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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행복.


BY 오월 2006-08-02

바퀴벌레마냥 집안에 틀어박혀 쓸고 닦고

아이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오면 그 아이들

신은 운동화보다 뽀얀 운동화를 신은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그것이 살림을 잘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만족하며 살때 아파트로 입주를 하며

그 편리함에 세상을 다 얻은듯한 만족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왠지 삭막한 기분이 드는것이 초록색이

없어서인듯해서 베란다에 화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초를 잘 키우는 사람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만큼

화분의 개수는 늘어갔고 수석을 모의는 취미를

가진 남편때문에 미처 자리를 잡지못한 돌들이

자연스럽게 베란다의 작은 정원을 만들어주었다.

 

방콕 생활을 접고 아침마다 루즈 바르고 출근한지

벌써 5년 그사이 없애고 죽이고 남들이 가져가고

이제 베란다에 남은 화분은 정신없는 여자 머리같은

지 멋대로 생겨먹었지만 생명력질긴 다섯개 정도의

화분이 전부이다.

하지만 난 뻔뻔하게도 그 중에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

군자란 화분하나를 수시로 들여다본다.

 

언젠가 부터 그 화분을보며 일년 운수를 점치곤하는데

아마 이 버릇이 십년은 족히 된듯하다.

구정때 시집을돌아 친정을 들려 돌아오면 난 신발을

벗어던지고 베란다로 향한다.

날씨가 포근한 날이면 밀폐된 공간에서의 몇칠이

겹겹이 쌓인 녹색 잎파리를 헤치고 꽃대궁을 밀어올려

능소화를 닮은 주황색 이쁜꽃이 피곤한다.

 

그럴때 나는 올 한해  운수대통할거 같은 벅찬 예감으로

새로운 한해를 맞곤했었다..

하지만 어느해는 녹색 혀만 약올리듯 길게 빼물고 켜켜히

다물린 입을  벌려 보아도 늘어진 혀 뿐이다.

그럴땐 그 한해가 또,팍팍할거 같고 군자란이 피는 시기가

지나면 맥이빠진다.

 

작년 겨울 일찌감치 수시 합격을 해 논 딸아이 덕분에

날라리 고3 엄마 노릇을 하고있을때 우리의 중매쟁이 이자

가까운곳에 사시는 분이 색색이 이쁜 찹쌀떡 한상자와 작은

국화화분 하나를 보내오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직 겨울이 듬성듬성 남아있는 초봄 민들레

같은 노란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한쪽에선지고 한쪽에선 탱탱하게

봉오리를 맺고 한쪽에선 쉼없이 국화꽃이 피고있다.

 

그 국화 화분을 받은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거 같은데 가을의

전령인줄만 알았던 국화가 겨울을 지나 아직도 피는것이 난

신기하기만하다.

아쉬운것이 있다면 아직 향을 맡아보지 못했음인데,어느 책에서

마른 국화송이를 손바닥에 놓고 비비면 향이 난다기에 화분옆에

쪼그리고 앉아 마른국화한송이를 비벼 냄새를 맡아보았다.

세상에!! 볼품없이 초라한 그 모습어디에 이같이 진한 향기를

숨기고 있었더란 말인가.

 

올봄 분명 군자란은 튼실한 꽃대궁위로 동자꽃닮은 이쁜 꽃을

피워 나에게 올한해의 희망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봄 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로 길고 긴 장마로 너무나 어려워

져 버린 사업부진을 알았음인지 한번도 없었던 처음있는일로

군자란이 올들어 두번째 꽃대궁을 밀어올려 이쁜꽃을 탐스럽게

피워 하반기 희망을 약속해준다.

우연히 알게된 원츄리와 나리꽃의 차이점 원츄리는 어린잎을

먹을수있고 나리꽃은 잎을 먹을수 없다.

이 자잘한 행복들 이런것들을 나는 보너스 행복이라 부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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