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해수욕장을 끼고 구비구비 고개를 넘어가면서 아래로 보이는 바닷물은
둥근 만 안으로 흘러들어와서인지 게으르게 철썩거리는것 같다. 지도를 펴 들고 찾아가는 초행길이라 이 언덕을 넘어가면 되돌아 나오는 길이나 있을련지 불안한 마음으로 Go Go!! 일부러 암남공원을 찾아가는길은 아니었다. 부산 역에서부터 차를 주차할때가 없어서 그냥저냥 신호에 밀려 나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보이는 낮으막한 산이 용두산 공원이라고 위치만 확인했고, 왼쪽 바닷가쪽으로는 자갈치 시장이라는 큼지막한 간판을 보면서도 초행길이라 주차장을 찾지못해 계속 의미없는 전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드디어 가늘고 길고 꼬불꼬불하기까지 한길이 오르막이 되었을때는 운전자나 조수나 극도의 불안감으로 입을 꾹 다문채 앞만 쳐다보며 제발 주차장이 나타나주기만을 애원하면서 앞으로 나가고 있는 중이다. 혹시나 재수 없어서 막힌 길이라거나 일방통행이 아니길 빌면서... 가늘가늘한 길이 끝나나 싶으니 아래로는 바다가 넘실대고 낮으막한 산으로는 암남 공원이라는 팻말을 머리에 이고서 훌딱 벗어진 이마처럼 넓고도 둥그런 길이 확 퍼져 있다. 정면을 위치한 바닷가 검은색 바위에 철썩이는 파도에 몸을 적셔가며 낚시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붙어있고 안전선 철책안으로는 삼삼오오 가족들과 연인들은 간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가끔씩 강하게 부딪치는 파도 물살을 피해가며 바다 구경하기를 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바다, 한 번만 보면 할것도 없고 한 참을 헤아려 보기에는 답답하고 지루하고... 내가 보니 사람들이 다 심심한 눈으로 바다를 보고 있는것 같았다. 구루마에서 커피파는 아줌마에게 값 싸고도 깨끗한 잠자리 정보파악하느라 댓가로 쓰고 진한 커피 한잔 사가지고 한 모금 먹고 손에 들고 다니다 엎질러서 이래저래 산만한 아줌마로 전락했다. 그래도... 작년 쯤에 지었다는 모텔을 소개 받아서 가보니 이름이 \" 티파니에서...\"다. 티파니에서 뭘~~~ 우짜라고~ 오천원 깍아달라고 했다가 결국 못 깍고, 제 값 다주고 모텔을 들어갔는데.. 이런 장소 왜~엔~지~ 낮설지않아 ,낮설지않아!! 언제인가 꿈결처럼 왔던곳인가? 흐흐흐..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달라고 했거늘.. 반대편 암남산자락이 퍼렇게 보이는 정면 방을 주었다. 바다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이런건 아니지만.. 다시 가서 바다가 보이는 방으로 바꿔달라고할까? 하는 철없는 질문에. 이 사람아, 오천원 깍자는 사람이 바다는 무슨 바다. 바다 보이는 방은 VIP!! 알아 들었어? 돈 많이 줘야 하는 방이라구~ 알았다구~ 내 살아생전 돈 내고 바다 볼일 있을 까닭이 없는고로, 산 으로 향한 방 창문 열어놓고 슬슬 걸어 내려와 바닷가 산책에 나서긴 했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에서 쨍! 한 날이 아랫녘으로 내려 오면서 오줌 지리듯 질금 거리는게 더 으스스하고 뼛속까지 추위가 찾아오니 그 나마 용기있게 바닷가까지 갔다가 잰 걸음에 쫒겨 들어왔다. 