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먹고 싶냐?
응. 된장찌게!
뭐 다른 거는 없냐?
응. 없어.
밥이면 밥, 된장찌게면 달랑 한가지에 김치면 우리식단은 이게 다다.
원체 반찬을 못만드는 마누라를 만났으니 할 수 없이 그렇게 됐다.
밥도 한날 세끼 다 챙겨 먹지 못한다.
언제가 그런다.
누구는 복날이라고 마누라가 개잡어 닭잡어 이렇게 먹는다는데
니는 겨우 밥이냐? 그것도 된장찌게 달랑 한가지로?
어이구..내가 농사를 짓는데, 새 참을 한번 내왔냐? 삼겹살 한 번 오부지게 구워 줘봤냐?
이런 말을 해마다 여름만 되면 듣는다. 하도 들으니 그 말도 순서 안틀리고 외워지는 무슨 드라마 대사 같다.
이제는 작전을 바꿨단다. 모든 보양식은 셀프다. 알아서 해먹어라! 이런더니
집으로 남편친구들을 부르고 난리다. 한 친구는 일톤트럭에 가스통을 싣고 오지 않나. 한 친구는 안끌려온다고 질질 매달고 오는 발바리보다 더 큰 개를 묶어서 승용차에 실어 오고, 큰 솥단지를 안고오는 친구를 보고 그런다. 야! 임마? 전화를 때리제 그걸 그냥 들고 오냐?
뭐니뭐니해도 고사리가 들어가야 그것도 햇고사리를 넣으면 더 구수하고, 아 ! 참 니네 들깨가루 있냐? 하고 물으니 울 남편 퉁망스럽게 대답한다. 있을리가 있냐? 시원찮은 여편네가 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사니 나도 이젠 포기했다. 그냥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말고 이런다. 그말 듣더니 득달같이 손전화를 든다. 야! 시장 들러서 대파 굵은 거 한단, 들깨가루 한 봉지,거시기 또 뭐가 없냐? 또 묻는다. 울 남편 알아서 사오라구 혀?
여남은 장정이 모이니 마당 한가득이다. 차도 길에 주욱 늘어서 있으니 지나가시는 동네어른들이 무슨일이 있는 겨? 하고 들어 오신다.
모두들 마당에 가스불 키고, 물 끓
이고, 지지고 볶는 데, 울 남편 나보고 그런다.
니 한그릇 만 먹어라?
왜?
한그릇도 많이 주는 거여. 니가 한 일이 뭐냐?
옆에서 듣던 남편 후배가 실실 웃으며 그런다. 그래유~~ 형수는 한게 뭐있어유~~ 파나 까놔유~ 그러면 내 두그릇 준다. 나도 그 말듣고. 마늘도 까고, 파도 까고 그러는데 울 남편 느닷없이 소린친다. 야 ! 된장이 없다. 된장을 발라야 되는디~~
부리나케 옆동네에 사는 친구가 차를 끌고 간다. 된장 가지러 가는거다. 가면서 그런다.
무슨 된장만 파먹나? 밥은 안먹고?
그렇게 하여 질질 끌려왔던 개가 보글 보글 솥단지에서 삶아지고, 다른 친구들은 나보고 부치미를 부쳐오라고 하며 막걸리 받아 온단다. 또 남편이 그런다. 한 두어말 받어와 ? 뭐그렇게 많이 사 와? 야 임마? 니 형수는 막걸리가 음료수여! 잉~~ 그려. 그럼 두말 받아와야 겠네. 난 그말 듣고 부추를 쓱쓱 베어서 한 양푼 밀가루에 매운고추에 금방 주먹만 해진 애호박을 총총 써는 걸 보던 친구남편이 맨날 부침게만 해먹었나 벼? 이런다.
그 말 듣던 울 남편이 그런다. 잘 하는 건 그거 한가지다! 그것도 겨우 가르쳤다니께.
우쩌다가 마누라가 하나니께 다행이지, 이런 여편네 둘이면 밥세끼 돌아가면서 해줄래도 큰 일이다아. 고개를 둘래둘래 흔든다, 나도 그 말에 지지 않는다. 그러니께 왜 데려왔냐고? 난 싫다고 했는데, 내 옆구리를 살살 꼬드겨가지고 온 게 누군디? 마음에 안들면 다른 마누라로 갈아치든가 혀. 내 하나도 안무섭다아.
말이나 못하면 그 맛으로 델고 살지. 무신 고집이 쎈지. 똥구녕에 불질러도 안 탈거여.저 여편네. 누가 데려 갈 사람이 없어서 내가 할 수없이 한 이십년 더 접수를 한거 아녀? 집에 전화를 했는데, 지발 사람좀 만들어 놓으라고 하더라! 장모님이...
그러다가 거진 다 익었나 나무 막대기로 푹푹 찔러본다. 개다리하나 내 놔라 ? 수육으로 일단 개시해불고, 그다음에 탕으로 지져먹어야 되니께.. 울 남편이 아예 진두지휘한다. 다른 친구들은 아예 명령이 안떨어지면 움직이지 못하는 쫄다구같다. 그렇게 진수성찬에 마당 한가득 때려 치우니 모두들 배가 불러 평상에서 동양화를 그려야 한다나. 때려야 한다나.하는데. 난 진짜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는데, 화투가 누구 주머니에서 나온다.
너무 진혀! 그게 모두 피로 물들이면 우덜은 바가지 쓴다니께. 열심히 훈수에 고수에 그러다 저녁이 되니 모기불 잔뜩 피워올리고, 어스름한 저녁이 되니 멀리서 내려온 친구가 수박 두덩이를 들고 진입한다. 나도 반갑다. 사실은 그 친구의 부인이 더 반갑다. 나처럼 살람 못하고 고집쎄고 그러는데도 여전히 남편한테 공주대우를 받아가며 사는 친구부인보니 대뜸 나보고 그런다. 요즘은 신랑이 맛있는거 뭐해줘요? 왜요? 우렁된장찌게 먹고 싶다고 나보고 우렁 잡아놓은 거 있냐고 살짝 묻는다. 있다고 했다. 연꽃이 잔뜩 핀 곳에서 잡은 우렁이라 더 맛있다고 했더니,울 남편에게 얼른 해달라고 보챈다.
남편은 그런다. 에궁 환장하겄네...야! 니 마누라 된장찌게 끓여줘라? 하고 소리쳤다.
덧) 어제가 중복이었다는 군요. 아침부터 트럭을 몰고 오면서 남편친구가 그러네요. 형수! 우덜 밥은 우리가 해먹고 갈테니께 염려 말아요. 그런디 난 그제야 중복이라는 걸 알았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더위가 들어가는 군요. 모두 더위를 잘 피하시고...