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보니 올 추석도 얼마 안 남았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추석을 일컬어 \'한가위\'라고도 하는데
한가위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입니다.
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지요.
하지만 올 한가위는 여전한 경기침체로 인해 어렵게 보내야만 할
필부들이 예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유추됩니다.
그러한 현상은 저희집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음은 물론입니다.
작년 가을의 어느 날에 지역신문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지역의 C경찰서에 따르면 작년 들어 가출인 신고 건수는
모두 240건으로서 이중 30~40대 가장의 무단가출이
40건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경제난에서 기인한 지독한 빈곤으로 인해 그처럼 가장이 가정을 버리고
가출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장의 가출로 인해 남아있는 가족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 문제의 심각성으로 대두되고
있음을 천착하게 되었지요.
가장은 가정의 리더이며 회사로 치면 사장입니다.
또한 나라로 치자면 대통령도 됩니다.
하지만 그처럼 중차대한 무게를 지닌 \'리더\'가 소중한 가정을 버리고
어디론가 잠적하여 함흥차사라니 이거야말로
참으로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었지요.
물론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해 그처럼 가출한 것임을 유추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고 사는 서민들이 과연 얼마나 적을까요.
어차피 우리네 인생이라는 것은 거개가 고해(苦海)을 건너는 여정이며
그래서 \'눈물을 국으로 한숨을 밥으로 먹고 사는 존재\'라고 했던 것입니다.
작년 봄에 서울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등포공원과 서울역 일대에서 많은 노숙자들을 보게 되어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었습니다.
그분들이라고 해서 왜 가정까지 버리고 나와서
풍찬노숙을 할까 싶어 마음이 아렸습니다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럼 저 분들의 남아있는 가족들은 대체
무슨 수로 먹고 살고있단 말인가?!\' 라는 의문에 잠시 암담하기도 했던 것입니다.
몇 년 전 부인과 이혼을 하고는 절망의 늪에 빠져
그만 노숙자 생활도 3개월 여나 했다는 지인이 인근에 살고 있습니다.
근데 당시의 그분은 제 때 닦지를 않아서 더러운 입성에 더하여
게슴추레한 데다가 눈곱마저 덕지덕지 붙어있는
퀭한 눈은 세상 살기를 포기한 듯한, 마치 \'절망의 그림자\'를
보는 것과도 같은 목불인견이었습니다.
진득한 병마까지 찾아왔는지 연신 콜록거리며
가래침을 뱉어대던 지인에게서 저는 경제난과
한 가정의 붕괴는 한 가장의 미래마저도
갉아먹는 암(癌)으로 도래함을 여실하게 느꼈댔습니다.
당시 지인은 말했습니다.
\"노숙자 생활을 한 달만 해도 거의 폐인이 된다.\"고요.
그 지인이 지금은 참으로 다행하게도 다시 원래의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했지만 당시로서는 참으로 보기에도 안타까울 지경이었지요.
언젠가 통계청의 보도자료를 보자니 재작년 한 해 우리국민은
하루에만 30명씩 자살했다고 합니다.
헌데 이는 명색이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는 OECD 가입국가인 대한민국의
커다란 수치가 아닐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할 정치권은 하지만
연일 상쟁이며 다툼의 연속입니다.
또한 일부 여유 있는 계층들은 올 추석에도 무변하게
조상에게로의 차롓상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외국여행을 가고자 하기에
여행사와 항공사는 벌써부터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고 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빈부격차는 어느덧 장강(長江)처럼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없이 사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마저 버리고 가출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처럼 가장이 무작정 가출하는 행태는 대단히 못 된
이기주의의 극치이며 또한 가장이기를 포기한 무책임한
경거망동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지금 현실이 어렵다고 한들
\'신은 인간에게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시련만을 주셨다\'고 생각하면
외려 마음이 편해짐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도 어렵긴 매한가지입니다.
남편은 비정규직의 박봉인지라 저 역시도 아르바이트로서
생활비를 벌어야 겨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남편이 실직까지 한 때문으로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입니다.
여하튼 사람은 누구라도 \'세 권의 책\'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제 1권은 \'과거\'라는 이름의 책이며
제 2권은 \'현재\'라는 이름의 책이라고 합니다.
끝으로 제 3권은 \'미래\'라는 책이라네요.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제 2권인 \'현재\'라는 책을 열심히 쓰는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그건 바로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과거\'는 시효가 지난 수표이며
\'미래\'는 고작 약속어음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현재\'인 제 2권의 책입니다.
그러하기에 현재인 \'오늘\'에 우리는 모두 더욱
충실하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이나 열망했던 \'내일\'이기에
우리는 그래서 오늘을 사는 관념을 내가 이 땅 위에 남은
내 삶의 첫날로 알아야한다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와 지금
이 시간 풍찬노숙하고 있는 노숙자 등과 같은
가장들은 어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아무리 사는 형편이 어렵고 고달플지언정
태산을 넘으면 반드시 평지를 볼 수 있음이고
지나간 바람은 춥지 않다고도 했지 않습니까!
비록 꽁보리밥일지언정 모두 둘러앉아
그 밥을 나눠먹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건 바로 행복이라고 믿습니다.
모쪼록 우리 사회에 가출하는 가장과 또한
노숙자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합니다.
오늘도 저는 \'현재\'라는 책을 성실히 쓰기 위해
비록 몸은 고되지만 다시금 백화점에서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렵게 번 가치 있는 돈으로
2년 후면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과 딸의
바라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것입니다.
저의 한결같은 꿈은 바로 이것입니다.
비록 빈궁의 연속이긴 하되 사랑하는 남편과 변함 없이
사랑만 하면서 살자는 것입니다. (더불어 남편이 어서 취업하기를!!)
다음으론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속칭 명문대에 다니고 있는 두 아이가
지금처럼 올곧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차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가 돼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제가 이담에 만나고픈 꿈의 실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