나간 김에 이태리 타~오~르 까지 사가지고 와서 본전을 뽑겠다며 욕조에 물 가득 담고 풍덩 담겨 있으니 복날 우물가에 수박 담궈진거 맹키로 앞으로 봐도 둥글 뒤로 봐도 둥글이다. 둥둥 떠 있다가 까칠한 이태리타올로 벅벅 문질러도 결과가 없는지라. 이상타 ~ 알고보니 온천 물보다 더 좋은 연수기 물이라서 그런가? 목욕탕 입구에는 바구니에 수건을 얌전하게 돌돌 말아서 상표까지 붙여서 종이띠로 얌전히 코디를 해 놨다. 순간! 아니~ 이 집은 수건도 돈내고 써야 하는거야? 이 대근이 처럼 목소리 확 끌어 내려 흥분하니 돈 안받아,그냥 써. 맘 놓고 쓰라구. 사람이 촌스럽기는, 그랴 , 나 촌스러. 촌스러울때가 좋은줄 아셔야지. 옛날 영화보면 여관 방안에 동그란 양은 쟁반에 누리끼리한 컵 두개에 노란 주전자에 물 담아 놨더구만, 이 집은 그런 영화도 못 봤나? 한쪽 귀퉁이 조그만 다탁위에는 커피 두개 녹차 두개. 깨긋한 잔 받침에 바쳐서서 얌전히 놓여 잇고 전기 주전자도 있는데 정작 물이 없다. 인터폰 눌러서 물어볼까? 아서~ 그냥 참지 뭐. 한다. 그러다 테레비 를 받치고 있는 탁자 문을 열어보니 으이그~앙큼맞게 그 속에 냉장고가 들어있네. 물도 두 병이나 있고 작은 팩 오렌지 음료수에 박카스도 들어있다. 피로 회복제라....음 하하하~ 내일 아침 나갈때 잊지말고 챙겨야지.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더니... 수탉 우는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알람소리는 쨉도 안 된다. 암탉이 낳는 알을 저 놈이 먹고 힘 내서 우는게 분명한게야. 쉬지도 않고 꼬고꼬고 꼬기오오오오~~아주 에코를 울린다. 떠지지않는 눈과 열려있는 귀 사이에서 비몽사몽 헤매다 맞아! 새벽 산책을 하라는 수탉의 계시인줄 알고 황급하게 일어나니.. 어떤 영화에서인지... 여자는 침대에서 우아하게 일어나고 남자는 소박한 아침 준비를 해서 미처 눈꼽도 안 떨어진 여인에게 아침 밥을 멕이드만, 어디서 본건 있는지.. 이 방에 먹을 거라곤 커피와 녹차뿐, 새벽 댓 바람에 수닭 고함 소리에 지쳐 일어난 사람에게 100도가 넘는 커피를 건네주니 저 커피 먹고 목을 데라는 소린지 아님 위가 쓰리라는 얘긴지 알수는 없으나 달콤 쌉쌀 새벽 커피도 맛은 괘안타. 일찍 일어나 꽃 단장 끝낸 남자는 먼저 나갈께 천천히 나와 하며 사라지고 헝클어진 머리 쓰다 듬으며 안남산자락 어딘가에 있을 수닭에게 눈을 흘기며 좋으네 싫으네 새벽 커피를 한잔 다 마신후에 슬슬 나갈 준비를 한다. 복습은 교육의 효과. 숙박업소에서 나올땐 작은 돈이라도 놓고 나오는것이 예의라고 배워서 이것 저것 치운후에 탁자위에다 천원짜리 두장 놓고 커피 잔으로 눌러놨다. 아마 치우러 들어오신 아주머니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좋으실거라고 믿으면서... 벌써 부지런한 동네 아저씨들이 왔다갔다 바쁘게 다닌다. 입구를 버젓이 나오다 보니 아저씨들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음을 느낀다. 필시 \" 어이구~ 세상 말세야, 나이 먹은 여자가 모텔 출입을 예사롭지 않게 하는것 좀 봐.\"쯔쯔.. 그래도 그렇지 내 차림새를 보나, 얼굴 연륜을 보나, 아님 풍기는 분위기(고상하지 않기는 하다.)를 봐서 내가 외간 남자랑 모텔방이나 드나들것같이 보이긴하나??? 그럼 다행이고, 땡기는 시선을 뒤로 하며 \"티파니에서...\"를 나와서 어제 저녁 쫒겨 들어온 바닷가 어딘가에 있을 남자에게로 발걸음을 재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