 나를보고 반가히 맞아 줄것만 같았던 착각이..
끝내 울지 못하고 왔다.
바다는 그대로 이던데 말이지..
바다에 가면 난 빠지고 싶은 생각을 한단다.
됐니?
ㅎ
ㅎ
바다에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